정치

트럼프, 文대통령에 초특급 파격의전 연속..국빈급 의장행사부터 트리티룸 깜짝 공개까지

2017. 6. 30.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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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미 동부 현지시간) 문재인 대통령 내외를 상대로 자신의 취임 후 첫 주최한 해외 정상 부부 환영 백악관 만찬에서 파격에 파격을 더하는 초특급예우를 이어갔다.

취임 후 첫 해외 일정을 미국 ‘공식 실무방문’으로 택한 문 대통령은 ‘국빈방문’에 준하는 극진한 대접을 받았다.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29일 오후(현지시간) 백악관에 도착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내외와 인사를 한 뒤 기념촬영을 위해 자리를 잡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만찬 중 밝은 표정으로 대화하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미국 정부의 외국 정상에 대한 의전은 국빈방문(State Visit), 공식방문(Official Visit), 공식 실무방문(Official Working Visit), 실무방문(Working Visit)으로 나뉜다. 이 중 문 대통령은 ‘공식 실무방문(Official Working Visit)’ 형식을 택했다.

짧은 기간 최대의 효과를 내기 위한 실용적 일정을 원했다는 게 청와대 측 설명이다.

국빈방문의 경우 의전의 격이 더 높아지지만, 미국 측이 요구하는 공식 일정 또한 많아진다. 국빈방문에는 의장대 사열, 백악관 환영식, 백악관 환영만찬, 미국 의회 상하원 합동연설 등이 필수적으로 포함된다.

우리 측은 공식 실무방문으로 북핵 문제, 사드, 경제협력 등 한미간 산적한 실무 해결에 주력한 것으로 보인다. 한 마디로, 의전보다는 실리였다.

▶美참전용사 “한국 대통령에 감사”, 트럼프 “문 대통령 존경”…美서 호감도 높인 文대통령의 포석=문 대통령은 방미 첫날 환영 의전은 대폭 생략했다. 

대신, 곧바로 버지니아주 콴티코시 미 해병대 국립박물관 앞 공원에 지난 5월 조성 완료된 장진호 전투 기념비를 찾아 헌화했다.

이어 기념사에서 “장진호 전투는 한국전쟁에서 가장 영웅적인 전투였고 세계 전쟁사상 가장 위대한 승리”라며 미 참전 용사와 유족들의 마음을 달랬다.

문 대통령은 장진호 전투로 중국군 남하가 지연되면서 흥남철수작전이 성공했고, 자신의 부모님이 흥남철수작전으로 무사히 피난했음을 상기시켰다.

뜻밖의 이벤트에 감격한 미국인들 사이에서 "60년이 지난 전투를 한국 대통령이 기억해줘 고맙다”, “참전 용사인 아버지가 하늘에서 웃고 계실 것”이라는 등의 폭발적 반응이 이어졌다.

문 대통령은 다음 일정으로 이날 저녁 한미 상공회의소가 공동 주최한 한미 비즈니스 서밋에 참석했다. 

그는 미 재계에 “한국의 많은 기업들이 새로운 성장 출구로 북한을 생각한다. 그러나 한반도의 평화가 전제되지 않으면 안 된다. 핵문제부터 해결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 정부의 (북핵해결) 구상이 실현되는 과정에서 여러분은 안심하고 한국에 투자할 수 있고, 더 나아가 북한에 투자할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미 경제협력이 상호간 교역과 투자 확대를 넘어 세계시장을 함께 개척하는 ‘전략적 경제동반자’로 발전하기를 기대한다”고 제안했다.

한편, 문 대통령 방미 수행 경제인단은 향후 5년간 128억달러(약 14조6000억원)를 미국에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또 LNG와 LPG 구매, 노선 확충을 위한 항공기 구매 등 5년간 224억 달러(약 25조5000억원) 규모의 구매 계획도 밝혔다. 우리 재계가 미 측에 투자와 구매 규모 총 40조원대에 달하는 선물 보따리도 내놓은 것이다.

이렇게 문 대통령이 군사, 경제 등 현안에서 자연스럽게 미국 정재계의 공감을 이끌어내면서 호감도가 급상승한 것으로 보인다.

미 정재계의 마음을 뒤흔든 문 대통령은 미국이 최우선 과제로 여기는 북핵문제에 대해서도 '대화 필수'라는 대한민국 주도적 해법을 견지하며 분위기를 반전시켜 나갔다.

도착 직후 화려한 의전보다 미국인들의 마음을 얻는 실무 행보로 밑바닥을 다진 결과라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문 대통령 방미 첫 날만 해도 미 의회에서는 "사드냐, 미군 철수냐. 한국은 둘 중 택해야 한다"는 강경한 발언이 나왔다. 다음날 문 대통령을 만나는 트럼프도 이런 기류를 반영하지 않을까 우려가 컸었다.

그러나 지금까지 해외 정상들에게 숱한 결례를 범한 전력의 트럼프는 문 대통령 내외에게 단 한 번의 결례도 범하지 않으며 정중히 최고의 예우를 다했다.

