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현석이 강릉중앙고를 4강에 올리기까지

홍의택 입력 2017. 6. 28. 15:11 수정 2017. 6. 28.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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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진표가 나오면 으레 해보는 일.

매탄고(수원 삼성 U-18), 현대고(울산 현대 U-18), 포항제철고(포항 스틸러스 U-18)가 이룬 4강에 유일한 학원 축구팀으로 합류했다.

단오 정기전이 3일이었고, 왕중왕전 첫 경기 64강전이 15일이었다.

"응원 힘이 정말 컸어요"라며 고개를 숙이던 김 감독은 내달 1일 매탄고와의 4강전을 위해 다시 한번 김천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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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탈코리아=김천] 홍의택 기자= 대진표가 나오면 으레 해보는 일. "여기선 이 팀 올라가고, 저쪽에선 그 팀 올라가겠네".

경북 김천 일원에서 진행 중인 대교눈높이 전반기 전국 고등 축구리그 왕중왕전도 그렇다. 미래 대진을 예측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8강 한편엔 강릉중앙고도 이름을 올렸다. 청구고, 군산제일고, 이천제일고를 차례로 꺾었다. 25일 만나게 된 다음 상대는 강호 언남고. 현장 시선은 '4강은 조금 어렵지 않을까'였다. 하지만 승부차기 끝 극적으로 제압했다. 매탄고(수원 삼성 U-18), 현대고(울산 현대 U-18), 포항제철고(포항 스틸러스 U-18)가 이룬 4강에 유일한 학원 축구팀으로 합류했다.

그런 강릉중앙 감독이 누구냐고. '가물치'로 불렸던 사나이. 강릉중, 강릉농공고(현 강릉중앙), 연세대를 거친 김현석은 울산 현대에서만 10년 넘게 뛰며 전설로 자리매김한다. 이어 프로팀 지도자로 커리어를 쌓던 도중 지난 2014년 모교 강릉중앙으로 향했다.

■ 왕중왕전 4강이 말처럼 쉬운 게 아니다. 강원 권역에서 올라온 팀이 근래 이렇게 좋은 성적을 낸 적도 없다.
"강릉에는 옛말로 농상전(강릉중앙고의 옛 교명 강릉'농'공고, 강릉제일고의 옛 교명 강릉'상'고를 딴 지역 라이벌전. 매년 단오를 기념해 열린다)이 있다. 이번에 그 경기를 2-3으로 지면서 좌절했다. 그런데 오히려 우리 아이들이 융화가 잘 됐다"

■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 단오 정기전이 3일이었고, 왕중왕전 첫 경기 64강전이 15일이었다. 추스르고 이동하느라 바빴을 텐데.
"정기전을 대비하면서 충분히 훈련했기 때문에 그 효과가 이어지지 않았나 한다. 한 경기 좌절은 했어도 아이들에게 '공은 둥그니까 한 발자국이라도 더 뛰면 이길 수 있다'고 얘기해줬다. 학교에서는 전국대회보다 정기전을 더 중시하는 분위기인데 오히려 전국에서 큰 성적을 냈다(웃음)"

■ 대진이 상대적으로 괜찮았던 편이다. 프로 산하팀을 계속 피해왔다. 하지만 8강에서 만난 언남은 웬만한 유스팀보다 강한 학교 아닌가.
"사실상 산하팀이라고 생각했다. 이번 대회 우리의 최대치를 8강이라고 봤는데. 여기(4강)까지 올라온 건 기적이라고 봐야 하지 않을까. 이번 경기를 앞두고 아이들에게 '이런 기회 자주 오지 않는다. 여러분들이 한 칸씩 올라갈 때마다 진로가 달라진다. 인생이 달라진다'고 말해줬다. 그게 통한 듯하다"

■ 어쩌면 전통도, 명문도 옛말이 됐다. 인재가 프로 산하팀, 서울권으로 집중되는 현상이 매우 강해졌다. 김학범, 우성용, 이호진, 김호준, 최재수, 안재준 등을 배출한 강릉중앙이라도 쉽지 않다.
"선수 수급이 정말 어렵다. 좋은 선수들은 다 빠져나가고, 조금 한다는 아이들도 보인고, 언남고, 중동고, 영공(영등포공고) 등 서울/경기권으로 간다. 그다음 가능성 있는 아이들을 데려온다. 선수를 만든다기보다는 현 위치에서 조금이라도 더 올라갈 수 있게끔 하려 한다"

■ 강릉중앙에 온 지 어느덧 4년째다. 감독 김현석으로 보낸 지난날을 돌아본다면.
"프로에 있다가 고교로 오니 정말 고생 많았다. 프로는 나 혼자만 관리 차원에서 잘하면 되는데 여기는 내가 다 해야 한다. 아이들 눈높이 맞추는 게 제일 힘들었다. 그런데 이제는 그것도 어느 정도 된다. 앞으로 지도자 방향이 어떻게 바뀔지 모르겠지만, 지금 여기에서 하는 게 좋은 밑바탕이 될 거 같다. 튼튼한 반석이 되지 않을까"

김 감독은 수염이 덥수룩했다. 현역 때 징크스를 지금껏 이어왔다. 왠지 면도를 하면 질 것 같다고. 대회 일주일 전부터 안 했으니 어느덧 3주째다. 그래도 상관없다. 선수들에겐 "이 수염이 더 많이 길어지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경기 후 동문의 축하가 끊이질 않았다. 왕중왕 통틀어 가장 많은 동문 응원단이 방문한 강릉중앙. 머리 희끗희끗한 대선배 무리가 김 감독을 찾아 "가슴이 다 탔어", "나 눈물이 다 나더라고"라며 손을 어루만졌다.

"응원 힘이 정말 컸어요"라며 고개를 숙이던 김 감독은 내달 1일 매탄고와의 4강전을 위해 다시 한번 김천을 찾아야 한다. "김천 머네, 진짜 머네"라며 투정했어도 쉬이 오는 기회가 아니란 걸 누구보다도 잘 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스포탈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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