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재균, 꿈꾸던 데뷔戰… 꿈같은 결승砲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오래 기다렸던 이 순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황재균이 29일 오전(한국시간)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AT&T파크에서 열린 콜로라도 로키스와의 메이저리그 홈경기에서 6회 말 솔로홈런을 날린 뒤 주먹을 불끈 쥐고 껑충 뛰어오르는 기쁨의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AP연합뉴스

- ‘극적 MLB 콜업’ 황재균, 샌프란시스코 홈팬앞 ‘만점 활약’

5번타자 3루수 4타수 1안타
3타석째 127m짜리 솔로포
한국인 최소 타수 1호 홈런

“한 경기라도 뛰고 싶었는데
데뷔전서 홈런 치니 꿈같다”

완벽한 데뷔전이었다.

황재균(30·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이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데뷔전에서 첫 안타를 결승 홈런포로 장식했다. 황재균은 29일 오전(한국시간)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AT&T파크에서 열린 콜로라도 로키스와의 홈경기에 5번 타자(3루수)로 선발출전해 4타수 1안타(1홈런), 2타점, 1득점을 남겼다.

황재균의 활약을 앞세워 샌프란시스코는 5-3으로 승리하고 3연승을 달렸다. 내셔널리그 최하위 샌프란시스코는 지난달 16일 이후 44일 만에 특정팀과의 3연전을 모두 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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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재균을 위한 무대였다. 등번호 1번인 황재균은 0-2이던 4회 말 빅리그 1호 타점을 올렸다. 1사 주자 1, 3루에서 좌완투수 카일 프리랜드의 88마일(약 142㎞)짜리 투심 패스트볼을 받아쳐 투수 앞 강습 타구를 날렸다. 투수 글러브를 맞고 공이 튄 사이 3루 주자가 홈을 밟았다. 황재균은 1루에서 아웃됐지만 추격의 불씨를 살렸다.

그리고 3-3이던 6회. 황재균의 첫 안타, 첫 홈런이 터졌다. 2사에서 타석에 들어선 황재균은 프리랜드의 90마일(145㎞)짜리 포심 패스트볼을 힘껏 잡아당겨 좌측 펜스를 넘기는 솔로 홈런을 날렸다. 비거리 127m의 대형홈런. 황재균은 올해로 창단 135년째인 샌프란시스코에서 데뷔전 홈런을 날린 17번째 선수로 등록됐다. 2014년 애덤 듀발(현 신시내티 레즈) 이래 3년 만에 나온 샌프란시스코의 데뷔전 홈런.

현지 언론은 “황재균이 홈런을 날린 뒤 한국팬을 열광케 한 배트 플립(방망이 던지기)을 하지 않았다”는 등 자세하게 소개했다.

황재균은 한국인 최초로 메이저리그 데뷔전에서 홈런을 때렸다. 2002년 최희섭(시카고 컵스), 2005년 추신수(시애틀 매리너스), 2015년 강정호(피츠버그 파이리츠)는 데뷔전에서 모두 대타로 나서 1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2016년 이대호(시애틀) 역시 데뷔전에서 안타를 날리지 못했다. 지난해 박병호(미네소타 트윈스)가 데뷔전에서 3타수 1안타, 김현수(볼티모어 오리올스)가 3타수 2안타를 챙겼지만 홈런은 없었다.

박병호와 이대호가 데뷔 3경기 만에 첫 홈런을 신고해 한국인 ‘최소 경기 1호 홈런’ 기록을 공유했지만 황재균에 의해 깨졌다. 황재균은 3타수 만에 아치를 그려내 ‘최소 타수 1호 홈런’ 기록도 갈아치웠다. 종전 기록은 지난해 4월 9일 이대호가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전에서 세운 5타수다.

황재균은 2회 첫 타석에선 3루수 땅볼로, 8회 4번째 타석에선 풀카운트 접전 끝에 삼진으로 아웃됐다. 황재균은 9회 수비 때 디나드 스판과 교체됐다. 황재균은 경기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됐다.

황재균은 롯데 등 국내 구단의 거액 제안을 뿌리치고 미국 진출을 선택했다. 하지만 메이저리그 30개 구단은 황재균을 외면했고, 스프링캠프에 초청을 받아 참가했다. 주눅 들지 않은 황재균은 동료들이 선정하는 스프링캠프 신인왕 2017 바니 뉴전트 어워드를 수상했지만, 메이저리그의 호출을 받지 못해 마이너리그 트리플A에서 올 시즌을 시작했다. 그러나 마침내 메이저리그로 승격했고, 데뷔전에서 자신의 가치를 입증했다.

황재균은 “단 한 경기라도 메이저리그에서 뛰고 싶어 미국으로 왔는데, 그 꿈이 이뤄져 기쁘다”며 “데뷔전에서 결승 홈런까지 날리니 꿈만 같다”고 말했다. 황재균은 “동료들이 반갑게 맞아줘 좋은 팀에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벤치에 있든 출전하든 좋은 자극제가 되도록 애쓰겠다”고 덧붙였다.

손우성 기자 applepi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