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동해안을 90분 만에" 미리 달려본 동서고속도로

2017. 6. 29.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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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서철 교통량 분산 효과 기대..비싼 통행료·열악한 접근도로 과제
속초·양양 주민 "기대"..인제·홍천 주민 "걱정" 엇갈린 반응

(춘천=연합뉴스) 이재현 기자 = 해마다 피서철 영동고속도로를 이용해 동해안으로 가족 여행을 떠났던 김모(44·서울시) 씨는 30일 동서고속도로 개통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평소 2시간 30분이면 충분한 영동고속도로는 주말이나 연휴는 물론 명절, 피서철에는 3시간은 기본이고 5∼6시간 이상 소요된다.

말 그대로 동해안 가는 길은 고생길이나 다름없었다.

가뜩이나 지난해부터 2018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둔 전 구간 개량 공사로 이 구간의 지정체는 더욱 극심해졌다.

이후로 동해안 여행은 아예 엄두도 내지 못했다.

이런 김 씨에게 동해안을 90분 만에 만날 수 있는 동서고속도로의 완전 개통은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한반도 동서를 최단 거리로 잇는 최북단 동서고속도로는 30일 오후 8시 개통한다.

개통을 하루 앞둔 29일 막바지 작업이 한창인 이 도로를 미리 달려봤다.

◇ 국내 최장 '인제 터널'·상공형 '내린천 휴게소' 장관

이번 개통 구간은 마지막 구간인 동홍천∼양양 71.7㎞다. 2008년 12월 착공한 지 10년여 만이다.

동서고속도로는 2004년 춘천∼동홍천 구간(17.1 ㎞)을 시작으로 서울∼춘천 민자 구간(61.4㎞), 이번 동홍천∼양양 구간 순으로 완공됐다.

서울∼양양을 잇는 150.2㎞의 동서 8축 고속도로가 완성된 셈이다.

서울 강일 나들목에서 양양분기점까지 소요시간은 90분. 기존보다 40분가량 단축된다.

이번 개통 구간은 내촌·인제·서양양 등 3개의 나들목을 이용해 진입할 수 있다.

내촌나들목으로 들어서자 백두대간의 험준한 준령을 가로질러 4차로가 쭉 펼쳐졌다.

인제의 명품 자작나무 숲길을 연상케 하는 자작나무 녹지대를 지나자 '행치령 터널'이 눈에 들어왔다.

홍천군 서석면과 인제군 상남면 경계 고갯길인 행치령을 뚫어 건설한 터널이다.

자세히 살펴보니 터널 진입 전 좌측과 상단에 록 볼트가 유난히 많은 것이 눈에 띄었다.

사암지대인 탓에 터널 굴착 과정에서 수차례 붕괴한 최대 난공사 구간이었다는 게 도로공사 측의 설명이다.

단숨에 내달려 인제 나들목에 다다르자 교각 높이만 100여m에 달하는 내린천교가 웅장한 모습을 드러냈다.

마치 학이 날개를 편 듯한 고고한 자태의 내린천교 아래는 래프팅 명소로 전국에서 손꼽는 내린천이 굽이쳐 흘렸다.

그러나 올해 들어 수개월째 이어진 극심한 가뭄 탓에 래프팅 이용자를 거의 찾아볼 수 없어 황량함마저 감돌았다.

내린천교 왼편으로 눈을 돌리자 국내 처음으로 도로 위해 건설된 '상공형' 휴게소인 내린천 휴게소가 시선을 사로잡았다.

내린천과 매봉산의 절경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는 휴게소 전망대를 뒤로하고 동해안으로 더 내달리자 '백두대간 인제 터널'이 나타났다.

길이만도 11㎞에 달하는 국내 최장 도로 터널이다. 통과하는 데만 6분 30초에서 7분가량 소요된다.

자연환경 훼손을 최소화하고자 지표면에서 200∼550m가량 지하에 건설돼 마치 첩첩산중의 요새와도 같다.

터널을 통과하는 내내 머리 위 5m 간격으로 끝없이 설치된 '물 분무 시스템'이 눈에 띄었다.

또 57개의 피난 연락갱이 200m 이내 간격으로 설치됐고, 6개의 환기구를 이용한 상·하행 통합 연동 배연 시스템 등 21종에 달하는 방재시스템을 갖췄다.

이는 1999년 3월 24일 프랑스 몽블랑 터널 참사를 비롯한 여러 터널 내 사고를 교훈 삼아 설계됐다.

당시 39명이 숨져 최악의 터널 참사로 기록된 프랑스 몽블랑 터널도 길이가 인제 터널과 같은 11㎞라는 점을 생각하니 잠시 오싹한 기분이 들었다.

인제 터널을 뒤로하고 서면 3터널을 지나자 양양군 서면 영덕호 인근이 시원하게 펼쳐졌다.

터널을 들어설 땐 인제군 기린면 진동리였지만 터널을 통과하자 양양군 서면 서림리 서양양 나들목과 만났다.

이어 서면 4∼7터널 3개의 터널을 순식간에 지나자 바닷가 특유의 짠 내음과 함께 양양 시내가 한눈에 들어왔다.

◇ 속초 ·양양 "기대"…인제·홍천 "걱정" 희비 교차

동서고속도로 개통으로 양양과 속초 등 동해안 지역 주민들의 기대감은 크다.

강원연구원은 동서고속도로 개통으로 인한 도내 경제적 파급 효과는 4조3천833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고용 유발효과도 2만9천491명에 달한다.

정준화(50) 양양군번영회장은 "금요일 퇴근 후에 와서 월요일 아침까지 머물다가 바로 출근도 가능한 거리가 됐다"며 "고속도로의 종착지로 물류와 관광객이 대거 밀려드는 만큼 지역 경제에 획기적인 변화와 발전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반면 경유지인 인제와 홍천지역은 기대보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동해고속도로와 만나는 양양분기점을 확인하고 서울 방향으로 길을 돌렸다.

되돌아오는 길은 인제 나들목으로 빠져나와 국도를 이용했다.

인제 나들목에서 인제 시가지까지는 36㎞로, 30∼40분 이상 소요되는 등 접근성은 매우 열악했다.

왕복 2차로의 비좁은 도로에서 군용 트럭이나 대형 차량에 가로막히기라도 하면 시간은 더 소요된다.

특히 동서고속도로가 개통하면 기존 44번 국도와 56번 미시령 관통 도로를 이용해 동해안으로 가는 차량이 80%가량 급감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이 길목에 있는 인제 남면과 인제읍, 북면 용대리 주민들이 동서고속도로의 개통을 달가워하지 않은 이유다.

겨울 축제의 원조 빙어축제가 열리는 남면과 전국 최대 황태 생산지로 유명한 북면 용대리는 위기감마저 느끼고 있다.

용대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한 주민은 "44번 국도 통행량이 심하게 줄어들고 손님도 감소할 것이 뻔해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며 "그렇다고 대책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답답하기만 하다"고 말했다.

동홍천과 내촌나들목 등 접근로가 2곳인 홍천지역도 인제 주민들과 고민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동서고속도로의 통행료는 서울∼춘천 민자구간 6천800원, 춘천∼양양 재정구간 4천900원 등 1만1천700원이다. 비교적 요금이 비싸다는 지적이다.

개통을 하루 앞둔 동서고속도로가 비싼 통행료, 경유지와 종착지의 엇갈린 반응, 피서철 교통량 분산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딛고 동해안과 설악권의 대변혁을 이끌 수 있을지 주목된다.

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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