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연속 연장 12회.. 치어리더도 몸살 났다

강호철 기자 2017. 6. 29.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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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LG, 어제도 5시간 5분 '마라톤 승부'.. 9대9로 비겨
이틀간 10시간 43분.. 안타 66개, 투수 30명, 사사구 30개

그라운드의 선수들은 다리가 후들후들 떨리는 듯했다. 타자가 돌리는 방망이에도 힘이 느껴지지 않았고, 타구를 처리하는 야수들의 움직임도 둔했다. 치어리더들도 응원 구호를 외치다 말고 깊은 숨을 토했다.

LG와 롯데가 이틀 연속 '기진맥진' 승부를 펼쳤다. 두 팀은 1차전서 '무박 2일'경기를 펼치더니 28일에도 연장 12회 혈투를 벌였다.

전철 끊길라… - LG와 롯데만 만나면 유독 재밌는 구경거리가 많이 나온다. 팬들은 스페인 축구 레알마드리드와 FC바르셀로나의 라이벌전인‘엘클라시코’에 빗대 두 팀의 대결을‘엘롯라시코’라 부른다. 28일 엘롯라시코는 또 12회 연장 마라톤 승부가 됐다. 사직구장 전광판에 연장전 안내 문구가 떠 있다. /연합뉴스

27일 열린 1차전은 자정을 넘겨 28일 0시 9분 종료됐다. 5시간 38분의 마라톤 대결이었다. 1982년 프로야구 출범 후 치러진 1만7900여 경기 중 6번째 '무박 2일' 경기였다. 두 팀의 출혈은 컸다. LG는 이 경기에서 야수진을 모두 소모했고, 12회초엔 투수 이동현까지 타석에 들어섰다. 롯데는 팀 사상 최다 투수 출장 타이기록(10명)을 세우는 등 마운드의 고갈이 특히 심했다. 롯데 김문호는 11대10으로 극적인 승리를 거둔 후 "이겨서 기쁜데 일단 집에 가서 자고 싶다"고 말할 만큼 모두 기진맥진했다.

피로감을 풀 겨를도 없이 두 팀은 28일 오후에도 6시 31분부터 사투를 시작했다. 초반 5회까진 투수전 양상을 보였으나 6회 방망이가 터지면서 순식간에 6―6 동점이 됐다. 그때까지 경기 시간이 3시간. 경기가 길어지면서 피로감에 지친 선수들의 플레이가 느슨해졌다. 6회 양쪽이 뽑은 점수 모두 실책이 빌미가 됐다. 결국 9회까지 8―8로 연장에 들어갔다.

LG는 직전 경기 연장 12회 뼈아픈 끝내기 실책을 저지른 안익훈이 12회초 자신의 프로 첫 홈런을 터뜨리며 9―8로 앞섰다. 하지만 마지막 깜짝 반전이 기다리고 있었다. 롯데는 12회말 선두타자로 나선 이대호가 LG 6번째 투수 윤지웅을 상대로 비거리 125m 동점 홈런을 뽑아내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롯데는 이어진 공격에서 2사 만루로 역전 찬스를 잡았지만 마지막 타자 손아섭이 삼진 아웃되며 9대9 무승부로 경기를 끝냈다. 경기가 끝난 시각은 오후 11시 36분, 경기에 걸린 시간은 5시간 5분이었다.

두 팀은 이틀간 10시간 43분 사투를 벌이면서 39점(롯데 20, LG 19)을 뽑았다. 안타는 66개(롯데 35, LG 31), 사사구는 30개(롯데 14, LG 16) 나왔다. 1차전서 10명을 마운드에 올렸던 롯데는 28일 8명이 등판했고, LG는 이틀 연속 6명이 이어 던졌다. 이틀간 등장한 투수만 연인원 30명이 됐다. 보기 드문 혈투 속에 "이 경기를 직접 본 관중만이 진정한 승자"라는 말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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