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금융소비자 보호기구 위헌 논쟁 중..文정부 공약도 차질 빚나

송기영 기자 2017. 6. 2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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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금융소비자보호국(Consumer Financial Protection Bureau·CFPB)이 위헌 논란으로 존폐 위기에 놓이면서 문재인 정부의 금융감독기구 재편에도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한 전담 기구 설립을 공약했다.

지난 2월 미국 워싱턴 DC의 백악관 비서실에서 도드-프랭크 법안 검토와 관련된 행정 명령에 서명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블룸버그 제공.

CFPB는 이미 하급 법원에서 한차례 위헌 의견이 나왔다. 트럼프 정부도 CFPB 설립의 근거가 되는 법안의 일부 내용을 삭제하는 방안을 진행하고 있다. 현지에서는 CFPB의 폐지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미국에서 CFPB의 위헌이나 폐지가 결정될 경우 문 대통령의 공약 이행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의 CFPB는 여권에서 금융소비자 보호 강화를 주장하며 자주 거론했던 사례다.

27일 미국 주요 언론 보도에 따르면 미국 워싱턴 DC 연방항소법원(Court of Appeal) 전원합의체는 CFPB의 위헌 여부를 놓고 심리를 진행하고 있다. 이번 심리는 미국 뉴저지 주택담보대출 회사인 PHH Corp가 뉴저지 콜롬비아 특별구(Columbia District Circuit) 항소 법원에 관련 소송을 제기한 데 따른 것이다. 이 회사는 CFPB가 자사에 부동산법 위반 혐의로 1억900만달러의 벌금을 부과하자 ‘CFPB 설립은 위헌’이라는 취지의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해 10월 항소법원 판사 3인 중 2명이 위헌 의견을 내면서 PHH가 승소했다. 항소법원은 당시 “CFPB 국장 한 사람에게 막대한 권한이 주어지는 것이 연방기구의 독립성을 훼손한다”고 판결했다.

CFPB는 이 결정에 불복하고 상급법원인 연방항소법원의 의견을 듣자며 이의를 제기했다. 연방항소법원 판사 11명 전원은 최근 CFPB의 위헌 문제를 놓고 90분 간의 심리를 진행했다. 현지 언론들은 CFPB의 위헌 문제가 연방대법원까지 갈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CFPB의 위헌 논쟁은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이미 예고된 것이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전임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투자은행들의 전횡을 막기 위해 도입한 도드-프랭크법을 완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도드-프랭크법은 금융시스템 관리를 강화와 대형 금융회사들의 규제·감독 강화, 금융소비자 보호 등을 골자로 한다. CFPB도 이 법을 근거로 2010년 설립됐다.

트럼프 정부는 이 법안이 월가 금융사들의 투자를 위축시켰다고 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 이 법안을 폐기하는 행정 명령에 서명했다. 지난 8일(현지시간)에는 미국 하원에서 도드-프랭크법 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내용의 ‘금융선택법(Financial Choice Act)’이 통과되기도 했다. 이 법안에는 CFPB의 감독 권한을 박탈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사진=송기영 기자

◆ 文정부도 금융소비자 보호 기구 설립 공약…CFPB 위헌 때는 공약 이행 차질

문재인 정부도 금융소비자 보호 전담 기구 설립을 검토하고 있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정부 조직개편 방안 논의를 하지 않기로 하면서 잠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지만, 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만큼 중장기 과제로 추진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문 대통령은 대선 공약집을 통해 금융정책과 금융감독, 금융소비자 보호 기능을 분리해 효율적인 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여당 내에서 감독체계를 개편해야 한다는 주장이 강한 데다 관련 법안까지 국회에 제출된 상황이다.

다만 CFPB가 폐지되거나 위헌 결정이 날 경우 문재인 정부의 공약 이행에도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CFPB는 금융소비자 보호 강화를 주장하는 정치권과 학계가 ‘금융 소비자 보호 강화는 글로벌 트렌드’라며 언급했던 대표 사례 중 하나다.

또 국내 법조계에서도 금융감독체계 개편이 위헌의 소지가 있다는 주장도 있다. 금융위원회의 감독 기능을 무자본 특수법인인 금융감독원에 이관하면 헌법에 위배될 수 있다는 것이다. 현행 헌법 66조는 ‘행정권은 대통령을 수반으로 하는 정부에 속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독립적인 금융소비자 전담 기구가 금융사를 감독하는 것은 이 조항을 위반한다는 것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금융위의 감독 권한을 금감원 혹은 금융소비자 보호 기구에 이관하는 것이 헌법을 위배하는 것이라는 행정법학자들의 견해가 다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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