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 남녀 3인조, 골프연습장 나오던 여성 납치 살해

창원/박주영 기자 입력 2017. 6. 28. 03:09 수정 2017. 6. 28.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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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유층 노렸다더니.. 고작 480만원 인출, 범행 후 행적이 이상하다]
시신 유기 장소 사전 답사하고 도피 위해 차량 위조 번호판 준비
진주 진수대교 아래서 시신 발견.. 원한·청부 살해 가능성도 있어

지난 24일 오후 8시 30분쯤 경남 창원시의 한 골프 연습장 지하 주차장. 김모(47)씨는 자신의 아우디 A8 승용차 트렁크에 골프백을 싣고 있었다. 앞서 김씨는 사업을 하는 남편과 창원시 외곽의 신개발지에 있는 이 골프 연습장에서 3시간가량 샷을 가다듬었다.

부부는 각자의 차로 귀가할 작정이었다. 남편이 자신의 차를 몰고 먼저 출발했다. 주차 위치가 남편과 달랐던 아내 김씨도 따라가려던 참이었다. 그때 "저기요" 하고 누군가 자신을 부르는 소리가 났다. 김씨는 고개를 돌려 쳐다봤다. 그 순간 남자 두 명과 여자 한 명이 스포티지 승용차에 강제로 김씨를 밀어 넣었다. 이들은 김씨의 입 안에 여자 스타킹을 물린 뒤 청테이프로 막고 손발을 끈으로 묶었다.

납치를 저지른 3인조는 심모(29)씨와 그의 친척 형 심모(31)씨, 형의 여자 친구인 강모(36)씨였다. 주차장에 숨어 있던 이들은 혼자 고급 승용차를 타고 들어오는 김씨를 범행 대상으로 점찍고 3시간 넘게 기다리고 있었다. 심씨 일당은 22일에도 이곳을 답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강씨는 김씨의 아우디 승용차를 몰고 주차장을 빠져나갔다. 친척 관계인 두 심씨도 위조 번호판을 단 스포티지에 김씨를 실은 채 출발했다. 골프 연습장 CCTV엔 심씨 일당과 김씨의 승용차가 드나드는 장면 등이 찍혔다. 하지만 범행이 일어난 지점은 카메라가 미치지 못하는 사각지대여서 김씨가 납치되는 모습이 촬영되지 않았다.

심씨 일당은 경남 고성 쪽으로 이동했다. 강씨가 아우디 승용차로 앞서 갔고, 두 심씨가 모는 스포티지가 뒤를 따랐다. 만약 검문을 당하게 되면 강씨가 앞에서 시간을 버는 사이 심씨 형제가 달아날 심산이었다. 이들은 경남 고성군의 인적 드문 국도변 야산 기슭에 도착했다. 형 심씨는 김씨를 끌고 가 살해했다. 그 사이 강씨는 김씨의 승용차를 몰고 창원으로 돌아가 의창구의 한 상가 건물 지하 주차장에 차를 버렸다.

두 심씨는 창원시 의창구의 주차장으로 돌아와 강씨와 합류했다. 이들은 김씨의 시체를 담은 마대를 스포티지에 싣고 국도를 타고 전남 순천 쪽으로 가던 중 한 저수지에 버렸다. 이때가 오후 11시 30분쯤이었다. 심씨는 경찰에서 "순천의 한 저수지에 시체를 버렸다"고 진술했다.

심씨 일당은 광주광역시로 이동해 하룻밤을 지냈고 25일 오전 11시쯤 은행 두 곳의 현금 자동 인출기에 김씨의 신용카드를 넣어 480만원을 꺼냈다. 한 번은 가발을 쓰고 화장을 하는 등 여장을 한 심씨가, 한 번은 강씨가 현금을 인출했다. 경찰은 '아내가 실종됐다'는 남편의 신고를 받고 수사에 착수한 상태였다. 경찰은 범행에 사용된 스포티지의 차적과 김씨의 신용카드 사용 내역을 쫓았고, 광주은행 등의 CCTV를 통해 지난 26일 오후 용의자들의 인상착의와 차량을 파악, 수배했다.

창원 서부, 마산 중부, 함안, 진주, 광주 동부경찰서가 3인조를 추적했다. 결국 27일 오전 1시쯤 경남 함안군 국도에서 스포티지를 발견하고 검거에 나섰다. 막다른 길에 몰린 심씨 일당은 차를 버리고 인근 야산으로 달아났다. 경찰은 현장에서 동생 심씨를 긴급 체포했다. 나머지 두 명은 잡지 못했다.

붙잡힌 심씨는 경찰에서 "친척 형이 '100만원을 줄 테니 운전만 하면 된다'고 해 범행에 가담했다"면서 "고급 외제차인 아우디 A8에서 내리는 여성을 보고 돈이 많을 것 같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스포티지의 내비게이션 운행 내역 등을 분석해 심씨 일당이 김씨의 시체를 진주시 진양호에 버린 사실을 알아냈다. 이어 27일 오후 6시 5분쯤 진주시 진수대교 아래서 시체가 담긴 마대를 찾았다.

경찰은 나머지 일당 2명을 쫓는 한편 이들의 범행 동기와 경위 등에 대해 수사를 집중하고 있다. 단순 납치, 강도 살인이 아닌 청부나 원한 등에 의한 범행일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조사 중이다. 경찰은 "범인들이 추적을 피하기 위해 위조 번호판, 가발을 준비하고 살해 장소를 미리 정해 답사하는 등 범행 준비를 치밀하게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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