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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양양고속도로 개통으로 본 민자고속도로 요금 논란

김규식 기자
입력 : 
2017-06-30 15: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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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운영수입보장 반영 춘천고속도로 탓 비싸져
서울시 논현동에 사는 심 모씨(33)는 지난해 한 살 짜리 아들을 낳았다. 현재 아내가 육아휴직하고 아이를 돌보고 있지만 내년에 복직하면 강원도 강릉 본가에 맡기고 주말 마다 왕복할 계획이다. 심씨 부부가 이런 계획을 세울 수 있던 것은 지난달 30일 서울~양양 구간을 잇는 동서고속도로가 개통했기 때문이다. 심씨는 "경부고속도로 신갈IC를 거쳐 영동고속도로를 타고 강릉에 가면 주말에는 아무리 빨라도 3~4시간 소요됐다"면서 "앞으로 동서고속도로는 올림픽대로를 타고 금방 진입할 수 있어 2시간 안팎에 강릉으로 갈 것 같아 부담을 덜었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동해안까지 2시간 안에 도달할 수 있는 동서고속도로가 지난달 30일 오후 8시 본격 개통했다. 올림픽대로와 바로 이어지는 강일IC에서 강원도 양양까지 1시간 30분만에 주파하는 고속도로가 뚫리면서 동해안 지역의 접근성이 대폭 향상될 전망이다. 국토교통부는 이날 오전 강원도 인제 내린천휴게소에서 개통식을 열었다. 국토부 관계자는 "서울~양양 고속도로 150.2km의 마지막 구간인 동홍천~양양 구간을 개통하면서 동서고속도로가 전면 개통됐다"면서 "그동안 교통이 불편했던 홍천, 인제, 양양군을 통과하는 노선으로 강원도 주민의 교통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동서고속도로는 수도권과 강원도의 접근성은 대폭 높였지만 요금은 올라 논란이 예상된다. 동서고속도로 강일IC~양양 구간은 요금이 1만1700원으로 책정됐다. 하지만 경부고속도로 서울톨게이트에서 신갈IC를 거쳐 강릉으로 가는 구간은 거리는 거리는 59.7㎞ 늘지만 요금은 오히려 1만700원(소형차 기준)으로 더 싸다.

이는 앞서 2009년 동서고속도로 서울~춘천 구간이 민간 자본으로 건설하면서 최소운영수입보장(MRG) 조항을 포함한 때문이다. MRG는 민간이 건설한 도로 등 사회간접자본(SOC)을 운영하면서 적자가 발생하면 미리 약정한 수입을 국가가 보전해 주는 조항이다. MRG는 이는 민간 투자 기관이 낮은 위험으로 안정적 수익을 보장하는 조항이어서 비난 여론이 빗발치면서 지난 2009년 폐지했다. 문제는 서울~춘천 고속도로는 이미 MRG를 폐지하기 이전 건설하면서 독소 조항이 그대로 들어갔다는 것이다. 국토부는 동서고속도로를 개통하기 전 서울~춘천고속도로의 요금을 다시 구성하는 재구조화를 추진했다가 거부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서울~춘천 구간은 길이가 61.4㎞인데도 6800원에 달하는 반면 국고로 건설한 춘천~양양 구간은 88.8㎞ 구간에 요금은 4900원에 그친다.

이처럼 같은 도로를 쓰면서도 요금이 다른 사례로 대표적인 것이 바로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다. 외곽순환도로 북부 일산~퇴계원 구간은 MRG 조항이 포함된 민자로 건설했는데, 거리 당 요금이 국고로 건설한 나머지 구간 보다 1.7배 비싸다. 반면 같은 민자 고속도로라도 MRG 조항이 없으면 국고로 지은 도로와 요금 차이가 적어 정부가 'MRG의 덫'에 걸렸다는 비판이 나온다. 실제로 2013년 개통한 시흥~평택 고속도로는 MRG 조항 없이 민자로 건설하면서 국고로 건설한 서해안고속도로 요금의 1.1배에 그친다.

국토부는 통행료 인하의 대안으로 서울외곽순환도로 북부구간에서 논의 중인 '운영기간 연장'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통행료를 낮출 때 발생하는 운영자의 수입 감소 부문을 보전하는 동시에 금리가 낮은 현 시점에서 새로운 사업자에게 10∼20년 정도의 운영권을 연장하는 방식이다. 국토부는 아직 업체와 협의하고 있는 단계로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인하 협상을 계기로 통행료 모델을 새롭게 구성할 계획이다.

[김규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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