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로봇 만들며 SW 배워..韓은 '미싱공' 키우듯 코딩교육
3D프린터 활용해 직접 만들고 無서 有창조 '해커톤' 수시 열려
◆ 4차 산업혁명 / 4부 교육혁명 ④ / 매경·KAIST 공동 기획 ◆
지난 23일(현지시간) 찾은 미국 캘리포니아대 샌디에이고 캠퍼스(UCSD) 내 퀄컴 인스티튜트. 지역 대표 정보기술(IT) 기업 '퀄컴'의 이름을 땄지만 UCSD 재학생과 졸업생이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구현하는 공간이다. 상상력을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장소와 설비를 내주지만, 여기서 자라난 지식재산권은 모두 학생들 몫이다.
건물 2층에 자리 잡은 연구실 벽에는 3D프린터로 만든 인간 얼굴 형상의 플라스틱 조각품이 전시돼 있다. 퀄컴 인스티튜트의 라메시 라오 소장은 이들을 가리켜 "흙 속에 파묻힌 유물의 3D 이미지를 탐지해 입체적으로 복원해낸 것"이라며 "고고학과 컴퓨터공학 전공생들이 힘을 합친 프로젝트 결과물"이라고 소개했다. 발굴 현장에서 땅을 파거나 현장을 훼손하지 않아도 조각 원형을 살릴 수 있게 된 것이다.
바닥에는 드론이 즐비했다. 그는 "전부 학생들이 만든 것"이라고 했다. 항공학과 지리학, 해양학, 컴퓨터공학, 수학 등 다양한 전공생들이 벽을 허물고 머리를 맞댄 결과물이라는 것이다. 이들이 협업한 프로젝트들은 각각의 목적을 갖고 있었다. 상공에서 장애물 너머의 지형을 파악하는 드론, 수중에서 해양생물을 촬영하는 드론 등등 각양각색의 드론들이 두뇌 융합을 통해 꽃피고 있었다.
라오 소장은 "혁신은 교실 안에서 정해진 커리큘럼을 따른다고 배울 수 있는 게 아니다"며 "학생들에게 '현실의 문제를 찾아보라' '모험을 해보라'고 주문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를 위해서는 학제 간 경계를 넘어 팀 프로젝트를 해야 하고, 외부 기업이나 연구소와 협업해 함께 작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라오 소장은 "학부 3~4학년 학생들에게 '고령화로 인한 문제'를 찾아보라고 했더니 부양가족이 없는 노인들이 집에서 넘어지는 것을 예방하기 위한 카펫을 만들어 오더라"고 말했다. 한밤중 침대에서 일어나면 넘어지지 않도록 화장실까지 동선을 밝혀준다든지, 충격이 있은 뒤 두 발로 일어서는 게 감지되지 않으면 구급차를 불러준다든지 하는 식이다.
그는 또 "현재 스탠퍼드, 브라운, UC버클리, UCSD 등 4개 대학과 퀄컴, 벨기에 회사 아이맥 등 2개사가 참여하는 공동 프로젝트에도 기대가 크다"며 "쌀 한 톨 크기의 무선 모터를 뇌에 넣은 뒤 두뇌 밖으로 신호를 전송해서 말하지 않아도 소통할 수 있는 혁신적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융합 프로젝트들은 창업으로 쉽게 이어진다. 퀄컴 인스티튜트에는 현재 15개 스타트업이 입주해 있으며, 짧은 기간에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해커톤(Hackathon)'도 수시로 열린다.
건물에 입주한 가상현실(VR) 스타트업 '나놈' 창업자 스티브 매클로스키는 "UCSD 졸업생 9명이 풀타임으로 일하고 있으며 우수한 재학생과 교수들에게 언제든 자문을 받을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이점"이라고 말했다.
이날도 건물 1층에 있는 대강당은 오전 9시부터 시작된 인지과학 연구실이 주관한 해커톤 열기로 뜨거웠다. 학부생 18명이 삼삼오오 모여 '인지능력을 향상시키고, 자폐증을 개선하는' 컴퓨터 게임 개발에 한창 몰두하고 있었다.
최근 미국 전역에서는 대학생뿐만 아니라 중·고교생을 대상으로 한 프로젝트 참여형 교육과 해커톤 문화가 빠르게 번지고 있다. 퀄컴이 과학기술 분야 인재를 길러내기 위해 만 11~14세 중학생들을 대상으로 운영하는 '싱커빗 랩(Thinkabit Lab)'이 대표적이다.
샌디에이고에 있는 싱커빗 랩에 직접 가보니 스무 명 남짓한 중학생들이 2인1조로 원하는 장난감 모형과 재료들을 더해가며 살아 움직이는 로봇을 만들고 있었다. 학생들은 손을 번쩍 들어 코딩을 알려주는 선생님에게 질문을 쏟아냈다.
지역 인재 양성을 지원하는 에리카 페시아 퀄컴 지역협력부문 상무는 "그동안 주로 대학교 학부생, 석·박사를 대상으로 한 인턴십이나 연구 기회 제공에 초점을 뒀는데, 최근에는 어릴 때부터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를 다루는 데 대한 심리적 장벽을 허물 수 있도록 프로그램 연령대를 낮추고 있다"며 "학생들이 직접 참여해 기존에 없던 것을 새로 만들어보는 경험이 창의성 교육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 신현규 차장(팀장) / 원호섭 기자 / 정슬기 기자 / 김윤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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