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준호가 애써 달군 용광로에 냉각수 뿌린 에두

손준호가 애써 달군 용광로에 냉각수 뿌린 에두

(베스트 일레븐)

초반 일격을 당했던 포항의 스틸야드 용광로가 조금씩 다시 달아오르고 있었다. 그러나 전북의 에두는 이 용광로의 뜨거운 공정작업을 완전히 훼방 놓으며 사실상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어렵사리 열기와 분위기를 되찾은 홈팀 포항으로선 대단히 아쉬울 수밖에 없는 결과였다.

28일 저녁 7시 30분, 포항 스틸야드에서 KEB 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 2017 17라운드 포항 스틸러스와 전북 현대의 경기가 열렸다. 원정 팀 전북이 전반 5분·23분 터진 이동국의 멀티골과 후반 37분 터진 에두의 쐐기골을 앞세워 후반 11분 손준호가 한 골을 넣는 데 그친 포항을 3-1로 꺾고 시즌 10승을 기록했다.

초반 흐름은 싱거웠다. 경기에 올인한 포항이 좀처럼 힘을 쓰지 못했다. 최근 인천 유나이티드를 대파했던 멤버가 그대로 나왔지만, 전북의 강한 전방 압박과 초반 2득점의 상승세 앞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

그러나 후반전은 달랐다. 전반전의 문제점을 제대로 파악한 최순호 포항 감독은 후반 시작과 동시에 무랄랴와 이광혁을 교체 투입했고, 이후 포항다운 축구를 되찾았다. 포항은 후반 11분 빠르게 전환한 역습 상황서 무랄랴의 특급 패스를 받아 손준호가 깔끔한 마무리를 하며 드디어 한 점을 따라가기 시작했다. 앞선 시간 동안 억울한 판정과 상대의 다소 거친 파울 탓에 얼굴을 피지 못했던 손준호는 득점 후 E석을 돌며 모든 스틸야드 관중을 일으켜 세웠다.

손준호의 이 골과 동작은 스틸야드를 용광로처럼 달구기에 충분했다. 이후 포항은 완전히 달라졌다. 무랄랴의 빌드업에 이어 손준호까지 자유자재로 움직이며 공격에 활로를 열었고, 권완규와 강상우가 양 측면까지 치고 올라가 빠른 스프린트로 전북 풀백들의 뒤 공간을 팠다.

이날 경기는 대단히 뜨겁고, 치열했고, 거칠었다. 양 선수가 1분 간격으로 거친 슬라이딩 태클을 해 파울을 내기도 했고, 김진수는 다소 비신사적 행동으로 권완규를 걷어차기도 했다. 그만큼 경기는 뜨거웠다. 그런 와중에 조금 더 힘을 냈던 건 동기와 체력이 상대적으로 충분했던 포항이었다. 포항은 후반 26분 양동현의 헤더가 골대에 맞고, 무랄랴의 대포알 중거리슛이 골문을 살짝 빗나가는 등 계속해서 동점을 노렸다. 워낙 뜨거운 분위기 속에서 제 템포를 찾아가고 있던 포항이었기에, 이대로 가다간 동점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듯했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 포항의 열기에 단 번에 찬물, 아니 냉각수를 뿌린 이가 있었다. 바로 후반 교체 투입되었던 ‘골잡이’ 에두다.

에두는 교체 투입 후 포항의 상승세에 밀려 많은 기회를 잡지는 못했지만, 이따끔씩 찾아오는 기회서 간결한 원 터치 패스로 공격 전개를 이끄는 등 좋은 감각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런 에두는 후반 막판 정지 후 곧바로 재개된 상황서 공을 안정적으로 받은 뒤 힘과 기술을 이용해 수비수 둘을 무용지물로 만들고 포항 심장에 비수를 꽂았다. 금방이라도 2-2를 만들 듯했던 포항의 의지를 완전히 뿌리쳐버리는 쐐기골이자, 이날 경기 전북의 세 번째 골이었다.

일찍부터 내줬던 분위기를 기어이 다시 챙겨오며 저력을 보인 포항이지만, 에두가 자신의 클래스를 입증하며 가볍게 밀어 넣은 이 쐐기골은 그 상승세에 찬물을 뿌리기에 충분했다.

글=안영준 기자(ahnyj12@soccerbest11.co.kr)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