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악명 높은 '트럼프 악수' 어떻게 상대할까

태원준 기자 2017. 6. 28.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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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일보DB(왼쪽)/AP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러 워싱턴 D.C.로 출국한다. 7월 2일까지 3박5일간 '공식 실무방문(Official Working Visit)' 형식으로 미국에 머물며 다양한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다.

첫 해외순방이자 정상외교 데뷔전의 상대인 트럼프 대통령은 독특한 '악수' 습관을 갖고 있다. 상대방이 아파할 정도로 손을 꽉 쥐기도 하고, 잡은 손을 자기 쪽으로 세게 잡아당겨 상대방이 균형을 잃게 만들기도 한다. 상대방 손등을 툭툭 치는 행위를 반복할 때도 많으며, 심지어 악수하자고 내민 손을 외면한 적도 있었다.

미국 리더십 연구가 로버트 E. 브라운은 이런 식의 악수(특히 상대방을 잡아당기는 악수)를 '자기 뜻대로 상황을 통제하려는 욕망이 강하게 담긴 행동'이라고 분석했다.

문 대통령은 29일 오후(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리는 트럼프 대통령 주재 환영만찬에서 이 악수를 처음 경험하게 될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문 대통령을 어떤 스타일의 악수로 맞이할지, 여러 정상이 당황했던 '트럼프 악수'를 문 대통령이 어떻게 상대할지도 관심거리가 됐다.

◇ 너무 아팠던 아베

AP뉴시스

트럼프 악수의 첫 '피해자'가 된 정상은 아베 신조 일본 총리였다. 상당히 ‘어색한 악수’여서 미국과 일본, 우리나라에서도 언론에 보도됐다. 인사라기보다 힘겨루기처럼 보였고, 그 이후 나타난 두 정상의 표정은 양국 관계를 그대로 보여준다는 평가도 나왔다.

지난 2월 10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만난 트럼프 대통령와 아베 총리는 정상회담 전 기자들 앞에서 악수를 나눴다. 19초 동안 이어진 긴 악수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베 총리의 손을 꽉 잡고 자기 쪽으로 끌어당기거나 아베의 손등을 토닥이는 제스처를 취했다. 아베 총리는 그런 트럼프 대통령에게 “나를 봐 달라(Please, Look at me)”고 말하며 어색한 미소를 유지했다.

마침내 트럼프 대통령이 손을 놓자 아베 총리는 안도한 듯한 표정으로 숨을 내쉬며 천장을 바라봤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들을 향해 엄지손가락을 치켜 들고, 아베 총리에게 “강력한 악수였다(Strong hands)"고 농담을 건네는 여유를 보였다.


이 장면은 미국에서도 ‘우스꽝스러운 악수’로 불리며 조롱의 대상이 됐다. 미국 네티즌들은 “정말 투명한 바디랭귀지다” “점점 더 공격적으로 변하는 트럼프 악수를 보라” “아베 총리의 가짜 웃음과 손을 놓은 후 표정이 정말 인상적이다” 등의 댓글을 달았다. 국내 네티즌들 역시 “영상으로 보니 더 기괴하다”며 “양국의 관계를 알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 멋쩍었던 메르켈

AP뉴시스

"앞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게 될 각국 지도자들은 어떤 방식의 인사를 나눌지 신경 쓰게 될 것으로 보인다. 정치·외교적 입장차에 따라 트럼프의 집무실에서 그와 손을 맞잡기조차 어려울 수도 있다."

지난 3월 17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에서 열린 트럼프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정상회담을 보도하며 국민일보는 이런 문장을 기사에 담았다. 트럼프와 앙겔라의 '악수'는 정치적 적대감이 드러난 '보디랭귀지'였다. 당시 트럼프는 '악수 퍼포먼스'에 철저하게 감정을 담았다.
 
국제적 현안마다 사사건건 마찰을 빚어온 두 ‘앙숙’ 정상의 첫 만남은 시종일관 냉랭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두 사람은 백악관 집무실에 나란히 앉아 기념촬영을 하는 동안 악수조차 나누지 않았다. 사진 기자들의 거듭된 악수 요청에 메르켈이 트럼프에게 “악수할까요?”라고 물었지만, 트럼프는 못 들은 척 얼굴을 찌푸리고 손끝을 모은 채 기자들만 바라봤다. 사진 촬영 내내 메르켈 쪽으로는 눈길조차 던지지 않았다.


이런 모습은 영국과 일본 정상을 만났을 때 트럼프가 보인 태도와 극명하게 대비됐다. 트럼프는 지난 1월 27일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선 메이의 손을 너무 꼭 쥐고 토닥여 구설에 오를 정도였다. 2월 10일 아베 총리를 만났을 땐 아베가 거북해 할 만큼 손을 놓아주지 않고 ‘강력한 악수’를 19초 동안이나 이어가 화제가 됐다.

트럼프와 메르켈의 냉랭했던 장면에 대해 독일 일간 빌트는 “트럼프가 자신의 집무실에까지 메르켈을 초청해 놓고 손을 내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트럼프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전령사인 메이의 손은 오래도록 쥐고 있었으면서 유럽통합의 화신인 메르켈과는 형식적인 악수조차 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 멋지게 막아낸 트뤼도

AP뉴시스

트럼프의 악수를 상대하며 가장 재치 있는 모습을 보여준 정상은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였다. 지난 2월 백악관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난 그는 트럼프가 악수를 청해올 때 먼저 왼팔로 트럼프의 어깨 부위를 잡고 악수를 시작했다. 

왼팔을 트럼프의 어깨 올려 놓자 가벼운 포옹을 하려는 듯한 자세가 됐다. 오른손만 내미는 악수보다 '친밀함'을 더 강조하는 포즈였고, 동시에 트럼프 대통령을 대등한 입장에서 상대한다는 '당당함'이 묻어나기도 했다.

이 왼팔이 버텨준 덕에 트뤼도는 트럼프의 '잡아당기는 악수'에 흔들리지 않고 정상적인 거리를 둔 채 악수를 마칠 수 있었다.


◇ 오히려 트럼프가 당황했던 마크롱

AP뉴시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과 '강렬한 악수'를 나눴다. 

두 정상은 지난달 25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를 앞두고 만나 약 6초 동안 이를 악물고 경직된 얼굴로 서로의 손을 강하게 잡으며 악수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먼저 손을 놓으려 했지만 마크롱 대통령이 다시 한 번 트럼프 대통령의 손을 움켜쥐며 흔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외국 정상과 악수하며 아파서 먼저 손을 빼려 한 건 처음이었다. 마크롱 대통령은 당시 제라르 아로 주미 프랑스 대사로부터 "트럼프의 공격적인 악수에 대비해야 한다"는 조언을 받은 터였다.


마크롱 대통령은 며칠 뒤 프랑스 언론 인터뷰에서 이 악수에 "의도적 전략"이 숨어 있었다고 밝혔다. "그 악수는 순수한 행동이 아니었다. 진실의 순간이었다. 비록 상징적인 것일지라도 작은 양보도 하지 않겠다는 것을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고 했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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