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화장실에 숨어서 주사"..방치된 소아당뇨 아이들 ②

장선이 기자 입력 2017. 6. 28.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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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보건교사만 'OK' 하면 문제가 해결될까요? 대부분의 학교에 보건실은 1곳, 보건교사도 1명인 경우가 많습니다.

학생이 많은 학교의 보건교사는 현실적으로 소아당뇨 학생을 도울 여력이 없는 실정입니다.

전국보건교사회 측은 "학생이 많은 학교에는 보건교사를 추가 투입하거나, 소아당뇨병같은 특수질환 학생을 돕기 위한 보조 인력을 추가 배치해야 하는 것도 방법 중 하나"라고 제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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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재파일] "화장실에 숨어서 주사"…방치된 소아당뇨 아이들 ①

● 학교 보건환경 개선 시급

그렇다면 보건교사만 'OK' 하면 문제가 해결될까요? 대부분의 학교에 보건실은 1곳, 보건교사도 1명인 경우가 많습니다. 수백 명의 학생당 보건교사 숫자는 대부분 1명이죠. 그나마도 한 명이라도 배치돼 있다면 다행입니다. 2015년을 기준으로 전국 초중고교 보건교사 배치율은 63.9%에 불과합니다. 중학교의 경우 보건교사 배치율이 50.7% 수준입니다. 

학생이 많은 학교의 보건교사는 현실적으로 소아당뇨 학생을 도울 여력이 없는 실정입니다. 보건교사가 보건실에만 있는 것이 아니고, 다른 학업과정 등을 진행하기 때문에 충분한 시간을 할애하기 힘든 부분이 있습니다. 전국보건교사회 측은 "학생이 많은 학교에는 보건교사를 추가 투입하거나, 소아당뇨병같은 특수질환 학생을 돕기 위한 보조 인력을 추가 배치해야 하는 것도 방법 중 하나"라고 제시했습니다.
 
소아당뇨인협회 김광훈 회장은 "미국과 북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소아당뇨환자가 발생하면, 해당 학교의 보건교사 뿐 아니라 담임교사, 지역 사회 (병원, 소방서 등)와 연계해 소아당뇨병 관련 교육과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며 정부 차원의 체계적인 대책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열악한 보건 인프라도 문제입니다. 대부분의 학교의 보건실은 1층, 식당은 2~5층인 경우가 많습니다. 인슐린 주사를 반드시 맞아야 밥이나 간식을 먹을 수 있는 소아당뇨병 아이들이 식당과 가까운 곳에서 주사를 맞을 수 있는 작은 공간만으로도 화장실에서 주사를 놓지 않을 수 있습니다. 또 저혈당 쇼크 상황에서 필요한 위급 치료제인 글루카곤을 보관할 수 있다면, 소아당뇨 아이들이 좀 더 안심하고 학교생활을 할 수 있게 됩니다.
 
● 소아당뇨병에 대한 인식 개선

취재를 하면서 가장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했던 건 이것이었습니다. 바로 '인식개선'. 저 같은 당뇨가족 (아버지가 당뇨병을 20년 넘게 앓고 계시고, 혈액투석과 복막투석으로도 버티기 힘들어 신장이식까지 하셨지요.)도 취재하기 전까지 소아 1형 당뇨병 아이들이 어떤 문제와 괴로움을 겪는지 몰랐습니다.
 
소아당뇨 엄마들은 소아당뇨병에 대해 알리고 싶어 합니다. 취재를 하면서 8명의 엄마들과 전화통화를 했는데, 공통적으로 이런 이야기를 하시더군요. "많이 알려주세요. 소아당뇨가 뭔지. 우리 아이들 당당하게 주사 맞을 수 있게요!"라고 말이죠.
 
[안주란/김서희 어머니]
"얼마 전에 라디오에서도 캠페인 나오더라고요. 홍보가. 소아당뇨 홍보가. 되게 반가웠어요. 우리 아이들도 이거를 사람들이 너무 몰라서. 마치 정말 희귀한 거 보듯이. 애가 무슨 당뇨라고 이야기를 하고. 이런 것들이 일일이 다 설명하기 너무 구차스럽고, 싫고…. 인식이 그렇게 됐으면 좋겠는데"
 

[김민지(중학교 2학년) 어머니]
"당뇨라고 하면 주변 시선도 좀 (좋지 않죠). 아이도 주사 맞는 걸 (창피해해요). 괜찮은 거라고 숨기지 말고 맞으라고 해 본인이 싫어하고 창피해하죠. 숨기지 말고 맞으라고 해도 본인이 싫어하고 창피해하고."
 
[윤진영 (초등학교 1학년) 어머니]
"왜 아이들이 화장실에서 맞을 수밖에 없을까요? 주변 친구들에게 소아당뇨병은 이런 병이라는 걸 알려줘야 하는 게 최우선이에요. 적어도 '너는 단 거 먹어서 당뇨병 걸린 거니?'라는 말은 하지 않겠죠."
 
● 힘을 모으면 바뀔 수 있습니다!

영유아보육법 개정으로 소아당뇨병을 앓는 영유아가 간호사가 배치된 어린이집을 우선 이용하게 됐습니다. 또 지난해부터는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보는 당뇨 환자가 감독관으로부터 점검을 받으면 당뇨 관련 의료기기를 시험장에 반입할 수 있게 됐습니다. 당뇨환자들에겐 숨 쉬는 것과 다름없는 혈당측정에 필요한 소모성 재료의 보험적용이 재작년부터 시행됐습니다. 너무나 당연한 일이 소아당뇨병 환자와 가족들에겐 늘 쟁취의 대상이었습니다.
 
아직 할 일도 많이 남아있습니다. 앞서 제기한 문제들 외에도 경제적인 지원도 시급합니다. 비싼 비용 때문에 소아당뇨병 아이들 중 200명 정도만 사용하고 있는 인슐린 펌프나 연속혈당 측정기 등에 대한 보험적용이 그중 하나입니다. 매번 주사를 맞는 번거로움을 줄일 수 있지만, 비용 부담은 온전히 환자들이 부담하고 있습니다. 정책적 보완이 필요합니다.

오늘 저의 취재파일을 읽고 단 한 사람이라도 소아당뇨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고, 공감하신다면, 그리고 이런 마음이 모여 정책에 반영되고, 보건교육이 이뤄진다면 소아당뇨 환자들의 미래는 지금보다 밝아지겠지요. 서희가 10년 뒤에도 밝은 모습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그때쯤엔 새 치료법이 개발돼 있다면 더욱 좋겠지만요.      

장선이 기자sun@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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