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돌아온 양현종의 반성 "내가 너무 욕심을 냈다"

광주 |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입력 2017. 6. 29. 05:59 수정 2017. 6. 29.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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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양현종이 지난 28일 광주 삼성전에서 승리해 시즌 10승 고지를 밟으며 전구단 상대 승리를 기록한 뒤 기념 공을 들어보이고 있다. 광주 | 김은진 기자

4년 연속 10승. 시즌 최초 전 구단 상대 승리. 길었던 한 달, 부진의 터널을 빠져나오자 또 곧바로 상승세다.

양현종(29·KIA)이 슬럼프를 완전히 벗어던졌다. 지난 27일 삼성전에서 승리하며 헥터 노에시(KIA)에 이어 올시즌 두번째로 10승 고지에 올랐다.

개막후 7전 전승으로 질주하던 양현종은 5월14일 SK전부터 5경기 연속 승리하지 못하고 3연패를 안았다. ‘이닝이터’ 양현종은 이 5경기에서 25이닝밖에 던지지 못하고 26실점(23자책)을 기록했다. 5경기 평균자책이 8.28이었다. 최악의 부진에 빠져있다가 딱 한 달 만인 15일 롯데전에서 8승째를 거두더니 27일 삼성전까지 2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 이하)를 기록, 완벽하게 되살아났다.

한 달 사이, 양현종에게는 무슨 일이 있었고, 어떤 생각을 하며 슬럼프를 극복했을까. 10승 고지를 밟은 양현종에게 28일 직접 들어보았다.

■너무 욕심을 냈다

양현종이 생각하는 부진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욕심’이었다. 양현종은 시즌 초반을 그렇게 잘 출발해본 적이 없다. 페이스 자체도 늦게 올라오는 편인 데다 승운이 따르지 않는 선수였다. 개막후 7전 전승을 거둔 올시즌 초반은 매우 생소한 경험이었다. 개인 승수가 착착 쌓이는 데다 팀은 1위를 질주했다. 신이 났다. ‘이기는 맛’을 알게 되니 마운드 위에서 욕심이 나기 시작했다. 경기가 진행될수록 안타를 덜 맞고 싶고, 삼진을 더 잡고 싶고, 더 많은 이닝을 던지고 싶었다. 힘이 들어갔고 그런 경기가 반복되다보니 밸런스가 무너졌다. 양현종은 “처음으로 그렇게 잘 되다보니 더 잘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기 시작했다. 더 많이 이기고 싶다는 생각에 급해지면서 밸런스가 무너졌던 것 같다”며 “밸런스 하나, 간단한 것 하나만 잡으면 됐는데 너무 크고 깊게 생각하다보니 폼이 망가졌다”고 말했다.

결국 투구 동작의 문제로 이어졌다. 양현종은 빠른 직구와 함께 슬라이더와 체인지업을 섞어 좌·우 타자 유형에 따라 승부하는 투수다. 그러나 변화구를 던질 때 릴리스 포인트가 뒤로 처지면서 타자들에게 통하지 않기 시작했다. 결과적으로 직구도 맞아나가 난타를 당했다. KIA 오준형·이상화 전력분석요원의 세밀한 분석 결과로 문제점을 찾아낸 양현종은 자신만의 훈련법으로 5년 만에 다시 치열한 시간으로 돌입했다.

