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천 명이 속았다!..'짝퉁' 운동화 주의보

송락규 2017. 6. 29. 11:2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요즘 같은 시대에 '짝퉁'에 속을 줄이야..."

김 모(44) 씨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한숨을 내쉬었다. 김 씨는 기자에게 설마 자신이 '짝퉁' 운동화에 속을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단지 그는 인터넷 쇼핑몰에서 사면 시중에서 판매되는 가격보다 저렴하게 운동화를 살 수 있을 것 같아서 운동화를 샀다고 하소연했다.

올해 초 김 씨가 사들인 제품은 20만 원대 유명 스포츠 브랜드의 운동화였다. 처음 주문을 하고 나서 2주일이 넘도록 배송이 되지 않자 그는 쇼핑몰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었다. 수화기 너머로 "세관 통관 검수과정 중에 있어 배송날짜가 늦어진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한 달이 지난 후에야 김 씨는 운동화를 받을 수 있었다. 운동화의 상태는 형편없었다. 운동화 표면은 물감으로 칠한 듯 색이 번져 있었고, 디자인도 조악하기 이를 데 없었다. 김 씨가 주문한 제품이 '짝퉁'임이 밝혀진 순간이다.

지난 1년 동안 김 씨처럼 피해를 본 사람만 1,100여 명, 피해 금액은 2억 6,000만 원에 달했다. 중국에 사무실을 차려놓고 운동화 전용 인터넷 쇼핑몰 3곳을 운영한 임 모(38) 씨에게 피해를 본 결과였다. 어떻게 이 많은 사람들이 '짝퉁' 운동화에 속았을까?

사건을 담당한 경찰 수사관으로부터 임 씨의 전략을 들을 수 있었다. 역으로 생각하면 이 전략에만 속지 않으면 '짝퉁' 운동화에 속아 넘어가지 않을 수 있다.

임 모(38) 씨가 판매한 ‘짝퉁’ 운동화. 제품 번호를 확인 결과 모조품으로 드러났다.


포인트 ① 정품과 비슷한 가격의 '짝퉁' 운동화

일반적으로 '짝퉁'이라 하면 진품보다 훨씬 더 저렴한 가격에 판매된다고 여겨진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터무니없는 가격에 판매되는 고가의 제품에 대해서는 '짝퉁'일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다.

임 씨는 이 상식을 역으로 이용했다. 실제로 임 씨가 쇼핑몰에 올린 '짝퉁' 운동화의 가격은 정품 가격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최고 30%까지 할인된 제품도 있었지만, 대부분 정품 가격의 2~3만 원 정도 저렴한 수준이었다. 다소 무리수인 것처럼 보이는 이 전략은 성공적이었다.

임 씨가 판매한 20만 원대 '짝퉁 운동화'를 구매한 김 씨 역시 이 같은 전략의 피해자였다. 그는 "실제 제품 가격보다 2~3만 원 정도만 저렴해서 오히려 의심하지 않았고, 가입하게 되면 1만 원 할인 쿠폰까지 준다는 말에 넘어갔다"고 말했다.

임 씨가 ‘짝퉁’ 운동화를 판매한 인터넷 쇼핑몰. 현재는 판매가 이뤄지고 있지 않다.


포인트 ② 가짜 구매 후기와 댓글 조작

인터넷 쇼핑몰에서 제품을 구매하는 이들이 가장 먼저 확인하는 정보는 뭘까? 아마도 제품 구매 후기일 것이다. 그 다음으로는 포털사이트 Q&A 코너 등을 확인할 가능성이 크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두 가지 중 하나의 정보만 확인되도 제품에 대해 신뢰하는 경향을 가진다.

그런데 이 두 가지 정보가 모두 조작됐다면? 제아무리 꼼꼼한 소비자라 하더라도 속아 넘어갈 수밖에 없다. 온라인 쇼핑몰의 경우 해당 사이트에 판매하는 물건이 진품인지 가품인지 확인할 방법이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임 씨는 자신이 운영하는 쇼핑몰 3곳에서 가짜 구매 후기를 작성했다. 대부분 '진품이 맞다' '만족스럽다' 등의 후기였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임 씨는 포털사이트에도 가짜 댓글을 남겼다. 진품인지 가짜 제품인지 묻는 말에 집중적으로 댓글을 달았는데 의심을 피하려고 타인의 계정까지 도용해 댓글을 다는 데 사용했다.

임 씨가 포털사이트에 남긴 가짜 후기.


포인트 ③ 의심 문의에는 곧바로 환불 조치

가짜가 아니냐고 항의하는 고객 문의에 임 씨는 당당한 태도를 보였다. 제품을 받은 구매자들이 '짝퉁'이 아니냐고 전화를 걸거나 문자를 보내면 곧바로 환불해주겠다고 선수를 쳤다. 이런 임 씨의 뻔뻔함에 일부 구매자들은 의심을 거두고 환불을 취소하기도 했다.

끝까지 의심을 거두지 않은 구매자들에게는 즉시 환불을 해주기도 했다. 곧바로 환불을 해주면 굳이 경찰이나 관계 기관에 '짝퉁' 제품을 신고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그가 1년 이상 '짝퉁' 운동화 쇼핑몰 3곳을 운영하면서도 단속에 걸리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다.

임 씨는 신고를 피하기 위해 고객들의 환불 요구를 대부분 받아들였다.


서울 종암경찰서 사이버수사팀 김민수 경사는 "'짝퉁'에 속지 않으려면 해당 인터넷 쇼핑몰이 실제 병행수입업체인지 꼼꼼히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제품을 받고 나서 의심이 들면 제품 일련번호를 해당 브랜드에 문의해 확인해보라고 조언하기도 했다. 아무리 그럴듯한 '짝퉁'이라도 일련 번호까지 속일 수는 없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그는 일단 의심스러운 제품이라면 구매하지 말 것을 권했다. 찝찝한 마음으로 구매했다가 후회하느니 차라리 제값 주고 정품을 사라는 말이다.

송락규기자 (rockyou@kbs.co.kr)

Copyright © KB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