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법관회의 의결 '반쪽' 수용..법원 내홍 계속되나

최동순 기자,김일창 기자 2017. 6. 28.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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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 블랙리스트' 추가조사 없이 사실상 '종결' 수순
"퇴임 이후 가능한 상설화만 수용..당면 과제는 외면"
양승태 대법원장 2017.6.28/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서울=뉴스1) 최동순 기자,김일창 기자 = 양승태 대법원장이 사법행정권 남용사태와 관련한 전국법관대표회의의 의결을 일부만 수용하면서 법원의 내홍이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부분 수용이라는 형식을 취하긴 했으나, 정작 중요한 '사법 블랙리스트'에 대해선 사실상 '조사 종결'을 선언한 것이어서 일부 반발이 예상된다. 법관회의는 양 대법원장의 입장표명과 관련해 대표법관 및 전체 판사들에 대한 의견 수렴 절차에 들어갈 예정이다.

28일 양 대법원장은 법관회의 상설화 등 사법제도 개선에 대해 적극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도 '사법 블랙리스트' 의혹에 대한 추가조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양 대법원장은 진상조사위원회의 중립성, 독립성을 언급하며 "다시 조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특히 '사법 블랙리스트' 의혹을 푸는 열쇠로 꼽혔던 법원행정처 사법행정 담당자 등의 컴퓨터 물적조사에 대해서는 "이제껏 각종 비위 혐의나 위법사실 등 어떤 잘못이 드러난 경우조차도 법관이 사용하던 컴퓨터를 그의 동의 없이 조사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며 "교각살우의 우를 범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양 대법원장의 입장은 추가적인 진상규명 없이 '사법 블랙리스트' 논란을 덮겠다는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어 일선 판사들의 문제인식과는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사법 블랙리스트 등에 대한 추가조사 안건은 법관회의 의결 당시에도 70~80%의 찬성률로 의결된 것으로 알려졌다.

'사법 블랙리스트'는 법원행정처가 대법원장이나 사법부에 비판적인 입장과 견해 등을 개진해온 판사들의 명단과 정보를 만들어 관리하고 있다는 의혹이다. 앞서 진상조사위는 국제인권법연구회의 학술대회에 대한 연기 및 축소 압박을 가한 사실을 밝히면서도 '사법 블랙리스트'에 대해서는 제대로 된 물적조사 없이 '사실이 아니다'고 결론 내렸다. 명단이 저장돼 있다는 의혹이 일던 컴퓨터에 대해서는 "강제로 확보할 근거나 방법이 없다"는 이유로 조사하지 않았다.

법관회의는 지난 19일 사법행정권 남용사태에 대한 추가조사와 조사권 위임을 의결하면서, 향후 조사를 위해 전 법원행정처 차장과 전 양형위원회 상임위원 및 기획조정실 소속 법관들이 2016년·2017년에 사용한 컴퓨터와 저장매체에 대한 보존을 법원행정처에 요구해 왔다.

판사회의에 참석한 서울지역 한 판사는 양 대법원장의 입장표명에 대해 "(법관회의 의결을) 사실상 거부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사법 블랙리스트 추가조사는 다수 의견으로 의결됐고 소위원회까지 구성을 마친 사안"이라며 "결의 내용 가운데 가장 구체적이고 당장 눈앞에 실천할 수 있는 내용이 받아들여지지 않아 논란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법관회의 상설화 등 사법제도 개선 과제를 수용한 것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지만, 장기적 과제로 논의하자고 선언한 것이어서 불협화음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양 대법원장은 이날 입장문에서 "법관회의가 충분한 논의를 통해 널리 공감을 얻을 수 있는, 합리적인 모습을 제시해 주기를 기대한다"고 적었다.

또 국회에서 헌법상 독립기구 '사법평의회' 도입 방안 등 사법개혁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면서 사법부 자체개혁 방안에 힘이 실릴 수 있을지도 미지수로 남는다. 법관회의 상설화에 대법원 규칙이 아닌 법원조직법 개정이 필요할 경우에도 공은 국회로 넘어가게 된다.

한 지방법원 판사대표는 "법관회의 상설화는 사실상 양 대법원장 퇴임 이후에야 구체화될 문제"라고 지적하면서 "전면 거부할 경우 받게 될 정치적 부담만 피한 결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블랙리스트에 대한 재조사를 받지 않은 것은 예상했던 결과"라며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도 국정농단 블랙리스트 혐의로 기소된 마당에 어떻게 확산될지 몰라, 부담스러웠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doso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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