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기고] 식용 목적의 개, 인도적인 도축 가능할까

명보영 수의사 입력 2017.06.29. 08:00 수정 2017.06.29.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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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복날 서울 광진구 중곡동의 한 보신탕 음식점 앞에서 동물복지단체 생동생사 회원들이 개고기 식용종식과 각 지자체에 동물보호과를 신설할 것을 촉구하는 침묵시위를 벌이고 있다. (자료사진)/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서울=뉴스1) 명보영 수의사 = 새 정부에서 '개식용 단계적 금지'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그동안 개식용 문제는 여러 논쟁으로 인해 한발 앞으로도 나가지 못하고 있었다. 오히려 합법화의 움직임까지 있기도 했다.

많은 사람들이 경험해 봤을 것으로 생각되지만 필자 역시 어렸을 적 공터에서 어른들이 개를 몽둥이로 때려죽이는 광경을 본 적이 있다. 어린 마음에 많이 놀라기도 했고, 왜 이런 상황이 생길까 궁금해한 적이 있다. 그리고 그날의 정신적인 충격이 한동안 지속된 적 있다.

수의사가 되고 동물보호소 수의사 생활을 수년간 했다. 열악한 상황을 개선해보고자 들어간 곳이었는데 시에서 운영하는 동물보호소는 유기동물의 삶과 죽음이 항상 교차되는 곳이었다. 물론 많은 생명에게 도움을 주긴 했지만 한동안 정신적인 충격이 남아 힘든 시기를 보낸 적 있다.

지난해 대만에서 동물보호소 수의사의 자살이 전 세계적으로 이슈화된 적이 있는데 안타까운 일이지만 그 마음이 이해가기도 했다.

국내에서는 구제역 파동으로 동물 생매장에 동원된 관련 공무원들이 심각한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기도 했다. 생명의 죽음에 대해 항상 접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의연하게 대처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동물의 용도적 구분에 따라 반려동물, 산업동물, 실험동물 등 분야에서 일하는 직업인뿐만 아니라 일반인들도 비슷한 상황을 접하게 되면 마찬가지로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겪게 될 것이다.

◇'소, 돼지, 닭처럼 위생관리를 하고 인도적인 도축을 하면 되지 않느냐?'

개식용 반대와 관련된 기사에는 ‘항상 소, 돼지, 닭 등은 먹으면서 개는 안 되나?’ 라는 댓글들이 달린다. ‘소, 돼지, 닭처럼 위생관리를 하고 인도적인 도축을 하면 되지 않느냐’는 물음 역시 자주 보인다.

이런 질문에 대한 답으로 실제 이뤄지고 있는 개도살 방법들을 살펴보고자 한다.

우리나라에서 대단위 도축을 하는 염소도축장, 개도살장 등에서는 일반적으로 전기충격에 의한 감전사 또는 전기충격 후 방혈하는 방법을 사용한다. 전기봉을 사용해 개의 눈이나 입에 전기충격을 1~3분 정도 가해 전신마비를 일으키는 방법으로 감전사시키거나, 마비된 상태에서 경정맥을 절단하여 방혈을 통해 죽음에 이르게 하는 것이다.

이를 어떤 사람들은 안락사로 이해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바로 죽음에 이르게 하는 것이 아니고 의식이 남아있는 경우도 많다.

또 개를 트럭으로 싣고 온 후 시간을 줄이기 위해 별도의 계류장으로 이동시키지 않고, 트럭 위에서 차례대로 전기도살을 하기도 한다. 트럭 위 케이지에 많은 개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트럭 위에서 전기도살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주위의 개들은 겁에 질리고, 극도의 스트레스로 철망을 물어뜯거나 전기봉을 물어뜯는 공격성을 보이고, 몸부림치는 행동, 배변, 배뇨, 침 흘림, 항문낭액 배출, 동공 팽창, 심장 박동 증가, 근육 경련 등 증상이 나타난다.

이 증상들은 동물에게 해로운 자극을 할 경우 심한 스트레스, 공포, 불안 등과 관련된 행동 방식이다.

소규모 농장, 식당 등에서는 개를 몽둥이로 두들긴 후 불에 태워 죽이거나 질식시켜 죽이기도 하는데 전기 충격을 가해 죽이는 '전살', 목을 매달아 죽이는 '교살'을 병행하기도 한다.

그리고 일반인들도 쉽게 구입할 수 있는 근이완제를 사용하여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도살하는 것도 확인됐다.

◇개 도살 방법에 대한 우리 사회의 생각은?

2013년 부산 기장군 개도살장 사건의 예를 들면, 해당 경찰이 망치로 개를 때려죽이는 것을 확인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는 잔인한 방법에 해당하는 것이 아니어서 동물보호법에 대한 처벌이 어렵다고 했다. 그뿐 아니라 개식용 관련 사건, 동물학대 사건 등에서 사법부 판단은 동물보호법에 명시된 '다른 동물이 보는 앞에서 도살', '도구를 이용한 물리적인 충격으로 인한 상해' 등이 포함되었음에도 무죄 판결을 내리거나 단순 재물손괴로 보는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고 있다.

