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 가족의 탄생]나는 한국인 모델, 한현민입니다

김현예 2017. 6. 29.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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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 가정 출신 모델 한현민씨를 지난 5월 서울 마포구 서교동 세인트아이브스 카페에서 만났다. 임현동 기자
중앙일보의 디지털 광장 시민마이크가 디지털 다큐멘터리『新가족의 탄생: 당신의 가족은 누구입니까』를 연재합니다. 이 땅에서 '가족'의 이름으로 살고 있는 다양한 이들을 그들의 목소리로 소개합니다. 이번 이야기는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편견'이라는 짐을 어깨에 짊어진 모델 한현민(16) 군입니다. 이제 고등학교 1학년에 불과한 한현민군의 입에서 '롤모델'이라는 책임감 가득한 단어가 튀어나왔습니다. '다문화 가정'의 친구들이 우리 사회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본보기가 되겠다는 이야기인데요. 한군의 가족과, 꿈 이야기를 들어보겠습니다. 시민마이크 특별취재팀=김현예·이유정 기자, 조민아 멀티미디어 제작, 정유정 인턴기자(고려대 미디어학부 3년) peoplemic@peoplemic.com
교복을 입고 나타난 한현민은 잘 웃고 이야기하는 영락없는 10대 소년이었다. 카메라가 돌아가기 시작하자, 이내 진지한 표정으로 돌변했다. 임현동 기자

━ 1막 검은피부의 한국인

어릴 때 별명은 마이콜. 친구들은 거무스름한 내 피부 때문에 날 그렇게 부르곤 했다. 나이지리아인인 아버지는 무역업을 했다. 사업차 한국에 들어와 어머니를 만났고 내가 태어났다. 나고 자란 곳은 해방촌. 어린 시절 내 꿈은 대통령이었다. 우리 나라에서 제일 높은 사람이 되면 멋질 것 같았다.

처음부터 모델을 꿈꾸진 않았다. 나는 중학교 때까지 야구를 했다. 하지만 운동을 하려면 돈이 많이 들었다. 5남매 중 장남으로 아직 밑에 어린 동생들이 많아 야구를 포기해야 했다. 그러다 한 학교 선배가 대형 모델 회사에 들어갔다는 이야기를 듣게 됐다. 부러웠다. 어릴 때 엄마가 '나중에 커서 모델하라'고 말씀하셨던 게 기억에 남았다. 모델이 되어보자는 생각을 그때부터 갖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30만원을 내고 프로필 사진을 찍으면 해외 캐스팅 오디션에 나갈 수 있다는 연락을 받았다. "캐스팅하는 사람들이 (한현민군을) 좋게 보고 있다"는 것이었다. 수중에 돈이 없었지만 값을 깎아서라도 사진을 찍고 싶었다. 그렇게 사진을 찍고 나서야 사기라는 걸 알게 됐다. 수중에 남은 건 사진 뿐이었다. 페이스북에 사진을 올렸다. 에스에프 모델스의 윤범 대표가 연락을 해왔다. 이태원 길 한복판에서 길거리 워킹 테스트를 했고, 계약서를 썼다. 그 뒤로 내 인생은 180도 달라졌다.

남들과 달라 보이는 것이 싫었던 한현민은 '남들과 달라서' 좋은 모델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임현동 기자

━ 2막 나의 장군님 '울엄마'

전에는 50만원을 모아서 유니클로에서 옷을 한아름 사보는 게 소원이었다. 중학교 1학년 때였는데, 전단지 아르바이트를 했다. 옷이 너무 사고 싶어서 힘들어도 한달만 참고 해보자 했었다. 힘들게 했지만 수중에 들어온 돈은 4만원. 옷을 살까 했지만 첫 월급이니 엄마 선물을 사드리기로 했다. 그때 산 것이 빨간색 머그컵이었다.

"이런걸 뭐하러 사왔어?"라고 퉁명스럽게 말씀하셨지만 지금껏 열심히 쓰고 계시는 걸 보면 좋아하는 것 같다. 우리 집안의 장군님인 엄마는 늘 내가 하고 싶은 걸 하도록 해주셨다. 엄마는 내가 힘들어 할 때마다 '너는 특별한 존재야. 언젠가 좋은 일이 있을거야'라고 응원했다.

엄마의 덤덤한 응원은 힘이 됐다. 사실 유치원 시절부터 체험학습만 나가도 주위 사람들이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쳐다봤다. '왜 나를 쳐다보지?' 어린 마음에도 숨고싶었다. 나도 모르게 숨고 싶고, 튀어보이고 싶지 않았지만 모델일을 하면서 사람들의 눈을 극복했다. 모델을 하려면 어떻게든 튀려고 노력하는데, 나는 이제 눈에 띄는 걸 즐길 수 있는 것 같다.

중학교 1학년이던 2014년. 한현민군은 돈 벌어 옷을 실컷 사입어 보는 것이 소원이었다. 한달 꼬박 전단지 아르바이트를 하고 번 '첫월급'은 4만원. '나의 장군' 엄마에게 드릴 빨간 머그컵을 샀다. 임현동 기자

━ 3막 나의 꿈, 나의 지지대 '가족'

190㎝·65㎏. 모델 일은 다이어트가 수반된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건 순대국인데 무대에 서야 할 땐 먹질 못한다. 사실 모델 외에도 해보고 싶은 일은 많다. 바리스타도 되어 보고 싶다. 이제 갓 16살인데, 미래에 대해 더 생각해볼게 많지 않나. 가장 하고 싶은 것은 독립이다. 독립을 꿈꾸는 건 나쁜 의도는 아니다. 돈도 벌고 생활이 괜찮아지면 옆집이라도 좋으니 집근처에 나만의 방을 갖고 싶다. 내 집을 내 스타일대로 꾸미고 살아보면 어떨까하는 것이 내 로망이다. (웃음)

말하기엔 너무 이르지만 내가 어른이 되어 가정을 이루게 된다면 친구 같은 아빠가 되고 싶다. 이야기를 들어주고 함게 놀아주고, 여행가는 그런 사람. 내게 가족이란 '내 인생에 가장 믿을 만한 사람들'이다. 가족은 제일 믿을 수 있는 존재다. 가족이 없으면 생활이 불가능하다. 그만큼 소중한 존재들이다.

내게 사람들이 던지는 흔한 질문은 '어느 나라 사람이냐'는 것이다. 엄마가 어느 나라 사람이냐, 영어는 잘 하냐, 너희 나라는 가봤냐는 것인데 이제 그런 질문은 안들었으면 하는 마음도 있다. 요즘 주변에 다문화 가정 친구들이 늘어나고 있다. 우리 나라는 차별이 심한데, 나처럼 패션모델을 하고 싶어 하는 친구들도 있지 않을까란 생각을 한다. 내가 열심히 해서, 나 같은 친구들에게 좋은 롤 모델이 되고, 나처럼 친구들이 꿈을 이루면 좋겠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나와 비슷한 친구들에게 한 마디.

"만약 놀림을 받거나 힘들 때, 참지 마. 문제를 해결하려면 말을 해야 해. 그런 어려움을 함께 하라고 가족이 있는 거거든. 부정적으로 생각하면 그 어떤 문제도 풀리지 않아. 긍정적으로 생각해야 나중에 좋은 일이 생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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