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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란듯이…`인생 홈런` 날린 황재균

이용익 기자
입력 : 
2017-06-29 17:01:43
수정 : 
2017-06-29 19: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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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팅 무응찰에 마이너 굴욕…각종 악재 이기고 데뷔전 대포
韓선수 최소 타수 홈런 기록에 경기 최우수 선수까지 선정돼
29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AT&T파크에서 열린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콜로라도 로키스의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경기. 양팀이 3대3으로 팽팽히 맞서던 6회말 등장한 동양인 타자는 콜로라도 선발투수 카일 프리랜드의 공을 망설임 없이 받아쳤다. 127m를 날아가 좌측 담장을 넘긴 이 공은 그대로 결승 홈런이 됐다. 황재균(30·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이 그 누구보다 화려하게 빅리그에 데뷔하는 순간이었다.

먼 길을 돌아온 만큼 더욱 짜릿한 반전 드라마다. 2015년 KBO 프로야구 시즌을 마친 황재균은 MLB 도전을 선언했다가 차가운 반응에 고개를 숙여야 했다. 거침없이 포스팅 신청(비공개 경쟁 입찰)을 했지만 그에게 응찰한 MLB 구단이 하나도 없어서였다. 홈런을 친 뒤 화려하게 배트 플립(방망이 던지기)을 하는 그의 모습은 미국에서도 잠시 화제가 됐지만 실력까지 인정받지는 못했다. 강정호(30·피츠버그 파이리츠)나 박병호(31·미네소타 트윈스)처럼 KBO리그를 지배하지도 못했던 상태였기에 "무슨 메이저냐, 정신 차려라"는 야구팬들의 조롱까지 감내해야 했다.

하지만 황재균은 포기하지 않았다. 곧바로 맞이한 2016시즌에는 삼진 비율을 20.5%에서 11.8%까지 줄이고 27홈런·25도루 기록을 세우며 '호타준족'을 보였고, 자유계약선수(FA)로 받을 수 있는 거액 연봉을 마다한 후 미국으로 날아가 쇼케이스까지 벌인 끝에 간신히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유니폼을 입을 수 있었다. 매 시즌 타격 자세를 수정하며 노력하고 언제 진출할지 모르는 MLB를 위해 영어 공부까지 해둔 끝에 이뤄낸 성과였다.

물론 미국 무대에 진출한 것으로 황재균의 도전이 끝난 것은 아니었다. 동료들이 뽑은 '올해의 스프링캠프 신인선수상'을 받고도 3개월 동안이나 새크라멘토 리버캐츠(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트리플A팀)에서 마이너리거로 보내야 했던 황재균은 옵트 아웃(계약을 파기하고 FA선언)을 앞두고서야 주전 선수들의 부상을 틈타 빅리그에 합류할 수 있었다.

그렇게 소중하게 얻은 기회, 황재균은 그 기회를 멋진 결과로 바꿔놨다. 매 타석 나아지는 모습이 돋보였다. 2회 맞이한 데뷔 첫 타석에서 3루 땅볼로 물러난 황재균은 4회에 또다시 땅볼을 쳤지만 3루 주자가 득점을 한 덕에 첫 타점을 올렸다. 그리고 맞이한 6회, 이날 경기에서 가장 멋진 장면이 나왔다.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등장한 황재균은 자신의 빅리그 첫 안타를 깔끔한 결승 홈런으로 장식했다.

오래도록 공을 지켜본 황재균은 그제야 다이아몬드를 돌았다. MLB 분위기에 맞춰 배트 플립은 자제한 채였다. 보통 MLB에서는 신인 선수들의 첫 홈런은 모른 척하다가 축하해주는 관례가 있지만 결승 홈런이었던 만큼 모든 선수가 황재균을 축하해줬다. 부진하던 샌프란시스코에 올 시즌 첫 시리즈 스윕(3연전 전승)을 선물한 황재균이 경기 최우수선수(MVP)로 뽑힌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역대 한국 타자들을 살펴봐도 데뷔전 홈런은 최초이고, 최소 타수(3타수) 홈런 기록도 황재균의 몫이 됐다.

경기를 마친 후 구단으로부터 자신의 홈런볼을 선물받은 황재균은 "정말 단 한 경기라도 메이저리그에서 뛰고 싶어 돈, 가족, 경력을 모두 버리고 미국에 왔다"면서 "오늘이 그 경기였는데 결승 홈런까지 쳐서 믿기지 않고 꿈만 같다"고 감격을 감추지 못했다.

MLB 공식 홈페이지 MLB닷컴은 "황재균은 데뷔전에서 홈런을 때려낸 샌프란시스코의 역대 17번째 타자가 됐다"고 보도했고, 지역매체 더 머큐리 뉴스도 "황재균은 야구로 어떻게 충격을 줄지 아는 선수"라고 극찬했다.

이제 황재균에게는 데뷔전 성과를 그대로 이어가는 목표가 남았다. 브루스 보치 샌프란시스코 감독은 "주전 3루수 에두아르도 누녜스가 부상에서 돌아오면 좌익수로 나가고, 황재균이 선발 3루수로 나갈 것"이라며 기회 부여를 약속했다.

한편 같은 날 시즌 4승에 도전한 류현진(30·LA 다저스)은 지역 라이벌 LA 에인절스와 벌인 경기에서 5와 3분의 2이닝 동안 2실점만을 내주는 호투를 펼쳤지만 팀 타선이 부진하면서 승리 투수가 되는 데 실패했고, 다저스 역시 9회에 결승점을 내주며 2대3으로 패했다.

[이용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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