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인드 채용·지역할당 채용에 서울 명문 대학생들 뿔났다

김명진 기자 2017. 6. 29. 14:48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정부 '공공부문 블라인드 채용 의무화', '지역인재 채용할당제'에
서울지역 학생들, "역차별" 반발
"심각한 지역불균형 해소 위해 불가피" 주장도

문재인 대통령이 밝힌 공공부문 ‘블라인드 채용’과 ‘지역인재 30% 채용할당제’에 대해 SKY(서울대·고려대·연세대) 등 이른바 ‘인(in)서울’(서울소재 대학) 대학생들 사이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열심히 노력해 좋은 대학 들어간 것도 능력이라면 능력인데 왜 굳이 평가 대상에서 제외돼야 하느냐, 지방 출신 학생이 서울 소재 대학으로 진학한 경우는 혜택을 받지 못하고, 서울 출신 학생이 지방대학으로 진학한 경우는 혜택을 받는 게 옳으냐는 이른바 ‘역차별’ 논란이다.

서울대 사회과학대를 졸업한 정모(27)씨는 “블라인드 채용이라는 게 지원자의 능력을 보겠다는 것 아닌가. 학벌은 왜 그 능력에서 배제되는지 이해가지 않는다. 왜 명문대생의 성취는 무시되는가”라고 말했다. 지방 출신으로 서울대 상경계열을 졸업한 최모(28)씨는 “지방대 졸업생이라고 쿼터를 주는 것은 불합리하다”며 “실력을 보고 뽑겠다면서 지방대 졸업장에 일종의 ‘특혜’를 주는 것에 대해 외려 지방대생들이 기분 나빠해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조선DB

각 대학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문 대통령의 이번 정책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서울대 커뮤니티 ‘스누라이프’에서는 “외모도 면접에 영향을 줄 수 있으니 복면 면접이나 채팅 면접도 실시해라”, “지역 차별, 성 차별, LGBT(성소수자) 차별 등은 당연히 금지해야하지만, 학력은 차별하라고 존재하는 것 아닌가”라는 내용의 글들이 올라왔다. 한 스누라이프 이용자는 ‘할당공화국’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이렇게 된 마당에 대통령도 할당제로 돌아가면서 하라. 재산도 나라에서 몰수했다가 할당제로 나누어주라”고 비꼬았다.

연세대 커뮤니티 ‘세연넷’에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고졸인 거에 열등감 있었듯 문재인 대통령도 경희대 출신으로서 나름대로 차별 많이 받았을것이다. 아마 그때의 경험 때문에 이런 정책들 밀어붙이고 있는 것 같다”, “결혼도 지방대 할당 30% 해서 블라인드로 하자. 진짜 공부 못하는 게 벼슬인 건지” 등의 글이 올라왔다. 재수 끝에 올해 연세대 인문대학에 입학한 최모(20)씨는 “서울대나 연고대 신입생 중에는 재수나 삼수생들이 많다. 이들이 명문대 간판이라는 이름을 얻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과 공을 들였는가에 대해서는 아예 눈감고 있는 것 같다. 솔직히 SKY 학생들이 입학할 때 들인 노력이 지방대생들이 들인 노력과 절대 같은 무게일 수 없다”고 말했다.

고려대 커뮤니티 ‘고파스’에서는 “19년 강남 살다가 지방대간 친구는 지역인재, 19년 지방 살다가 서울 온 나는 학벌 블라인드. 이게 뭔가”, “다음 대선에는 지방대 출신이면 득표에서 30% 가산해주자”, “솔직히 주변에 10~20대 게으르게 보내고 변변한 직업조차 없는 애들이 문재인 대통령을 극도로 찬양한다”는 등 일부 지방 대학생들을 비하하는 내용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정모(27)씨는 “주변을 보면 겉으로는 학벌주의 아니냐는 비판이 들어올까봐 굳이 내색하지 않더라도, ‘SKY’ 다니는 학생치고 속으로 문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부글부글 끓는 친구들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조선DB

일부 커뮤니티에서는 학벌 블라인드에 앞서 ‘성별 블라인드’가 먼저 시행되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화여대 커뮤니티 ‘이화이언’에서는 “학벌 블라인드 좋다고 생각한다. 근데 성별 블라인드는 왜 안 하는가”, “학벌 콤플렉스 있는 남성들만을 위한 정책 아닌가”, “솔선수범으로 청와대 인사도 지방대 30% 할당해야 한다”는 등의 주장이 나왔다. 이화여대 인문대학에 재학 중인 주모(22)씨는 “학벌은 노력으로 취득해 얻는 것 아닌가. 성별은 타고나는 것인데도 (이에 대한 개선은) 순위에서 언제나 이처럼 뒤로 밀리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이런 논란에 대해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명문대생들의 반발이 이해는 되지만 국가 전체적으로 봤을 때 지역 균형발전이라는 대의(大義)에 대해 동감한다면 다소간의 역차별은 감내해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심각한 지역 불균형, 특히 낙후한 지역 노동시장 현실 등을 감안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행 지역인재 채용 규정이 담긴 ‘혁신도시법’에는 “이전 지역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다른 지역에서 대학을 졸업했거나 졸업예정인 사람은 우선고용대상에서 제외한다”고 돼 있다. 해당 지역에서 초·중·고교를 졸업했더라도 대학을 다른 지역에서 다녔다면 지역인재 우선 채용의 혜택을 주지 않겠다는 것이다. ‘지역인재’를 해당 지역 대학 졸업자로 한정한 이유는 지방 대학을 키워야 지역이 활성화될 수 있다는 취지에서다.

강준만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전 세계 어느 나라도 소위 말하는 일류대학이 한 도시에 몰려있는 경우는 드물다”며 “미시적으로는 명문대생들이 느낄 수 있는 불만은 정당하지만, 여태까지 한국 사회가 이렇게 서울 중심으로 미쳐 돌아가는 것에 대해 조금이라도 문제의식이 있다면 이러한 정책으로 균형을 잡는 일이 필요하다는 점에 대해 동의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