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수정의 장체야 놀자] 한국을 넘어 아시아를 대변한다 - IPC 선수위원 홍석만

입력 2017. 6. 28. 0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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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리우 패럴림픽 때 IPC 선수위원에 출마해 외신들과 인터뷰를 하고 있는 홍석만 위원. [사진=대한장애인체육회]


“예상외로 호선으로 선출되어 기쁘지만 부담감이 굉장히 큽니다. 사실 호선이라는 규정이 있는지 몰라서 조금은 당황스러웠죠. 비록 떨어졌지만 리우 패럴림픽의 선수위원 출마는 아시아 선수들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향후 아시아 지역에서 평창 동계패럴림픽과 도쿄 패럴림픽 등이 열립니다. 한국을 넘어 아시아를 대변한다는 자세로 열심히 하겠습니다.”

한국 휠체어 육상의 간판스타인 홍석만(43 제주도청)이 지난 5월 19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개최한 제75차 IPC 집행위원회에서 대한민국은 물론, 아시아 최초로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 선수위원에 선출됐다. IPC선수위원회는 하계종목 6명과 동계종목 3명, 그리고 호선 2명, 총 11명으로 구성된다. 호선으로 임명된 선수위원은 투표권은 없지만 회의에 참석해 선수들을 대변하는 발언권을 갖는다.

홍석만 위원은 유명한 휠체어 육상 선수이다. 2004 아테네 패럴림픽에서 100m와·200m에서 금메달을 획득하여 2관왕에 올랐고, 2008 베이징 패럴림픽 400m에서 자신이 2년 전 세운 세계기록을 경신하며 우승했다. 그리고 2016 리우 패럴림픽까지 출전했다. 지금도 현역이다.

흥미로운 것은 이번에 호선으로 당선 된 2명이 모두 아시아 출신이라는 점이다. 평창과 도쿄에 이어 2022 베이징 동계 패럴림픽까지 아시아에서 연속으로 3개의 올림픽이 열린다는 점이 반영된 것이다. 홍석만과 함께 선출된 싱가포르의 누룰라시카 모하마드 타하 위원(뇌병변 장애)은 보치아 선수로 한국어도 조금 할 줄 안다.

지난 6월 9일 독일에서 열린 IPC 선수위원회 포럼에 참석 중인 홍석만 위(오른쪽 첫 번째). [사진=홍석만 페이스북]


첫 아시아 IPC선수위원이 중요한 이유

IPC 선수위원은 2008 베이징 패럴림픽에서 신설된 자리로 IPC 위원과 동등한 지위를 갖는다. 임기는 2년이고, 연임이 가능하다. 패럴림픽에 출전했거나 이전 대회까지 뛰었던 선수가 입후보 할 수 있다.

IPC 선수위원회 측은 이번에 첫 아시아 위원을 뽑은 만큼 많은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 개발도상국이 많은 아시아는 경제적 어려움과 언어문제 등으로 IPC에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 예컨대 공통어인 영어를 사용하는 선수들이 많지 않고, 따라서 SNS를 통한 소통이 부족하다. 또 아시아는 재정적인 어려움과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이 낮다. 이는 향후홍석만 위원이 풀어야할 어려운 숙제다.

홍석만 위원은 최근 독일에서 열린 선수위원회에 처음으로 참석했다. “굉장히 유익하며, 놀랍고 재미있던 시간이었습니다.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문제부터 향후 선수위원회가 어떻게 활동을 할 것이며 선수들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한 내용을 집중적으로 다루었습니다. 그리고 각 주제마다 토론이 진지하게 이루어지고, 질의응답도 열정적이었죠. 우물 안 개구리의 모습을 느끼며 나의 역량이 부족하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선수위원은 선수들의 권익보호와 함께 소외계층에 대한 배려까지 두루두루 살펴야 합니다. 특히 저조한 여성 참여율과 다문화가정, 성소수자, 중증장애인 등에 대한 문제는 더 관심이 필요합니다.” 그는 시작부터 선수위원으로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었다.

‘1인 3역’ IPC선수위원에 공부하는 선수

“현재 선수위원으로 스케줄은 그리 많지는 않습니다. 공식적인 회의는 이제 2~3개 정도 남아있죠. 지금은 한국에서 운동과 연구를 병행하며 지내고 있습니다(그는 한국체육대학교에서 스포츠코칭 석사학위와 특수체육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리고 선수로는 오는 7월 런던에서 개최하는 세계육상선수권 출전을 앞두고 있습니다. 대회준비가 조금 미흡해서 사실 좀 걱정이긴 합니다.”
공부하는 운동선수인 홍석만 위원은 이 외에도 국민체육진흥공단이 진행하는 글로벌인재 교육의 전문과정도 받을 예정이다. IPC선수위원으로 활동하는 데 도움이 되리라 여겨 시간을 쪼개 참가하기로 결심한 것이다.

휠체어 육상 훈련 후 열을 식히고 있는 '선수' 홍석만. [사진=홍석만 페이스북]

IPC회의 때 의사소통에는 큰 문제가 없었지만 더 깊은 대화를 위해 영어공부도 신경을 쓰고 있다. 일기쓰기와 말하기 등은 매일 꾸준히 하고 있다. 홍석만 위원은 “IPC 본사가 독일에 있어서 독일어도 사용하지만, 저는 일단 영어 하나라도 마스터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주변에서는 이런 홍석만 위원을 보고 “욕심이 많다”고도 한다. 하지만 홍 위원은 어느 것 하나 제대로 할 수 없다면 과감히 내려놓을 생각이다. 특히 아시아 첫 IPC선수위원은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하다. 아시아 선수들을 대변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인다는 각오다.

오는 11월 스위스 로잔에서 IOC와 IPC가 공동으로 회의를 연다. IOC와 IPC의 선수위원들도 함께 모여 포럼을 연다. 홍석만 위원에게 유승민 IOC 선수위원은 큰 힘이 된다. 홍 위원이 휠체어육상을 입문하기 전에 탁구를 먼저 시작했고, 그때 유승민 위원과 함께 운동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현재 유승민이 의원이 외국에 있는 까닭에 만나지는 못했지만 전화통화로 인사를 건넸다.

참고로 국내에서 IOC와 IPC 선수위원은 대우에 있어 차이가 난다. 유승민 위원은 대한체육회가 사무실과 비서를 제공하며 적극적으로 지원한다. 반면 홍 위원은 대한장애인체육회의 지원이 아직 미미하다. IPC선수위원은 명예직으로 회의 참석 시 항공료와 숙식만 제공되는 까닭에 사비를 써야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대한장애인체육회 차원의 지원방안이 절실하다. 늘 처음은 의미가 큰 만큼 힘들기도 한 법이다. 스포츠외교에서 홍석만 IPC선수위원이 큰 활약을 펼치기를 기대한다. [헤럴드경제 스포츠팀=곽수정 객원기자 nicecandi@naver.com]

*'장체야 놀자'는 장애인은 물론, 비장애인에게도 유익한 칼럼을 지향합니다. 곽수정 씨는 성남시장애인체육회에서 근무하고 있고, 한국체육대학에서 스포츠언론정보 석사학위를 받은 장애인스포츠 전문가입니다. 장애인스포츠와 관련된 제보를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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