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미나 축소하라고 부당 지시.. 법원행정처 간부 징계하라"

조백건 기자 2017. 6. 28. 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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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윤리委, 대법원장에 건의]
'사법행정권 남용' 문책 권고, 고영한 前 행정처장엔 '주의'
판사 블랙리스트 의혹 언급안해.. 진상조사委 "사실무근" 결론 수용

대법원 공직자윤리위원회는 27일 법원행정처의 이른바 '사법행정권 남용 논란'에 연루된 관련자를 문책하고 제도 개선을 하라고 양승태 대법원장에게 건의했다.

이번 논란은 지난 3월 법원행정처의 이모(39) 판사가 행정처 판사모임인 국제인권법연구회의 세미나를 축소시키라는 행정처 간부의 지시를 듣지 않아 인사 불이익을 봤다는 언론보도로 촉발됐다. 대법원은 진상조사위를 구성해 조사를 벌인 뒤 "이규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이 부당한 지시를 한 사실은 인정되나 이 판사가 인사상 불이익을 당하지 않았다"며 "행정처도 책임이 있다"고 발표했다. 조사 과정에서 이 판사가 '판사 뒷조사를 한 파일이 행정처에 있다고 들었다'고 진술하면서 이른바 판사 블랙리스트 의혹도 불거졌지만, 조사위는 "사실무근"이라고 했다.

양 대법원장은 일부 판사들이 조사 결과에 계속 의문을 제기하자 지난 4월 24일 공직자윤리위에 '진상조사위 조사에 대한 검증'을 맡겼고, 5월 중순에는 "무거운 책임을 통감한다"며 유감을 표명했다. 그러나 판사 대표 100명으로 구성된 전국법관대표회의는 지난 19일 회의를 열고 '블랙리스트 의혹'에 대한 조사를 자신들이 직접 하겠다며 조사권을 달라고 양 대법원장에게 요구했다. 이 회의가 일방적으로 진행됐고, 일부 판사가 법원 내부 통신망에서 양 대법원장에게 '양승태씨 물러나세요'라며 원색적인 비난을 퍼부은 일로 법원의 내홍(內訌)이 지속되고 있다.

윤리위의 조사 결과는 크게 보면 진상조사위의 결론과 유사하다. 윤리위는 이규진 부장판사가 이 판사에게 부당 지시를 내린 게 맞는다며 이 부장판사를 징계하라고 양 대법원장에게 건의했다. 이를 감독하지 못한 책임을 물어 고영한 전 법원행정처장(대법관)에게는 주의를 주라고 권고했다.

다만 진상조사위는 행정처 다른 간부들의 책임은 없고 행정처 조직 차원의 책임이 있다고 했으나, 윤리위는 지난 3월 사퇴한 임종헌 전 행정처 차장이 이 부장판사에게 국제인권법연구회 주최 세미나에 대한 우려를 전달하라고 요구한 것은 문제라고 밝혔다. 윤리위는 '판사 블랙리스트' 의혹에 대해선 언급을 하지 않았다.

윤리위가 법원행정처의 잘못이 있다고 재확인하면서 법원 내에서 행정처의 업무 처리 시스템 등에 대한 개선 요구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윤리위가 관련자 징계 등을 권고하면서도 블랙리스트 의혹 문제는 건의 대상에서 빼면서, 법원의 내홍이 진정 국면으로 들어가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블랙리스트 재조사를 요구해 온 전국법관대표회의 참석자 가운데 일부가 이미 '윤리위 조사를 수용하기 어렵다'고 밝힌 바 있다. 법관대표회의는 다음 달 24일 또 회의를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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