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거조작까지..10년 우려먹은 '문준용 채용 의혹 제기'

2017. 6. 28.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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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정진섭 한나라당 의원 처음 제기
노동부 감사 결과 "특혜 확증 없다" 결론
2012년 대선 앞두고 국정감사서 다시 논란
김상민 새누리 의원, 졸업예정 증명서 의혹 제기
2017년 국민의당·자유한국당 다시 점화
자유한국당, 응시원서 가필·조작의혹 제기
국민의당, 조작한 녹음파일로 막바지 공세

[한겨레]

2012년 6월17일 서울 서대문구 독립공원에서 대선 출마 선언을 하는 문재인 후보와 부인 김정숙씨, 아들 문준용씨.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문준용씨의 ‘특혜 채용 의혹’은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7년 4월24일 정진섭 당시 한나라당 의원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문재인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의 아들 준용씨의 한국고용정보원 특혜 채용 의혹을 처음으로 제기했다.

노동부 산하 준공공기관인 한국고용정보원은 2007년 1월 연구직 5명과 일반직 9명 등 직원 14명을 채용했다. 이 과정에서 문 비서실장(채용 당시 대통령 정무특보)의 아들이 채용돼 취업 특혜가 아니냐는 의혹 제기였다. 홍준표 당시 환경노동위원장은 한국고용정보원 감독기관인 노동부에 진위 여부를 조사해 5월20일까지 보고하도록 했다. 노동부 감사실은 5월7일부터 사흘간 조사한 결과 ‘채용 과정에 문제를 제기할 소지는 있지만 특혜를 줬다는 확증은 없다’는 결론을 내린 감사보고서를 내놨다.

준용씨 채용 특혜 의혹은 한동안 잠잠하다가 대통령 선거를 앞둔 2012년 10월 국정감사에서 다시 제기됐다. 김상민 의원을 비롯한 새누리당 의원들이 관련 질의에 나서자, 민주당 의원들은 ‘정치공세’라고 일축했다. 하지만 김 의원은 10월22일 고용노동부 국감에서 ‘문재인 후보 아들의 졸업예정 증명서가 서류 마감 뒤 발급됐다’는 주장을 새롭게 제기하며 공세를 이어갔다. 김 의원은 대선을 5일 남겨둔 12월13일 추가 의혹도 제기했다. 준용씨의 2006년 입사 면접 채점표 원본이 없고, 입사 14개월 만에 휴직하고 휴직 만료 직전에 퇴직해 37개월분 퇴직금을 수령했다고 주장했다.

2012년 국정감사와 대선 정국 속에서 당시 유력한 야당 대선 후보 아들에 대한 새누리당의 의혹 제기는 박근혜 후보의 대통령 당선과 함께 다시 잠잠했다.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이 조작·가필 의혹을 제기한 문준용씨의 응시원서 필체. 하태경 의원실 제공

한동안 수면 아래 가라앉아 있던 준용씨 취업 특혜 의혹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으로 올 5월 대선이 확정되면서 다시 점화됐다.

심재철(자유한국당) 국회 부의장은 지난 3월26일 준용씨의 휴직 중 미국 내 불법 취업 의혹을 제기한 데 이어, 30일 준용씨가 한국고용정보원 채용 과정에서 제출한 응시원서의 날짜가 변조됐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심 부의장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원서에 적힌 제출일인 2006년 12월4일의 ‘4'가 원래의 ‘11'에 가로획을 더해 ‘4'로 변조됐다”고 주장했다. 입사 지원서가 12월11일에 제출됐다면 접수 기간을 넘긴 게 된다. 문 후보 쪽은 “원본은 보존기간 연한이 지나 모두 파기됐고 공개된 응시원서가 진본인지 의심스럽다”고 반박했다. 심 국회부의장은 준용씨가 응시원서에 지원분야를 적지 않았는데도 합격했다는 의혹도 함께 제기했다.

자유한국당뿐만 아니라 대선에 안철수 후보를 내세운 국민의당도 준용씨 채용 의혹 제기에 가세했다.