실제 이런 개도살 행위를 동물보호법으로 처벌할 경우 전국의 개도살장에 모두 적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소극적인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인도적인 죽음과 관련된 것은 '통증과 의식 유무'이다.

개식용 업계에서 실행하고 있는 도살 방법에 대해 대학생 300여명에게 설문조사를 한 적이 있다. 95%의 학생들이 '비인도적인 죽음'이라고 답했다. 이처럼 현재의 도살 방법을 인도적이라고 생각하는 이는 많지 않다.

그러면 '소, 돼지, 닭의 죽음은 인도적이냐?'는 물음 역시 할 수 있을 것이다.

동물의 종, 품종, 크기, 사육 상태, 길들여진 정도, 아픈 상처나 병의 존재, 흥분 정도 등에 따라 안락사 방법이 결정된다.

개는 엄연히 소, 돼지 등 산업동물과 다른 동물이다. 산업동물의 도축이 인도적이란 얘기는 아니지만 수많은 연구에 의한 방법이 통용되고 있다. 개의 안락사와 관련된 연구 역시 오랜 기간에 걸쳐 만들어져 있다. 다만 개를 식용 목적으로 한 도살의 연구는 전 세계적으로 없으며 유기동물 안락사와 관련된 연구만이 있을 뿐이다.

전 세계적으로 국제수역사무국(OIE)과 더불어 세계 유명 동물보호단체들에 통용되는 동물의 죽음과 관련된 지침들이 있다.

다음은 미국수의사회(AVMA) 위원회에서 명시하고 있는 동물의 인도적인 죽음과 관련된 내용이다.

1. 아픔을 수반하지 않고 치사시킬 수 있을 것 2. 의식소실까지에 요하는 시간이 짧을 것 3. 치사에 이르는 시간이 짧을 것 4. 확실할 것 5. 실시자에게 있어서 안전할 것 6. 심리적 스트레스가 적을 것 7. 목적, 필요성에의 적합성이 높을 것 8. 실시자 및 주위 사람에 정서적인 영향이 적을 것 9. 경제성 10. 병리조직학적 평가에 대한 적합성이 높을 것 11. 약물의 효력과 폐해를 고려할 것

우리나라에서 개식용 목적의 도살인 감전사, 교살, 방혈, 근이완제 투여 등은 비인도적인 죽음으로 분류되고 있다. 또한 약물을 이용한 도살은 사람의 체내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식용 목적의 동물에게 사용해서는 안 되는 방법이다.

개식용 업계에서 주로 활용하고 있는 감전사의 경우 수십 년 전 개, 고양이, 양, 돼지, 여우, 밍크의 안락사에 사용된 적이 있다. 지금은 극심한 통증 및 스트레스를 유발해 전 세계적으로 비인도적인 죽음으로 분류되어 있을 뿐 아니라 사용하지 않는 방법이다.

감전사와 관련해 미국 수의사회(AVMA)에서 언급하는 문제점은 다음과 같다.

1. 사람에게 위험하다 2. 시간이 오래 걸린다 3. 위험한 동물에게는 유용한 방법이 아니다 4. 사지, 머리, 목이 경직되므로 보기에 좋지 않다 5. 전류가 중단된 후 심실의 섬유성 연축을 계속 지속시키지 못하기 때문에 동물이 사망하지 않을 수 있다 6. 심한 통증과 스트레스를 유발한다

미국 수의사회에서는 이런 이유로 감전사를 비인도적인 죽음으로 분류하고 있다.

그렇다면 전 세계적으로 인정되는 개의 인도적인 죽음은 어떤 것일까.

그것은 바로 적절한 약물에 의한 것이다. 하지만 식육 및 사료로 쓰는 동물에 사용은 약물을 섭식한 사람, 동물에게도 축적이 되기 때문에 금지하고 있다.

산업동물의 도축방식은 지속적으로 문제가 제기되고 있으며, 전 세계적으로 인도적인 도축을 위한 연구가 계속 진행 중이다.

반면, 식용으로서의 개 도살 및 도살과정 등에 연구는 이루어진 바 없다. 이는 곧 개 도살(식용)이 합법화 될 수 없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다.

개 도축에 대한 연구가 만약 한국에서 이루어진다면 그 자체가 국제적인 망신이 될 것이며, 소, 돼지와 비슷한 방법의 도축 방식이 합법화된다면 그 또한 국제적인 망신이다. 개는 소, 돼지가 아니다.

‘버려진 동물을 위한 수의사회’ 명보영 수의사(광주 주주동물병원장).© News1

wook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