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재균을 트리플A에서 올릴 생각이 없어보였던 샌프란시스코가 갑작스레 움직였다. 그의 옵트아웃에 대한 국내 기사들이 활발히 올라온 다음날, 아니 정확히는 2시간 전까지만 해도 황재균의 국내 복귀 전망을 다룬 기사들이 올라오고 있던 상황에서 나온 반전이었다. 약 30분 전 샌프란시스코 담당기자 앤드류 배걸리가 트위터로 승격 소식을 처음 언급했다.

코너 길라스피가 또다시 부상자 명단으로 향하면서 승격 가능성이 있던 트리플A 선수 중 거의 막차를 타고 메이저리그 무대에 발을 들인 것이었다. 트리플A 성적이 좋았던 선수들 대부분이 이미 메이저리그에 갔다가 내려온 선수들이었다. 외야수 카를로스 몬크리프(중견수, 트리플A 52G .296 .362 .464 1홈런 10타점)와 포수 팀 페더로위츠(42G .305 .379 .437 4홈런 20타점)와 함께 승격 후보군으로 계속 트리플A에 남아있던 황재균은 이제야 기쁨을 누렸다.

황재균이 올라온 현재, 샌프란시스코의 상황은 매우 좋지 않고, 기존에 올라왔던 칼릭스테나 아로요를 콜업하지 않는 것은 황재균에 대한 기대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황재균의 상황을 짚어보자.

현재 샌프란시스코 3루수는 확실한 주전이 없는 상황

지금 로스터에 있는 3루수로는 라이더 존스, 켈비 톰린슨이 있다. 다 우타자지만, 황재균은 특출난 장점이 없다. 존스는 트리플A 공격 지표에서 황재균을 대부분 압도했다. 누적스탯인 타점만 황재균이 팀내 1위를 기록하며 앞섰을 뿐, 비율스탯과 홈런 등은 다 밀렸다.

수비는 톰린슨이 우위다. 톰린슨은 1루를 제외한 내야 전 포지션을 돌며 팬그래프 수비가치 0.6, DRS도 세 포지션에서 0을 기록하고 있다. 수비 소화는 몇 경기 없지만 나와서 역할을 해주고 있다. (3루수 6경기)

하지만 존스가 콜업된 3경기 동안 큰 임팩트가 없는 성적에 실책도 1개 기록했다. 또 톰린슨의 방망이는 절망적이다(70타수 공격가치 -2.9). 주전들이 돌아오기 전까지 황재균은 공격력으로 어필해야 할 것이다. 톰린슨은 유틸리티 내야수라 내려가지 않는다 해도, 오스틴 슬레터, 라이더 존스, 길라스피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해야만 주전으로 도약할 수 있고, 누네즈가 돌아온대도 로스터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이를 반영하듯, 내일 좌완선발을 상대로 보치 감독은 황재균을 내일 로스터에 등록함과 동시에 선발 3루수로 내보내겠다고 예고했다. 올라오자마자 기회를 부여받는 것이다.

약점이던 출루율과 수비는 우려

 메이저리그로 간 타자들의 KBO 출루율. 황재균은 KBO에서도 출루율로 인정받는 선수가 아니었는데 메이저리그에서 살아남으려면 출루 능력을 더 키워야 한다.

메이저리그로 간 타자들의 KBO 출루율. 황재균은 KBO에서도 출루율로 인정받는 선수가 아니었는데 메이저리그에서 살아남으려면 출루 능력을 더 키워야 한다. ⓒ 정강민



우선, 존스도 53경기 7실책을 기록했지만, 황재균보다 실책을 저지르는 비율은 적었다(황재균 68경기 11실책). 그러나 실책이 수비의 전부는 아니다. 일례로 애틀랜타의 유격수 댄스비 스완슨은 유격수로 73경기에 나와 13실책을 범했지만 수비 못한다는 평가는 없었다(DRS +3/UZR 0.8).

황재균도 3루에서 6개 실책 중 4개가 4월에 나왔고 감독이나 단장으로부터 좋은 평가도 받았다. 그럼에도 최근 수비를 지적받은 것은 비단 실책뿐 아니라 수비 자체가 불안하다는 점을 지적받은 것이 아닐까 한다. 샌프란시스코뿐 아니라 앞으로 메이저리그 커리어를 지속하려면 이 부분은 상당히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출루율은 사실 국내에서도 아쉬운 부분이었다. 현재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타자 가운데 출루율 관련 지표가 가장 낮았던 타자다. 타율은 2할 9푼에 육박하면서도 출루율이 .333에 그쳤다는 것은 현대 야구의 출루율을 중시하는 분위기에는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 국내 마지막 시즌에도 3할 3푼이 넘는 고타율에도 출루율이 4할에 미치지 못한 것이 우려스러운 부분이었는데 계약 때에도 그러더니 메이저리그 진입 부분에서도 발목을 잡았다.

출루율을 높이지 못하면 당장 콜업은 해도 메이저리그에서 버티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대호도 출루율 .312에 그쳤고, 만족스러운 메이저리그 계약을 얻지 못해 1년만에 도전을 접은 바 있고, 김현수도 .382라는 높은 출루율이 없었다면 작년 플래툰 요원으로 올라서지도 못했을 것이다. 이는 분명 황재균에게도 시사하는 부분이 있을 것이다.

총평 : 제한된 출장기회, 단점 지우고 눈도장 받아야 하는 어려운 상황

일단 이번 누네즈가 부상 후 햄스트링에 손상이 없어 빠르게 복귀한다고는 하지만, 이 부상으로 다른 팀들이 그를 바라보는 가치는 떨어질 수 밖에 없다. 햄스트링 부상을 당한 터라 빠른 발을 무기로 하는 그에게는 좋지 않은 부상이었다. 계속 팀에 잔류할 가능성도 남아있다.

유력한 트레이드 대상으로 지명된 누네즈가 로스터로 돌아온다면, 황재균에게는 직격타가 될 것이다(의외로 길라스피는 로스터 경쟁에서는 황재균에게 영향을 크게 주지는 않을 것이다. 좌타자-우타자인데다가, 좌타자 라이더 존스도 로스터에 있는 상황이다). 같은 우타 3루수인 누네즈, 범용성 높은 우타자 켈비 톰린슨의 존재로 인해 내야요원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금요일에 누네즈가 돌아온다고 예상되어 있어, 황재균에게는 시간이 많지 않다. 출장기회도 많이 받기는 어렵다. 콜업은 됐는데 상황이 어려워 보인다. 특히, 보장 계약이 아닌 스플릿 계약인데다가 첫번째 옵션을 행사할 경우 마이너리그 행을 피할 수 없다. (거부권도 없고, FA로 나갈 수도 없다) 누네즈가 트레이드로 나갈 경우 한줄기 빛이 생길 수도 있겠지만, 자칫하면 이번 콜업이 짧은 콜업이 되면 옵트아웃 행사까지 막혀버릴 수도 있다.

일단, 천금같은 기회는 얻었다. DFA와 계약 이관 절차만 피한다면, 황재균은 자유로이 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를 오갈 수 있는 신분이 되기 때문에 9월 이후에는 메이저리그에 계속 남아있을 확률이 높고 그 전에도 자리만 잡으면 계속 남을 수 있다. 환경은 나아졌지만 경쟁자들은 아직 도사리고 있다. 그들을 이겨내고 로스터에 잔류할 수 있을지 주목해보자. 그리고 고생한 만큼 잘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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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B 샌프란시스코 황재균 승격 자이언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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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B에서 일어난 팩트에 양념쳐서 가공하는 일반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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