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진 창업자, '골리앗' 구글의 대항마 키운다..키워드는 유럽 연대·기술 투자·역차별

김범수 기자 2017. 6. 28. 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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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의장직을 내려 놓고 장도(壯途)를 떠난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의 구상이 빠른 속도로 구체화하고 있다. ‘유럽’ ‘기술투자' ‘역차별'을 키워드로 내세워 ‘골리앗' 구글을 겨냥한 전선(戰線)을 확대하는 중이다.

2016년 데뷰 당시 이해진 창업자 기조연설 모습. /조선일보DB

◆ 반미(反美) 정서 강한 유럽과의 연대

28일 네이버에 따르면, 이해진 창업자가 공들이는 곳 중 하나는 유럽이다. 유럽은 반미 정서가 강한 곳이다. 최근 유럽연합(EU) 반독점 당국은 구글에 역대 최대 규모인 3조원대 과징금을 부과했다. 구글이 온라인 검색 지배력을 이용해 경쟁자들에게 피해를 주고 자사 쇼핑, 여행, 지역 검색 같은 서비스에 혜택을 부여했다는 혐의다. 네이버는 이런 유럽에 투자를 늘려 일종의 반(反) 구글 연대를 모색하고 있다.

네이버는 지난해 플뢰르 펠르랭(Fleur Pellerin) 전 프랑스 디지털 장관이 설립한 코렐리아 캐피탈(Korelya Capital)에 1억유로(당시 약 1233억원)를 출자했다. 코렐리아캐피탈은 프랑스 음향 기술 스타트업 드비알레(devialet)에 투자했다.

또 네이버와 네이버의 자회사인 라인은 지난 15일 프랑스 소재의 세계 최대 스타트업 인큐베이팅센터 ‘스테이션F’에 스타트업 지원 공간인 ‘스페이스 그린'을 마련한다고 밝혔다.

◆ 기술 제일주의...유럽 AI 연구소까지 인수

이해진 창업자는 최고의 기술을 확보하는 데도 전력 질주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네이버 개발자 대회 ‘데뷰'에서 “인터넷에는 국경이 없다. 구글, 페이스북 등 글로벌 IT 기업들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회사 인원의 절반 이상이 기술자, 개발자가 돼야 한다”며 “네이버가 서비스나 새로운 아이디어를 통해 사업을 확장해온 것도 사실이지만, 글로벌 업체들과 경쟁하기 위해 가장 근본이 돼야 하는 것은 기술”이라고 말했다.

지난 27일 네이버는 프랑스 그르노블에 있는 제록스리서치센터유럽(XRCE)을 인수한다고 밝혔다. 이 의장의 기술과 유럽에 대한 관심이 유럽 연구소 인수로 나타난 것이다.

이번 프랑스 연구소 인수로 네이버는 AI 전문인력 80명을 확보하게 됐다. 이 인력은 네이버의 연구개발(R&D) 센터인 네이버랩스 소속 연구원으로 활동하게 된다. 네이버랩스는 애플 출신으로 네이버 최고기술책임자(CTO)인 송창현씨가 이끌고 있으며 자율주행, 로보틱스, AI 등 기술을 연구 중이다.

라인 상장 간담회 당시 이해진 창업자 모습. /조선일보DB

◆ “한국 기업은 역차별받고 있다”

이해진 창업자가 “한국 기업이 역차별받고 있다”는 논리로 구글, 페이스북의 행보를 정면 비판하고 있는 점도 눈에 띈다.

그는 지난해 라인 상장 관련 간담회에서 “유튜브가 동영상 시장에서 얼마를 벌어가고 있는지, 페이스북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시장에서 얼마를 벌어가고 있는지, 인스타그램이 어떻게 벌고 있는지, 구글이나 애플이 앱스토어에서 얼마를 벌고 있는지 도대체 매출도 밝혀지지 않고, 세금도 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창업자는 구글의 정밀 지도 데이터 반출에 대한 요구에 대해서도 “국내에서 서비스하려면 법이 있고 국내 상황이 있으니까 서버를 국내에 둬야 하고 그건 (구글이)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라며 “구글 같은 자금력과 기술력이 있는 회사가 한국에다 지도 서버를 두고 하는 것이 어렵지 않은데도 ‘한국 법을 바꿔라’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강하게 지적하기도 했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도 최근 SK브로드밴드와 페이스북간 벌어진 망 사용료 논란과 관련 국내 기업이 역차별 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기자간담회에 "(국내 기업에 대한) 역차별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며 "많은 스타트업들이 어려움을 겪는 구조는 불공정하다"고 강조했다. 네이버, 카카오, 아프리카TV 등은 통신사에 회선임대 등 망 사용료를 내고 있지만, 구글, 페이스북, 유튜브 등은 국내 통신업체에 캐시서버를 두는 형태로 별도 비용 없이 망을 사용하고 있다는 점을 문제 삼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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