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재균
롯데 자이언츠 황재균이 20일 사직 구장에서 진행된 한화 이글스와의 경기에 앞서 훈련하고 있다. 2016.04.20.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이웅희기자] 꿈이 이뤄졌다. 팀을 떠날 뜻까지 밝히며 벼랑 끝 승부수를 던졌던 황재균(30·샌프란시스코)이 극적으로 메이저리그(ML) 무대를 밟게 됐다.

황재균은 지난 겨울 샌프란시스코와 스플릿 계약을 하며 ‘(미국시간 기준으로)6월30일까지 ML에 승격시키지 않으면 7월 1일부터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는다’는 옵트아웃 조항을 넣었고 지난 27일(한국시간) 이 권리를 행사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샌프란시스코가 황재균을 계속 외면했기 때문이다. 샌프란시스코는 그로부터 하루 만에 황재균을 ML 25인 로스터에 넣었다. 28일 복수의 현지 매체가 황재균의 ML 승격 소식을 일제히 전했다. 황재균은 29일 샌프란시스코의 홈구장인 AT&T 파크에서 열리는 콜로라도전에 선발출장할 예정이다. 역대 21번째 한국인 메이저리거의 탄생이다.

샌프란시스코는 이날 최근 허리부상에서 복귀했던 백업 내야수 코너 길라스피를 다시 부상자 명단에 올렸다. 그 자리에 황재균이 들어가게 됐다. 개막 로스터 경쟁에서 황재균을 제쳤던 크리스티안 아로요는 지난 14일 경기 중 투구에 손을 맞아 부상 중이고 주전 3루수 에두아르도 누네스는 햄스트링 부상에서 회복해 마무리 재활단계를 밟고 있다. 황재균은 백업 내야수 구실을 하게 될 전망이지만 일단 ML 데뷔전에는 선발 라인업에서 출발한다. 지난 25일 황재균에 앞서 콜업된 황재균의 경쟁자 라이언 존스도 아직 제대로 된 기회를 부여받지 못했다. 게다가 누네스가 7월 시작과 함께 복귀할 예정이다. 내야수 켈비 톰린슨, 외야수 고키스 에르난데스, 오스틴 슬레터 등 팀내에 백업요원 경쟁자들도 즐비하다. 황재균의 역할을 백업요원으로 봐야하는 이유다. 어쩌면 ML 승격보다 더 살벌한 경쟁이 황재균 앞에 놓여있다.

샌프란시스코의 갑작스런 콜업에 황재균은 “얼떨떨하다. AT&T 파크에 서봐야 진짜 실감이 날 것 같다”고 말했다. 진정한 도전은 이제 시작이다. 이번 승격으로 황재균의 옵트아웃 조항은 사라졌다. 다시 마이너리그로 내려가면 끝이다. 이후에는 황재균이 마이너리그에 장기간 머무른다고 해도 스스로 빠져나올 수 있는 권리가 없다. 그나마 희망적인 부분은 샌프란시스코가 주위 비난을 감수하면서까지 황재균을 곧바로 마이너리그로 보내진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어느 정도 기회를 부여받을 게 확실시 된다. 황재균이 ML에 계속 잔류하기 위해선 그 기회를 통해 자신의 가치를 입증하는 길뿐이다. 오른손 대타로 나가거나 종종 선발로 나갈 때마다 좋은 모습을 보여야 자리를 잡을 수 있다.

승격 전까지 황재균은 샌프란시스코 산하 트리플A팀인 새크라멘토에서 68경기에 출전해 타율 0.287(254타수 73안타), 7홈런, 44타점, 장타율 0.476, 출루율 0.333을 기록했다. 지난달 13일 첫 홈런 이후 7개의 홈런을 터뜨렸고 승격 바로 전인 지난 27일 엘 파소와의 원정경기에서도 홈런포를 작렬했다. 마이너리그로 내려간 초반 힘을 과시하기 위해 타석에서 덤비기도 했지만 차츰 안정을 찾아가며 적응했다. 황재균이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 기간 구단 최고 신인에게 주어지는 바니 뉴전트 상 수상자로 선정됐다는 점도 호재다. 빅리그 투수들을 상대로도 좋은 타격을 할 수 있다는 증표를 이미 받아 놓은 것으로 볼 수 있다. KBO리그에서 20도루 이상을 했던 황재균은 빠른 발로도 어필할 수 있다. 내야 수비는 물론 외야 수비까지 소화하는 ‘멀티플레이어’로서의 장점을 부각시킬 필요도 있다.

약 3개월간의 마이너리그 생활을 통해 더 단단해진 황재균은 “마이너리그가 국내 퓨처스리그(2군) 생활보다 더 힘들었다. (빅리그에서 뛰어보고 싶다는 꿈을 1차로 이뤘으니) 이제 결과를 떠나 즐겁게 야구를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무대에 선다는 긴장감 따위는 찾아볼 수 없었다.

iaspire@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