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런 "금융규제 완화 반대"..트럼프 대통령과 정면 충돌

박상주 입력 2017. 6. 28.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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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박상주 기자 =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금융규제 완화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옐런 의장은 안전한 금융 시스템의 필요성을 국민들에게 환기시키는 것이 자신의 의무라고 말했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전으로 금융규제를 완화하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움직임에 정면으로 제동을 건 것이다.

【워싱턴=신화/뉴시스】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금융규제 완화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옐런 의장은 안전한 금융 시스템의 필요성을 국민들에게 환기시키는 것이 자신의 의무라고 말했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전으로 금융규제를 완화하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움직임에 정면으로 제동을 건 것이다. 사진은 옐런 의장이 지난해 12월 14일 워싱턴 기자회견에서 금리인상 결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모습. 2017.06.28.

파이낸셜타임스(FT)의 보도에 따르면 옐런 의장은 27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 니콜라스 스턴 브리티시아카데미 회장과 가진 대담에서 작은 은행과 다른 금융회사들이 금융규제로 인해 겪고 있는 어려움을 생각해야 한다면서도 금융규제의 핵심적인 내용들을 완화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옐런 의장은 이 자리에서 은행 스트레스 테스트(재무 건전성 평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또한 금융 위기에 대비한 자본 완충망(capital buffers)도 은행의 안전성과 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꼭 필요한 장치라고 말했다.

옐런 의장의 이 같은 입장은 금융규제를 완화하려는 트럼프 행정부의 입장과 정면으로 충돌하는 내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금융기관 규제를 대폭 완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혀왔다. 특히 금융개혁법인 도드-프랭크 법의 복잡한 규제들을 대대적으로 정비함으로써 돈을 필요로 하는 기업들이 쉽게 돈을 빌려 쓸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월 4일 백악관 사우스 코트 오디토리엄에서 열린 기업인들과의 타운홀 미팅에서 “금융업계를 위해 매우 좋은 일을 할 것이다. 은행이 돈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대출을 해 줄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도드-프랭크법에 대해 매우 중요한 이발(a very major haircut)을 하려 한다. 우리는 강력한 규제를 원한다. 또한 강력한 규범을 원한다. 그러나 일자리를 만들려는 사람들에게 은행이 돈을 빌려주는 일을 불가능하게 하는 규제는 안 된다”라고 말했다.

도드-프랭크법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 시절 금융위기 재발 방지를 위해 제정됐다. 2010년 7월 발효된 이 법은 상업은행과 투자은행의 업무 영역 분리, 대형 은행의 자본 확충 의무화, 파생 금융상품의 거래 투명성 제고, 금융지주회사 감독 강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옐런 의장은 현행 도드-프랭크법 등 금융규제들은 2007~2009년 금융위기 이후 은행과 다른 금융 서비스 기관들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라는 점을 상기시켰다. 그는 이 같은 안전망 때문에 미국의 금융 시스템이 훨씬 안전하고 건전해졌다고 말했다.

옐런 의장은 “과연 우리는 또 다른 금융위기를 앞으로 겪지 않을 까요?”라고 자문한 뒤 "새로운 금융위기의 발생을 배제할 수는 없지만, 우리 생애에서는 발생하지 않을 것(not in our lifetime)"이라고 말했다.

【마이애미=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플로리다 주 마이애미에서 열린 쿠바 정책 서명식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2017.06.17.

옐런 의장은 엄격한 은행 스트레스 테스트와 자본 완충만 제도를 유지해야 하는 이유로 사람들의 '기억 상실'을 꼽았다. 그는 “지난 금융위기 이후 십 여 년 동안 기억은 점점 사라지고 있다. 우리가 나서서 보다 안전한 금융시스템을 유지해야 할 필요성을 대중들에게 상기시켜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일부 금융규제의 조항들이 매우 복잡한 내용임을 인정했다. 또한 이로 인해 작은 금융기관들이 겪어야 하는 어려움들도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금융 시스템을 훨씬 안전하게 만드는 핵심적인 조항들은 그대로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옐런 의장은 “우리는 미국의 금융시스템이 충분한 자금을 비축해 놓고 있도록 하는 데 많은 중점을 두고 있다. 주요 은행들이 중대한 쇼크를 받은 이후에라도 우리 경제에 돈을 빌려 줄 수 있다는 확신을 주도록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스트레스 테스트를 한다. 은행들에게는 커다란 쇼크다. 그러나 이로 인해 주요 은행들의 자본 상태가 훨씬 단단해 졌음을 알 수 있다. 모든 은행들이 스트레스 테스트의 정량평가를 통과했다”라고 말했다.

sangjoo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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