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춘 "망한 정권 정치적 책임..독배 내려달라"

박광연 기자 2017. 6. 28. 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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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블랙리스트 여전히 ‘모르쇠’
ㆍ재판 방청객 “거짓말 마라!”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28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블랙리스트 사건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78)이 28일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구속된 것에 대해 “정치적 책임을 통감한다”며 “재판할 것도 없이 독배를 내리면 깨끗이 마시고 이 상황을 끝내고 싶다”고 말했다.

김 전 실장은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재판장 황병헌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 재판에서 피고인 신문 도중 “과거 왕조시대 같으면 망한 정권, 왕조에서 도승지를 했으면 사약을 받지 않겠느냐. 백번 죽어도 마땅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나 김 전 실장은 “블랙리스트를 보고받지 못했다. 알지 못한다”며 블랙리스트 작성·관리를 지시한 혐의는 거듭 부인했다. 당시 청와대 비서관·행정관들이 관련된 일을 했을 수 있다며 책임을 실무진에게 돌리기도 했다.

김 전 실장은 ‘비서실장 재임 당시부터 지난해까지 청와대와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블랙리스트 명단을 만들어 관리했나’라는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질문에 “블랙리스트를 만들고 내려보내는 과정을 보고받거나 본 적이 없어 알지 못한다”고 답했다. 김 전 실장은 비서실장 재직 당시 블랙리스트란 용어조차 없었기에 문화예술인에 대한 지원 배제가 이뤄졌는지도 알 수 없었다고 밝혔다.

2014년 초 청와대에서 최초의 지원 배제 작업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민간단체 보조금 태스크포스(TF)’ 운영을 지시하고 보고받은 사실도 없다고 주장했다. 김 전 실장은 ‘대통령과 비서실장의 의중과 무관하게 해당 TF를 운영하고 보고서를 쓸 수 있나’라는 특검의 질문에 “저는 관련 문서를 보고받은 적이 없다. 대통령에게도 보고가 안됐다고 느낀다”며 박 전 대통령과의 연관성도 부인했다.

김 전 실장은 특검이 ‘시·도 문화재단 좌편향 일탈 시정 필요’라는 제목의 국가정보원 문건 등 구체적인 문서를 증거로 제시할 때마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답했다. 김 전 실장은 “3~4일 전 모임에서 있었던 일도 기억 안 나는데, 3~4년 전의 내용은 80세가 다 된 노인이 잘 기억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김 전 실장이 부인으로 일관하자 재판을 방청하던 임인자 전 서울변방연극제 예술감독(41)이 흐느끼며 “거짓말하지 마세요”라고 외쳤다. 이에 재판부는 임 전 감독을 법정에서 퇴정시켰다. 임 전 감독은 “저도 블랙리스트에 이름이 올랐다. 김 전 실장이 계속 ‘블랙리스트를 모른다’고 해 울분이 차올랐다”고 말했다.

<박광연 기자 lightyea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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