트럼프는 문 대통령을 처음 만나 '장진호 전투 기념비 연설에 진심으로 감동받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문 대통령에 ‘파격에 파격’ 초특급예우=방미 둘째날인 29일(미 동부 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의 전날 행보에서 전해져 온 메시지에 크게 주목하고 파격에 파격을 더하는 초특급 예우를 이어갔다.

취임 초기부터 지지율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트럼프는 효율적 위치 선정과 탁월한 메시지 전달로 단시간 내 미국내 지지율을 높인 문 대통령으로부터 큰 자극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저녁 환영 만찬 인사말에서 “나는 문 대통령이 북한, 무역, 그리고 다른 복잡한 사안들에 대해 우리 국민과 토론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문 대통령 행보에 상당한 주의를 기울였음을 시사했다.

이어 “우리는 그것들에 대해서 논의할 것이고, 시간이 늦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과 한국 국민을 매우 존경한다고 밝혔다. 이날 환영 만찬은 당초 예정보다 35분간 더 진행됐다.

문 대통령은 이 때를 놓치지 않고 "북핵문제를 해결한다면 (당신은) 위대한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를 자신이 주도하는 북핵해법 테두리로 끌어들이는 동시에 지지율 하락과 탄핵 위기로 고심중인 트럼프에게 '원포인트' 레슨까지 전수한 것이다.

환영 만찬에 앞서 치러진 의전도 국빈급이었다.

문 대통령 내외를 태운 의전차가 저녁 6시 백악관 남동문에 진입하자 미군 합동 의장대가 남동문부터 백악관 남쪽 현관까지 도열해 문 대통령 내외를 위한 의장행사를 펼쳤다.

의장대 도열은 국빈 방문에 따른 의전이다. 공식 실무방문(Official Working Visit)이지만 국빈방문(State Visit)급 예우를 받은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부인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와 백악관 남쪽 현관 앞에서 문 대통령 내외를 기다리다 이들이 도착하자 활짝 웃으며 악수를 청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후 외국 정상 부부를 상대로 환영 만찬을 주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부인 멜라니아 여사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백악관 개인 집무실인 트리티 룸을 ‘깜짝 공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이후 외국 정상에게 이 공간을 소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트리티 룸은 미국 대통령의 사적인 공간으로, 백악관 3층에 있다. 사진은 트리티 룸의 예전 모습. [사진제공=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외국 정상과의 만남에서 기선 제압을 위해 악수를 강하게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이날 문 대통령과의 악수는 편안한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트럼프가 외국 정상과의 만남에서 악수로 해프닝을 빚지 않은 사례는 시진핑, 문 대통령 외에는 찾기 힘들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1년 이후 6년 만의 한미정상 만찬 행사에서 이례적으로 만찬 장면까지 언론에 공개했다.

관례는 문 대통령의 백악관 도착 장면 공개다. 한미 양쪽도 애초 행사 전에 이렇게 합의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만찬 직전 만찬 모두 발언까지 공개하기로 했다. 분위기가 상당히 좋았다는 방증으로 보인다. 

만찬 행사는 백악관 본관 내 국빈 만찬장(State Dining Room)에서 열렸고,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나란히 옆에 앉았다. 양국 정상은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큰 웃음으로 대화를 이어갔다. 이날 주메뉴는 손님인 한국 대통령을 배려해 비빔밥이 나왔다.

예정보다 길어진 만찬이 끝나고 문대통령 내외를 배웅하는 과정에서도 파격적 예우가 이어졌다. 트럼프 내외는 문대통령 내외 환송을 위해 엘리베이터를 함께 탔다.

그런데 엘리베이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돌연 “3층이 나의 사적인 공간인데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다. 당선 전에 이렇게 좋은 곳이 (백악관에) 있는 지 몰랐다. 한 번 구경하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

두 정상을 태운 엘리베이터는 다시 3층으로 향했고, 3층에 도착하자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사적 공간인 '트리티룸' 소개를 시작했다.

트럼프는 “트리티룸은 미국이 프랑스로부터 루이지애나를 사들일 때 계약을 체결한 곳”이라고 안내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외국 정상에게 트리티룸을 공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문 대통령과의 만남에 대해 얼마나 흡족해 했는지 추정할 수 있는 장면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에게 링컨 룸도 공개했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트럼프 대통령은 남북전쟁 당시 링컨 대통령이 사용한 책상이 있는 방과 링컨 대통령의 침실을 보여주며 문 대통령에게 직접 앉아보라고 권유했다”며 “문 대통령은 그 자리에 앉아 사진을 찍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 부부에게 방탄유리로 보호된 채 보관중인 게티즈버그 연설문 원본을 보여주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안내하는 도중 멜라니아 여사가 “아들 배런을 재우고 오겠다”고 잠시 자리를 떠났다가 몇 분 뒤 재합류했다.

양 정상 부부가 3층에 올라간 시간은 오후 7시52분, 내려온 시간은 8시4분으로 총 12분 가량을 이곳에서 머물렀다.

이날 우연히 푸른색 넥타이를 함께 착용한 양 정상은 2시간 5분간 이어진 만찬 행사에서 총 5회 악수했다.
soo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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