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파적인 씨네리뷰] 김수현 엉덩이·설리 가슴 노출만 '리얼'

이다원 기자 edaone@kyunghyang.com 2017. 6. 28.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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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파적인 한줄평 : 예쁜 선물 박스라 잔뜩 기대하고 열었더니 달랑 10원만 들어있을 때 그 당혹감.

영화 <리얼>(감독 이사랑)은 괴상한 매력을 지녔다. 국내에선 보기 어려운 현란한 카메라 워킹과 CG, 아름다운 영상미를 자랑하면서도 정작 보고 나면 뭘 봤는지 머리에 남질 않는다. 그저 김수현의 엉덩이와 설리의 상반신 노출만 기억난다. 그렇다고 대충 함부로 만든 것도 아니다. 코피 나도록 열심히 공부했지만 시험 성적은 겨우 15점 받은 학생 같다고나 할까.

영화 ‘리얼’ 포스터, 사진 CJ엔터테인먼트

<리얼>이 드디어 베일을 벗었다. 늘 흥행 행보만 걸어왔던 김수현의 입대 전 마지막 작품이 될 수도 있기에 <리얼>에 대한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도 뜨거웠다. 여기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이슈메이커 설리가 본업인 배우로 합류해 그 기대감은 더욱 높아졌다. 100억원 규모의 제작비가 투입됐다는 사실도 모두를 놀라게 했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재료를 써도 요리사가 신통치 않으면 좋은 음식은 나올 수 없는 법이다. <리얼>이 그 좋은 예가 됐다. 화려한 카지노를 배경으로 자아분열된 주인공 ‘장태영’(김수현)을 앞세워 ‘진짜란 무엇인가’라는 무거운 메시지를 전달하려 했지만 100% 실패했다. 필름 안을 가득 채운 마약, 섹스, 폭력 등 자극적인 요소도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기엔 역부족이었다. 개연성을 따질 수도 없는 빈약한 내러티브가 문제였다.

극 중 카지노 ‘시에스타’를 설립한 폭력배 장태영은 카지노를 빼앗으려는 암흑가 대부 ‘조원근’(성동일)을 제거하기 위해 자신과 이름·얼굴 등 모든 게 똑같은 투자자 ‘장태영’(김수현)과 손 잡는다. 그러나 ‘투자자 장태영’의 욕심은 딴 곳에 있었다. ‘폭력배 장태영’의 연인인 ‘송유화’(설리)는 물론 그의 모든 것을 빼앗고 진짜 행세를 하기 시작한다. 이후 누가 진짜 ‘장태영’인지 알 수 없는 상황에 이르게 된다.

<리얼>은 이렇게 단순한 구도로 자아분열된 인격체 ‘장태영’과 인위적으로 재창조된 ‘장태영’을 대비해 ‘진짜’의 실체를 가리고자 한다. 굉장히 복잡하고 어려운 설계를 단순한 드라마투르기에 우겨넣다보니 수납이 엉망이 될 수 밖에 없다. 눈으로 보이지 않는 ‘실체’에 대해 논하기에 심오하면서도 섬세한 연출이 필요했다. 여기에 화려한 영상미까지 더해졌다면 올해 최고의 걸작이 탄생했을 수도 있다.

연출을 맡은 이사랑 감독도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은 의도를 내비쳤다. 그는 “당신들이 진짜로 믿는 게 뭐냐고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 그 실체가 뭔지 잘 모르고 표현할 방법도 없지 않느냐. 자신이 진짜라고 믿는 게 ‘진짜’가 되는 것”이라며 “그 메시지를 애매한 리듬감이나 색감을 통해 전달하고자 했다. ‘뭔가 이상한데’라고 하면서도 지켜보게 되는 영화로 만들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애초부터 이 감독이 작품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던 탓일까. 혹은 촬영 후반부 감독이 교체된 영향이 컸던 것일까. <리얼>은 ‘뭔가 이상한’ 영화로만 남았다. 엄청난 부호인 ‘투자자 장태영’이 왜 ‘폭력배 장태영’의 모든 것을 탐하게 됐는지, 주치의 최진기(이성민)는 왜 장태영에게 접근했는지, 형사 출신 르포작가 노염(이경영)은 장태영과 어떤 사이이며 왜 중간에 갑자기 사라지고 말았는지… 그에 대한 근거는 하나도 찾을 수 없다. 불친절하다 못해 부정확하다.

얼개가 엉성하니 볼거리에 잔뜩 힘 줄 수밖에 없었다. 카지노 무희들의 전라 댄스, 성매매 현장, 피가 낭자한 싸움 등 눈이 피곤할 정도로 자극적인 장면들이 이유 없이 이어진다. 특히나 카지노 ‘시에스타’는 전개와 관계없이 자주 노출된다. 일각에선 카지노 CF가 아니냐는 우스갯소리도 나올 정도다.

거품을 걷어내고 남은 건 파격 노출을 감행한 김수현의 노력 뿐이다. 엉덩이를 드러내면서까지 연기에 몰입했고, 1인2역도 천연덕스럽게 소화해냈다. 설리의 반라 노출도 과감하다. 걸그룹 이미지는 오래 전 깨졌지만 그나마 남아있던 잔상마저도 모두 갈아엎을 정도로 강렬하다. 특히 마약 중독으로 고통 받는 마지막 장면은 ‘아역 배우 출신’이란 수식어를 실감케 한다. 그가 “이 영화를 보면 설리가 뭘 좋아하는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장담한 만큼 베드신 이후부턴 연기에 강한 자신감도 붙어 있다.

<리얼>은 감독이 얼마나 중요한 존재인지 ‘리얼’하게 알려주는 지표가 됐다. 그럼에도 꼭 보고 싶다면 말리진 않는다. 전국 극장가 절찬리 상영 중.

<이다원 기자 eda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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