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포'의 변신은 무죄..발과 머리를 달아, 새롭게 태어난 105mm 곡사포

이철재 입력 2017. 6. 28. 10:38 수정 2018. 1. 13.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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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ㆍ25전쟁 때 사용하던 105㎜ 견인곡사포가 21세기 첨단 자주곡사포로 다시 태어났다.

방위사업청은 28일 “기존 105㎜ 견인곡사포를 차량에 탑재하고 자동화 사격체계를 적용해 성능을 개량한 105㎜ 자주곡사포(EVO-105) 개발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신형 105㎜ 자주곡사포는 시험평가에서 군의 요구성능을 모두 충족해 ‘전투용 적합’ 판정을 받았다. 2015년 7월 국내 방산업체 한화테크윈이 연구개발에 착수한 지 2년 만이다. 내년 양산을 시작해 후방 부대부터 전력화될 전망이다.

육군 포병들이 105㎜ 자주곡사포의 사격시험을 하고 있다. [사진 방사청]

곡사포(Howitzer)는 포탄을 쏘면 궤적이 곡선(포물선)을 그린다. 장애물 너머 표적을 파괴할 수 있다. 자주(自走)는 자체 동력으로 움직인다는 뜻이다.

신형 105㎜ 자주곡사포는 5t 군용 트럭에 105㎜ 견인곡사포를 실은 뒤 자동사격통제장치와 복합항법장치를 결합했다. 기존 105㎜ 견인곡사포는 사격을 하려면 포를 전개하고 조준을 한 뒤 포탄을 장전하는 방열 과정이 필요하다.

105㎜ 견인곡사포와 성능개량 자주곡사포의 비교. [사진 방사청]
그러나 105㎜ 자주곡사포는 자동사격통제장치와 복합항법장치를 장착해 방열 과정을 확 줄였다. 기동 중에도 실시간 표적 탐지를 할 수 있다. 또 사격을 실시한 뒤 바로 떠날 수 있는 ‘사격 후 진지 이탈(Shoot & Scoot)’이 가능하다. 이 때문에 포병과 포병이 맞붙는 대(對)화력전에서 유리하다. 기존 105㎜ 견인곡사포는 진지를 떠나려면 시간이 많이 걸린다.
105㎜ 자주곡사포 구성도. [사진 방사청]
트럭에 올려지는 105㎜ 곡사포는 미 육군이 2차 세계대전 때 사용한 M2가 원형이다. 이 포를 우리 육군이 들여와 6ㆍ25전쟁 때 북한군과 싸웠다. M2를 일부 개량한 게 M101이며 우리가 약간 손을 봐 KH-178을 만들었다. 그러나 M1와 KH-178은 M2와는 성능에선 큰 차이가 없다는 평가다. 국산 KH-178은 생산량이 많지 않았다. 낡고 오래돼 105㎜ 곡사포는 포병들 사이에서 ‘똥포’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사거리도 11㎞로 짧은 편이다. 현대전에 적합하지 못한 무기체계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105㎜ 곡사포는 작고 가벼워 산악이 많은 한국 지형에 알맞은 점도 있다. 그리고 105㎜ 곡사포는 생산량이 많다(2000여 문). 1950년대부터 비축한 포탄의 양도 어마어마하기 때문에 이를 모두 처리하기도 힘들다. 후방 보병사단에게 자주ㆍ자동화로 개량한 105㎜ 곡사포를 배치하는 게 낫다는 게 군 당국의 판단이었다. 그래서 나온 게 105㎜ 자주곡사포다. 군사 전문 자유기고가인 최현호씨는 “평소 똥포라고 놀려도 실제 전투 현장에서 보병이 가장 먼저 찾는 게 105㎜ 곡사포”라며 “보병의 든든한 ‘빽’”이라고 말했다.

105㎜ 자주곡사포가 야지에서 기동시험을 하고 있다. [사진 방사청]
105㎜ 자주곡사포는 운용 병력이 5명으로, 견인곡사포(9명)보다 적다는 점도 장점이다. 방사청 관계자는 “105㎜ 자주곡사포는 기존 견인곡사포에 비해 화력 지원 능력이 크게 향상돼 보병여단의 독자적 작전 수행을 보장하고 전투원의 생존성 향상에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방사청은 105㎜ 자주곡사포가 세계 방산시장에서도 경쟁력이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현호씨는 “최근 국지분쟁이 늘어나고 여기에 대응하기 위한 신속배치군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전술 수송이 가능한 경량 화포, 그 중에서도 차륜형 자주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철재 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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