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거웠던 김영록 청문회…'의원불패' 청신호(종합)

머니투데이

세종=박경담 기자
민동훈 기자
이재원 기자

28일 '청문회 슈퍼 위크' 두번째 매치로 치러진 김영록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는 다소 싱겁게 진행됐다. 음주 운전, 방산비리 등 각종 의혹이 제기된 송영무 국방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와는 다르게 주로 정책 질의가 오갔다. 18·19대 국회의원 출신으로서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간사를 맡기도 한 김 후보자는 '청문회 의원 불패' 기록을 이어갈 전망이다.

김 후보자는 농식품부 장관 취임 후 해결할 3가지 당면 과제로 △쌀값 안정 △가축전염병 근본 해결책 마련 △가뭄 문제 대처 등을 꼽았다.

김 후보자는 "농촌은 고령화에 따른 청년층 감소, 자유무역협정(FTA) 확대 이후 수입 농산물 증가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최근에는 조류인플루엔자(AI), 구제역 등 가축 질병과 전례 없는 가뭄·우박 등 자연재해로 농업인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고 농촌 현실을 우려했다.

김 후보자는 쌀값 폭락에 대한 대응 의지를 보였다. 특히 그는 생산조정제를 내년부터 도입하겠다고 강조했다. 쌀 물량이 매년 20~30만톤씩 과잉 공급되는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김 후보자는 "생산조정제 도입이 쌀 공급 과잉을 해결할 사실상 유일한 방안"이라며 "올해 1500억원 규모의 생산조정제 예산을 기획재정부에 요구한 상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직접지불제 확충 등 쌀값 폭락으로 피해를 입는 농민에게 충분한 보상을 약속했다.

생산조정제는 벼 농가가 다른 작물로 바꿔 농사를 지을 때 정부가 보조금을 지원하는 제도다. 이 제도는 쌀 재배 면적을 줄임으로써 쌀 공급 과잉 문제를 풀 수 있는 대책으로 여겨진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과정에서 제시한 공약이기도 하다.

김 후보자는 또 가뭄 근본대책으로 수계별 공급체계를 수립해야 한다고 했다. 앞서 당정은 추가경정예산에 가뭄 예산을 담아야 한다며 항구적인 가뭄 대책으로 수계 연결사업을 제시했다. 담수율이 다른 저수지 간 물줄기를 연결해 농업용수를 원활하게 공급하겠다는 사업이다.

김 후보자는 지난해 발병한 AI 여파로 급등한 계란 가격도 안정시키겠다고 했다. 그는 "계란 수급이 불안한 건 사실이지만 앞으로 안정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무너진 생산기반을 조기에 회복시키는 게 급선무로 9월 추석 이전까지 계란 가격 안정을 위해 모든 수단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AI 백신 도입은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AI 백신을 섣불리 도입했다가 치료 약이 없는 변종이 발생하면 더 큰 악재가 터질 수 있다는 우려다.

김 후보자는 치킨 가격이 2만원을 웃도는 상황에도 관심을 쏟겠다고 했다. 그는 "치킨 원재료인 생닭의 생산·유통 단계부터 가격을 공시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치킨의 유통 과정을 살펴보는 건 공정거래위원회 소관이긴 하지만 닭고기 원가 공개로 업체 간 경쟁을 유도하겠다는 취지다.

김 후보자는 농·어민 최대 관심사 중 하나인 청탁금지법 개정에 대한 목소리도 내겠다고 했다. 그는 "청탁금지법이 농민에게 대단히 부담되는 게 현실"이라며 "법을 개정하거나 금액 기준을 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부터 시행된 청탁금지법의 금액 기준은 음식물, 선물, 경조사비가 각각 3만원, 5만원, 10만원이다.

그러면서 그는 "국산 농축산물이라도 청탁금지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추석 전에 금액기준 조정이 될 수 있도록 관계부처와 논의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