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비전문가 여론 등에 업고 脫원전 밀어붙이는 정부

2017. 6. 28.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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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울주군에 건설 중인 신고리 원자력발전소 5·6호기의 존폐를 여론에 맡기기로 한 것을 두고 논란이 거세다.

정부는 중립적 인사 10명 이내로 구성된 공론화위원회가 논의를 주도하고 이를 바탕으로 불특정 국민으로 이뤄진 시민배심원단이 신고리 5·6호기의 영구 중단 여부를 판단케 하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사실상 고리 5·6호기 폐기를 전제로 한 것이란 정황은 여러 곳에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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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배제 등 정부 저의 드러내 전기료 인상, 전력수급 등 과제 산적

정부가 울주군에 건설 중인 신고리 원자력발전소 5·6호기의 존폐를 여론에 맡기기로 한 것을 두고 논란이 거세다. 정부는 중립적 인사 10명 이내로 구성된 공론화위원회가 논의를 주도하고 이를 바탕으로 불특정 국민으로 이뤄진 시민배심원단이 신고리 5·6호기의 영구 중단 여부를 판단케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부의 이 같은 입장은 문제가 아주 많다. 우선 절차적 하자가 있다. 신고리 5·6호기는 정부가 승인하고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전문가 심사를 거쳐 결격사유가 없다고 확인된 국책사업이다. 법적 단계를 밟아 추진된 프로젝트를 법적 지위가 없는 배심원단 공론화라는 변칙적 과정을 통해 재결론내겠다는 것은 위법적 소지가 다분하다. 만약 공사 중단 결정이 내려지면 소송 등 법적 다툼이 수년간 이어져 국가적 손해가 눈덩이처럼 커질 것이 뻔하다.

또 공론화위원회에 원자력 전문가를 포함시키지 않고 단 3개월 만에 최종 판단토록 하겠다는 방안은 무책임하고 졸속이란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고도의 전문적 지식에 의해서만 정확히 가늠되는 원전의 안전성 등 현안을 비전문가들끼리 다뤄보자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원전이 실제 얼마나 위험한지, 안전을 담보할 장치는 없는지, 대체에너지원 확보는 가능하고 2조6000억원의 매몰 비용 보상은 어떻게 처리할지 등 여러 이슈에 대해 전문가들이 치열하게 찬반 토론을 하고 결론을 내려야 한다. 전문가를 배제한다는 것은 과학적 동의는 필요 없으니 정부가 주도하는 대로 따라오라는 것과 마찬가지다. ‘사회적 합의’를 내세우면서 ‘자신들만의 합의’에 근거해 밀어붙이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국가의 에너지 정책을 단 3개월 만에 결론내겠다는 무모함이 놀랍다. 독일이나 스위스의 경우 탈(脫)원전 정책을 수립하는 데 10년 이상 걸렸다. 원전 정책은 한 번 바뀌면 되돌리기 쉽지 않다. 원전을 포기함에 따라 수반되는 에너지 안보 위협, 전기료 인상 부담, 중장기 전력수급 대체비용 등 변수가 하나둘이 아니다. 원전 수출 선진국 반열에 오른 국내 원전산업의 괴멸도 우려된다. 일자리 한두 개가 아쉬운 마당에 있는 양질의 일터마저 걷어차고 있다.

정부가 사실상 고리 5·6호기 폐기를 전제로 한 것이란 정황은 여러 곳에서 확인됐다. 결론을 내려놓고 책임회피를 위해 ‘공론화’를 끄집어낸 것으로 보인다. 정책의 영향을 받는 당사자들이 회의를 거쳐 결론을 낸다는 점에서 정부의 공론화 과정 자체를 나무랄 일은 아닐지 모른다. 원전제로 정책의 방향이 잘못 설정됐다는 것도 아니다. 다만 장기적 안목과 전문성이 필요한 국가적 사안을 비전문가들이 조급하게 결론내리게 하는 저의가 못마땅하다. 아무리 좋게 봐도 꼼수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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