이용주 국민의당 공명선거추진단장은 4월24일 기자회견을 열어 권재철 고용정보원장 시절(2006년 3월~2008년 7월)에 준용씨를 비롯해 10여명이 ‘특별한 배경’을 바탕으로 고용정보원에 채용됐다고 주장했다. 이 단장은 이 시기에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씨의 친척 권아무개씨와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의 딸, 청와대 행정관 출신 등이 특혜 채용됐다고 주장했다. 이튿날 국민의당은 ‘권양숙씨 친척 특혜 채용’은 사실이 아니라며 사과했지만, 같은 날 주승용 원내대표 등 국민의당 의원 9명은 한국고용정보원을 항의 방문해 국정조사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당은 4월26일 ‘계약해지자 재계약 등 관련’이란 제목의 문건을 공개하며 공세를 이어갔다. 이용주 단장은 한국고용정보원이 지난 2007년 초 준용씨의 ‘특혜 채용’ 의혹이 공론화하는 것을 막기 위해, 이를 문제 삼는 해고자들과 ‘비밀계약’을 맺어 재입사시켰다고 주장했다. 이런 주장에 대해 황기돈 당시 한국고용정보원 실장은 “당사자들이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해 법적인 일로 왔다갔다 하는 것보다는 합의하는 게 낫겠다고 판단했을 뿐 준용씨 채용과는 전혀 별개의 사안”이라고 밝혔다.

이틀 뒤인 4월28일 박지원 국민의당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은 새로운 의혹을 제기했다. 준용씨가 2007년 한국고용정보원 재직 당시 근무하지도 않으면서 매달 월급(300여만원)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한국고용정보원에 처음 출근한 준용씨는 2007년 1월8일 노동부 종합직업체험관(잡월드) 설립추진기획단으로 파견발령을 받았다. 그런데 국민의당이 확인해보니, 당시 노동부 잡월드 설립추진기획단장이었던 권태성 경북지방노동위원장은 “당시 한국고용정보원에서 김씨 성을 가진 연구원 두 명이 파견근무를 왔을 뿐 준용씨는 파견을 받은 기억이 없다”고 밝혔다는 것이었다.

이에 고용정보원은 이날 해명자료를 내 “당시 문씨는 노동부 기획단에서 요청한 잡월드의 직업정보관 콘텐츠 개발 등 관련 업무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 실제로는 주로 서울 영등포구에 소재한 고용정보원에서 근무한 것으로 파악됐다. 관련 문서에 의하면 고용정보원은 노동부 잡월드 추진기획단 업무를 지원하기 위해 내부에 준용씨를 포함한 6명으로 티에프(TF)를 구성하고 2007년 1월24일부터 3월 말까지 운영했다”고 밝혔다.

대선이 코앞으로 다가오자 국민의당은 공세 수위를 한층 높였다. 국민의당은 5월5일 준용씨와 함께 미국 파슨스디자인스쿨 대학원을 다녔던 동료의 증언을 확보했다며 녹음 파일을 틀었다. 음성 변조된 이 녹음에서 ‘동료’는 준용씨의 한국고용정보원 응시 과정에 대해 “아빠(문 후보)가 얘기를 해서 어디에 이력서만 내면 된다고 (준용씨가) 얘기를 했다”고 말했다. 준용씨의 고용정보원 입사는 문재인 후보가 도운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당시 제보자의 신빙성에 의문이 제기되자 국민의당은 “제보자 보호를 위해서 (누구인지) 밝힐 수 없지만, 좋은 기업에 다니고 있고 국내에 거주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민의당은 대선이 끝난 지 2달여가 지난 6월26일 녹음파일이 조작됐다고 밝혔다. 녹음 내용은 당 청년위원회에서 활동하던 당원 이유미씨가 친척과 연기를 하는 방식으로 허위로 만든 자료였다. 이씨는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영입해 청년 몫으로 지도부에 합류했던 이준서 전 최고위원을 통해 이 녹음 파일을 당에 전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선 때 공명선거추진단 단장을 맡았던 이용주 의원은 이날 “지난 24일 이씨가 찾아와서 해당 자료를 본인이 직접 조작해 제출한 자료라고 말했다”고 말했다.

문준용씨 채용 특혜 의혹 주장 가운데 가장 수위가 높았던 녹음 파일이 조작된 것으로 드러남에 따라 10년을 이어온 논란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이충신 기자 cs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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