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몰려드는 관광객, 내몰리는 상인 .. 경주 '황리단길' 명암

김정석 2017. 6. 28. 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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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경리단길 닮은 경주 황남동
맛집·복고거리 등 SNS통해 입소문
젊은층 북적이는 핫플레이스 부상
인기 타고 1년새 임대료 10배 폭등
상인 쫓겨나는 젠트리피케이션 우려
최근 ‘핫 플레이스’로 떠오른 경북 경주시 황남동 ‘황리단길’이 방문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김정석 기자]
신혼부부 김영진(31)·김은경(33·여)씨는 지난 24일 오후 경북 경주시 황남동 ‘대릉원흑백사진관’을 찾았다. 지인의 집들이에 가기 전 일부러 시간을 내 들른 곳이다. 친구들의 소설네트워크서비스(SNS)에 자주 등장하는 사진관이었기에 이들 부부도 사진관 입구에서 ‘인증샷’을 찍었다.

김씨 부부는 “사진 4장을 찍어 인화하는 데 3만원으로 비교적 비싼 가격이지만 오래 전부터 이곳에서 꼭 사진을 찍고 싶었다”며 “1970~80년대 느낌이 물씬 나는 사진관 인테리어도 마음에 들고 주변에 멋스러운 카페와 식당도 많아서 잘 왔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경북 경주시 황남동 포석로에 위치한 일명 ‘황리단길’은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서 인기를 모으고 있는 ‘핫 플레이스’다. 황리단길은 황남동과 서울 이태원의 경리단길을 합친 단어다. 경리단길처럼 젊은이들의 취향을 저격하는 카페나 식당이 밀집해 있다 해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 1㎞가 채 되지 않고 편도 1차로로 차량 주차도 쉽지 않은 이 길이 갑자기 이렇게 주목 받게 된 이유는 뭘까.

황리단길에 있는 한 카페에서 만난 이연희(29·여)씨는 “경주를 떠올리면 왕릉이나 고분 같은 유적지를 먼저 떠올리곤 했는데 황리단길은 느낌이 다르다”며 “세련되게 꾸며진 카페·식당과 수십년간 자리를 지키고 있던 점포들이 뒤섞이면서 묘한 분위기를 내는 것이 인기 비결인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이날 황리단길은 짧은 구간에 인파와 차량이 뒤섞여 북새통을 이뤘다. 황리단길에서 조금 벗어난 주택가가 한낮에도 인적이 뜸한 것과 대조되는 모습이었다. 특히 인근에 있는 대릉원, 천마총 등 관광명소보다도 황리단길을 오가는 행인들이 더 많았다.

황리단길 내에서 한복 대여점을 운영하고 있는 문승택(28)씨는 “주말에 손님이 많을 경우엔 한복 50벌이 한꺼번에 나갈 때도 있다”며 “한복을 빌려 입고 황리단길을 거닐며 기념 사진을 찍는 것이 일종의 트렌드가 된 것 같다”고 전했다.

SNS에서 입소문을 탄 것도 한몫했다. SNS에서 ‘황리단길’을 검색하면 수만 개의 게시물이 나타난다. 주로 맛집에서 찍은 음식 사진이나 한복을 입고 거리를 누비고 있는 사진이다.

황리단길이 젊은이들 사이에서 명소로 떠오른 것은 불과 1~2년 사이다. 급속도로 인기를 얻은 탓에 부작용도 생겼다. 임대료가 심하면 10배 이상 올라 기존에 이곳에서 영업을 하던 저소득 상인들이 쫓겨나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어서다. 이른바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 현상이다.

황남동 한 부동산중개소 관계자는 “2년 전만 해도 월세를 100만원가량 내던 가게가 지금은 보통 400만~500만원씩 낸다”며 “위치가 좋은 곳은 1년 사이에 임대료가 10배 이상 뛴 곳도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황리단길에서 30년째 세탁소를 운영하고 있는 김무갑(60)씨는 “갑자기 이 동네에 사람들이 몰려드니 건물주들도 월세를 크게 올렸다”며 “이 점포가 임대였으면 나도 벌써 쫓겨났을 것”이라고 했다.

경주시 관계자는 “앞으로 황리단길을 문화, 역사, 예술을 테마로 한 명소로 가꿔나가는 한편 급속도로 변화하는 황남동에서 마을 공동체가 무너지지 않도록 다양한 해법을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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