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과 '경험'에 가로막혀 사라지는 선택지.. 한국 축구는 안갯속

김희선 2017. 6. 2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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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간스포츠 김희선]
김호곤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이 26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열린 리사이클 센터와 함께하는 팀2002 세탁기 전달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날 김 부회장은 대한축구협회 신임 기술위원장으로 선임됐다. [사진제공=연합뉴스]
한국 축구가 급한 불은 껐는데도 2018 러시아 월드컵으로 가는 길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한국 축구대표팀은 최종예선 단 2경기를 남겨놓은 상황에서 울리 슈틸리케(63) 감독과 이용수(58) 기술위원장이 부진의 책임을 지고 동반 사퇴하는 악재를 맞았다. 당장 새로운 감독을 선임할 기술위원회조차 수장 없이 표류하면서 대표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는 한층 높아졌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대한축구협회(KFA)는 26일 김호곤(66) 부회장을 부랴부랴 신임 기술위원장에 선임하며 사태 수습에 나섰다.

그러나 새 기술위원장의 등장에도 KFA와 대표팀을 향한 회의적인 시선은 여전히 가시지 않고 있다. 새 감독을 선택할 사람은 생겼으나 마땅한 선택지, 즉 대표팀 감독 후보가 없기 때문이다.
현재 감독 후보로 가장 많이 이름이 거론되는 이는 허정무(62) 한국프로축구연맹 부총재다. 2010 남아공 월드컵에서 원정 최초로 16강 진출의 업적을 썼던 허 부총재는 성적과 경험이라는 조건에 부합하는 가장 안정적인 카드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축구계 관계자들은 "김 부회장을 기술위원장으로 선임했다는 것 자체가 허 부총재의 차기 감독 선임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보고 있다.

물론 다른 후보도 있다.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대표팀과 올해 열린 20세 이하(U-20) 월드컵을 맡았던 신태용(47) 감독이나 중국 슈퍼리그에서 돌아온 최용수(44) 감독 등이 또 다른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최종예선 2경기는 정해성(59) 수석코치 체제로 가고 본선 진출 이후 감독을 재선임하자는 주장도 나온다.
하마평은 무성하지만 축구계 대부분은 허 부총재의 감독 선임을 확신하는 분위기다. 한국 축구가 습관처럼 강조하는 '성적과 경험'이라는 조건을 갖춘 다른 선택지가 없어서다. KFA가 언제까지 이 괴상한 불문율을 숭배할 것인지 의문이 든다. 과연 이 같은 현실에서 제대로 된 해법이 나올 수 있을까.

차기 감독 선임의 선택지가 부족한 데는 이유가 있다.

KFA는 슈틸리케 감독 체제에서 수 차례 본선행 '적신호'를 감지했음에도 근본적인 대책을 세우지 못했다. 슈틸리케팀의 경기력 문제가 도마에 오른 뒤에도 표면적인 성적에 연연하느라 감독 교체라는 카드를 끝까지 뒤로 미뤘다. KFA의 안이한 믿음은 결국 최종예선 2경기를 남겨두고 한국 축구를 절체절명의 위기에 몰아 넣었다.

한 축구계 관계자는 "어차피 경질할 사람을 여기까지 끌고 오느라 귀중한 시간만 낭비했다"고 혀를 찼다.

그리고 시간이 촉박한 만큼 당연히 선택의 여지는 줄어들게 된다. 더구나 남은 2경기 결과에 따라 월드컵 9회 연속 본선 진출의 대기록이 끊길 수도 있는 위기 상황이라면 차기 감독 선임 과정에서 '모험'이나 '도전의 선택지'를 시도할 여유는 아예 사라진다. 큰 그림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서 '지금까지 어느 정도 성적을 냈던 사람', '월드컵과 같은 큰 대회 경험이 있는 사람', '한국 축구를 잘 아는 사람' 등의 조건에 따라 소거법으로 선택지를 지우다보면 결국 익숙한 이름들만 남는다.
이번 경우도 마찬가지다. 김호곤 부회장은 기술위원장직을 맡은 26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차기 감독의 선임 기준을 밝혔다.

김 위원장은 "그동안의 성적과 경험, 팀을 이끌어가는 전술 능력 등도 중요하다. 무엇보다 선수들과 소통하는 부분이 가장 중요하지 않은가 싶다"고 강조했다. 차기 감독의 조건으로 ▲국내 감독 ▲성적과 경험 ▲전술 능력 ▲소통 능력을 제시한 셈이다. 또한 김 위원장은 "시간적인 여유가 많지 않아 외국인 감독을 찾는 것은 어렵다. 국내 감독으로 가는 것이 옳다고 본다"며 후보를 더욱 좁혔다.

"시간이 촉박하고 대안이 없다", "경험있는 감독이 필요하다"는 말은 그동안 KFA가 익숙한 인물들을 대표팀 감독 자리에 불러 앉히는 마법의 주문이었다. 당장 월드컵 본선 진출이라는 큰 목표가 걸려있으니 이번에도 KFA가 바라는대로 경험있는 국내 감독이 사령탑에 오를 확률이 높다.

그러나 명심해야 할 것은 풍부한 선택지를 검증할 수 있었던 기회를 날려버린 것은 바로 'KFA 스스로였다'는 점이다.

김희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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