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리그 데뷔전 결승포' 황재균, 간절함으로 만든 반전드라마

  • 등록 2017-06-29 오후 4:24:11

    수정 2017-06-29 오후 4:30:16

메이저리그 데뷔전에서 결승홈런을 터뜨린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황재균. 사진=AFPBBNews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꿈을 이루기 위해 먼 길을 돌아온 황재균(30·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이 빅리그 데뷔전에서 홈런을 터뜨리며 한 편의 영화 같은 스토리를 썼다.

황재균은 29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AT&T 파크에서 열린 콜로라도 로키스와 메이저리그 홈경기에 5번타자 3루수로 선발 출전해 3-3 동점이던 6회말 균형을 깨는 솔로홈런을 터뜨렸다.

올시즌 줄곧 마이너리그에 머물다가 전날 빅리그 콜업을 받고 치른 데뷔전. 세 번째 타석 만에 기록한 첫 안타가 좌중월 담장을 넘기는 솔로홈런이 됐다. 샌프란시스코는 이 홈런에 힘입어 귀중한 승리를 거뒀고 황재균은 경기 MVP에 선정됐다. 현지언론과 수훈 선수 인터뷰까지 가졌다.

너무나 드라마틱한 하루였다. 한국 프로야구의 정상급 3루수로 이름을 날렸던 황재균은 오랜 꿈은 메이저리그 경기에 한 타석이라도 뛰어보는 것이었다. 그동안 꿈을 이루기 위해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 하지만 생각대로 풀리지 않았다.

2015시즌이 끝난 뒤에는 메이저리그 포스팅시스템(비공개 경쟁입찰)에 뛰어들었지민 어느 구단도 그를 거들떠보지 않았다. 2016시즌 뒤 FA 자격을 얻은 뒤 다시 미국행을 노크했지만 그를 원하는 팀은 나오지 않았다. 그나마 계약을 맺은 팀이 샌프란시스코였고 그나마도 메이저리그 보장 계약이 아닌 마이너리그 스플릿 계약이었다. 그래도 황재균은 개의치 않고 미국행 비행기를 탔다.

황재균은 구단에 필요한 선수가 되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했다.백스윙이 길다는 지적을 받고 타격폼을 조정했다. 주포지션인 3루는 물론 1루, 외야 수비까지 마다하지 않았다.

하지만 샌프란시스코는 여전히 그를 거들떠보지 않았다. 같은 포지션의 어린 유망주를 계속 빅리그에 올리면서도 황재균은 계속 외면했다. 그런 상황에서 좌절감을 느끼지 않는다면 거짓말이다.

실망감을 느낀 황재균은 계약서에 명시된 옵트아웃(잔여 연봉을 포기하고 FA를 선언하는 것) 행사를 진지하게 고민했다. 야구계에선 황재균이 국내 구단과 계약 협상에 돌입했다는 얘기도 흘러나왔다.

그런데 벼랑 끝에서 대반전이 이뤄졌다. 28일 구단으로부터 빅리그행을 통보받고 꿈에 그리던 메이저리그 선수가 된 것. 29일 데뷔전에서 선발 출전 기회까지 얻었다.

황재균은 자신에게 찾아온 인생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그가 만든 결승 홈런은 간절함 만큼이나 비거리가 길었다. 무려 127m나 됐다. 샌프란시스코 구단 역사상 메이저리그 데뷔전에서 첫 안타를 홈런으로 장식한 17번째 선수가 됐다. 황재균 이전에 이 기록을 세운 선수는 2014년 애덤 듀발(현 신시내티 레즈)이었다.

올시즌 깊은 부진에 늪에 허덕이던 샌프란시스코는 콜로라도와의 홈 3연전을 싹쓸이했다. 44일 만에 특정팀과의 3연전 스윕에 성공했다..

홈런 한 방으로 모든 것이 달라졌다. 브루스 보치 샌프란시스코 감독은 황재균의 활약에 마음을 빼앗겼다. 그는 "황재균이 한국에서 누릴 수 있는 걸 포기하고 미국에 왔고, 꿈을 이뤘다. 이런 특별한 순간을 지켜보게 돼 정말 기쁘다"라며 "그는 클러치 히터다. 메이저리그 데뷔전을 특별한 순간으로 만들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황재균이 빅리그 기회를 잡았지만 여전히 입지는 불안하다. 원래 허벅지 부상 중인 주전 3루수 에두아르도 누네스가 7월 1일 피츠버그 파이리츠와의 경기에 복귀하면 다시 마이너리그로 내려갈 가능성이 컸다.

하지만 보치 감독은 황재균의 홈런을 보고 생각을 바꿨다. 그는 "누네스가 돌아오면 누네스를 좌익수로 쓰고, 황재균을 3루수로 활용할 수 있다"라며 "황재균 때문에 고민이 생겼다. 황재균은 피츠버그 원정길에 우리와 함께 간다"고 말했다.

샌프란시스코 지역지 더 머큐리 뉴스는 "황재균이 빅리그 꿈을 이루기 위해 그의 야구인생 전체와 트리플A에서의 3개월이 걸렸다"라며 "이제 한국은 그가 꿈을 이루는 모습을 보기 위해 아침 일찍 잠에서 깨고 있다"고 보도했다.

데뷔전에서 수훈 선수가 된 황재균은 "정말 한 경기라도 (메이저리그에서) 뛰고 싶어서 미국에 건너왔는데 그게 오늘 이뤄져 너무 기분 좋다"라며 "그 경기에 결승 홈런을 쳐서 믿기지 않고 꿈만 같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황재균은 "돈, 가족과 시간, 경력 등 많은 것을 한국에 내려두고 왔다. 단지 이곳에 있고 싶었기 때문"이라며 "빅리그에서 뛰고 싶다는 어린 시절의 꿈을 이루고 싶다는 게 유일한 이유였다"라며 기쁨을 만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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