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들 장난으로 덮어버리는 '女교사 성희롱'

이슬비 기자 2017. 6. 28. 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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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세상] 학교 가기 두려운 여자 선생님들
- 콘돔 불고 음란물 대사 따라 해
칠판에 생리대 붙여놓고 "낄낄".. 수업중 단체로 음란행위까지
- 성희롱 5년 새 두배 늘었지만..
가해자 처벌 약해 범죄의식 없어.. 일부 남자 교사 "그정도 쯤이야"

지난 21일 대전 한 중학교 1학년 교실에서 벌어진 일이다. 한 여교사는 수업 중 교실 뒤편에서 수상한 낌새를 느꼈다. 남학생 9명이 자신의 신체 일부를 만지며 음란 행위를 한 것이다. 충격을 받은 이 교사는 학교 당국에 이 사실을 알렸다. 이 학교는 학원이 밀집해 있는 도심 명문 학군에 있다. 이런 일은 이 학교에서만 벌어지는 것이 아니다.

◇요즘 학교에선 이런 일도

부산의 한 여교사는 지난 26일 남학생 반에 수업하러 갔다 말 그대로 "주저앉을 뻔했다"고 했다. 칠판에 생리대가 떡하니 붙어 있었다. 이 교사는 "누가 이런 걸 붙였느냐"고 했지만 학생들은 낄낄대며 웃기만 했다. 이 교사는 "화를 내거나 예민하게 반응하면 놀림거리가 된다"며 "애써 모른 척하고 수업을 하는데 얼굴이 화끈거리고 부끄러워 나중에 교무실에서 엉엉 울었다"고 말했다.

/그래픽=김성규 기자

남자 중학교에서 2년째 담임을 맡고 있는 한 20대 여교사는 "신학기가 두렵다"고 했다. '선생님 길들이기' 식으로 짓궂은 장난이 더 심해지기 때문이다. 지난 3월엔 학생 서너명이 "선생님, 풍선이에요"라며 얼굴에 풍선을 들이댔다. 알고 보니 콘돔이었다. 음담패설도 심각하다. 학생이 교사에게 "선생님 ○○(특정 성행위를 지칭하는 말) 해봤어요?" "센세, 기모찌('선생님, 기분 좋아'라는 뜻의 일본어로 음란물 대사)" 같은 말을 한 경우도 있다. 초·중·고 교사들이 '학생에게 성희롱을 당했다'고 신고한 건수는 2011년 52건에서 지난해 112건으로 배 이상 늘었다.

◇어떻게 조치하나

'대전 중학교 성희롱' 사건과 관련 이 학교 학교교권보호위원회와 선도위원회는 해당 학생들에게 '특별 교육 5일' 처분을 결정했다. 교사의 교권을 침해한 경우 교내·사회 봉사, 특별 교육, 출석 정지, 퇴학 등 징계 조치를 하도록 규정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 따른 것이다. 초·중학교는 의무교육 기간이라 퇴학 조치는 할 수 없다.

교권 침해를 막기 위한 '교권 보호법'이 있다. 학교장이 성희롱 같은 교권 침해 사건을 인지하면 반드시 교육 당국에 보고해야 한다. 하지만 현장 교사들은 "'사후약방문'식 법이고, 학생 처벌 수준이 낮아 실효성이 없다"고 지적한다. "학생을 잘못 가르쳤기 때문"이라며 교사를 탓하는 경우도 있다. 남자 교사들이 "요즘 아이들 짓궂은 거 모르냐. 그 정도 장난쯤이야" 하며 덮어버리는 사례가 빈번하다. 예전엔 체벌이라는 수단이 있었으나, 지금은 법으로 금지돼 있다.

독일은 초등학생이라도 교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면 정학·강제전학을 시킨다. 미국 위스콘신주에서는 교원단체가 교사와 함께 교권을 침해한 학생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한다. 사건 발생 즉시 가해 학생은 교사로부터 15m 이내 접근이 금지된다. 다수 학생의 학습권과 교권을 우선 보장하기 위해서다. 김재철 한국교총 대변인은 "우리나라도 교권 침해가 중대하다고 교사가 판단할 경우 수사 기관에 자동으로 고발할 수 있도록 하고, 가해 학생 강제 전학 처분 등을 할 법적 근거가 마련돼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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