KIA 양현종이 지난 5월 경기 뒤 실내훈련장에서 혼자 한밤 섀도우 피칭을 하고 있다. KIA 타이거즈 제공

■5년 만의 섀도우 피칭

지난 한 달 동안 양현종은 경기를 마치면 흰 수건 한 장을 들고 그라운드로 나갔다. 수건을 들고 투구 동작을 하는 가상의 피칭, 섀도우 피칭을 했다. 불펜에서 시작해 야구장을 한 바퀴 돈 뒤 마운드 위에서 마무리를 하는 40분 가량 여정을 거의 매일 반복했다. 양현종이 수건을 다시 손에 잡은 것은 한창 부진했던 2011~2012년 이후 5년 만에 처음이었다. 2009년 풀타임 선발 데뷔하고 2010년 16승을 거두며 특급 선발로 올라섰던 양현종이 갑자기 부진의 나락으로 떨어졌던 2년이었다. 당시 양현종에게는 어깨 통증이 가장 큰 문제였다. 이번에는 달랐다. 양현종은 “아프지 않고 이렇게 긴 슬럼프에 빠진 것은 처음이라 정말 답답했다. 처음엔 뭘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며 “뭐라도 하면서 다시 찾아야 한다고 생각했고, 전력분석팀 형들이 찾아준 영상을 외장하드에 담았다. 올시즌 좋았을 때의 영상만 반복해서 본 뒤 또 좋지 않았을 때의 영상을 반복해서 봤다. 차이점이 분명히 보였고 이해가 됐기 때문에 그 영상을 생각하며 실전처럼 섀도우 피칭을 했다”고 말했다.

부진의 원인이 부상 아닌 투구 매커니즘에 있다면 극복하기에 오히려 더 크고 어려운 문제일 수 있다. 그러나 전력분석팀의 도움으로 원인을 확실히 파악한 양현종은 매일 혼자만의 시뮬레이션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고 아주 길지 않은 시간 사이에 돌파해냈다. 양현종 스스로도 이제 “슬럼프에서 빠져나온 것은 확실하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전과 다른 우리 팀 속 깨달음

양현종은 KIA의 에이스다. 1선발 역할을 맡기 시작하면서 팀에 대한 책임감에 승수보다 이닝을 먼저 생각하게 된 투수다. 팀이 기대 이상으로 잘 나가며 8년 만의 우승에 도전하게 된 이번 시즌, 하필 에이스 양현종이 심각한 부진에 빠졌다. 하지만 KIA는 처지지 않고 1위를 지켰다. 어쩌면 양현종이 오히려 부담을 덜고 좀 더 자신에게 집중해 비교적 일찍 부진에서 벗어난 이유가 됐다.

양현종은 “전에는 팀의 연패를 내가 끊었는데 이번에는 팀의 연승이 나 때문에 끊겼다.정말 미안하고 창피했다. 동료들이 괜찮다고 위로를 해주는데 그 위로를 받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 창피했다. 전과는 완전히 반대였다”고 돌이켰다. 동시에 KIA가 달라졌다는 사실을 확실히 확인한 계기도 됐다. 양현종은 “그런데 내가 못 던져도 다른 선수들이 모두 잘 해서 팀은 계속 이기고 무너지지 않았다. 그게 다행이었다. 그래서 ‘올해는 진짜 나만 잘 하면 되겠구나’하는 생각을 내내 했다”고 말했다.

부진했던 한 달 사이 양현종은 여러 기록에서 조금 뒤처졌다. 초반 쌓아놓은 덕에 벌써 10승 고지를 밟았지만 2점대였던 평균자책은 3.80이 됐고 투구 이닝(92.1이닝)도 8위로 물러났다. 하지만 아직 시즌 절반이 남았고 만회할 시간은 충분하다. 양현종은 “이닝이 많이 아쉽지만 앞으로 아프지 않고 열심히 하다보면 올라갈 수 있다. 매를 일찍 맞은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며 “이제 내가 해야 될 일은 지금 찾은 것을 놓치지 않는 것이다. 앞으로도 한 두번은 그런 경기가 나올 수도 있겠지만 이번처럼 그 기간이 오래 가지 않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깨달음을 얻었다. 양현종은 “투수가 경기 중에 마운드 위에서 욕심을 내는 것은 절대 금물이라는 사실을 다시 깨달았다. 다시는 이런 일 없게 하겠다”고 말했다. 올시즌, 나아가 앞으로 양현종이 야구인생에서 지켜가야 할 큰 깨달음이다.

<광주 |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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