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당신] 느닷없는 가슴 통증으로 응급실, 네 명 중 한 명은 공황장애

2017. 6. 28. 01:16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극심한 스트레스가 발병 원인 80%
5년 새 환자 4만 명 늘어 .. 여성이 많아
협심증·천식·저혈압 등과 증세 비슷
약물 치료 때 임의로 중단해선 안 돼

━ 정영철 교수의 건강 비타민

■공황장애 환자 치료 막바지엔 약물 투여 줄여 금단증세 예방 「최근 유명 연예인들이 신경안정제를 과용해 응급실로 이송되는 사고가 연이어 발생했다. 이들은 벤조디아제핀 계열의 약을 먹었다. 이 약은 공황장애 치료에도 쓰인다. 뇌 신경계에는 ‘감마 아미노부티르산(GABA)’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이 있다. 이 물질은 뇌 혈류 개선, 신경 안정, 스트레스 해소 등을 돕는다.

벤조디아제핀 계열 약물은 GABA가 붙는 수용체에 결합해 마치 GABA가 있는 것처럼 뇌를 속인다. 복용 시 불안 증상 완화, 근육 이완, 수면 유도 등의 효과가 있다. 단 뇌 신경계에 작용하는 만큼 기억력 저하, 집중력 감소, 호흡 장애 등의 부작용이 따르고 남용할 경우 약물 의존성이 생긴다. 공황장애 환자도 치료가 막바지에 접어들면 금단 증상이 생기지 않게 투여량을 서서히 줄인다. 」

공황장애 증상은 터널처럼 좁고 어두운 공간에서 흔히 나타난다. 가슴에 통증이 오고 심박수가 증가한다. 사진은 서울 서대문구 성산로 22길 터널에서 공황장애 이미지를 연출해 찍은 것이다. [최정동 기자]
회사원 한모(34·여·경기도 화성시)씨는 지난 2월 어느 날 오후 퇴근길에 승용차를 몰고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었다. 낮에 실적이 좋지 않다고 심한 질책을 받은 터라 기분이 좋지 않은 데다 차량 정체가 심해지면서 점점 화가 치밀기 시작했다. 20분쯤 지났을까.

갑자기 심장이 마구 뛰기 시작했다. 핸들을 잡은 손이 벌벌 떨리고 식은땀이 났다. 그는 “심장이 곧 멎는 줄 알았다”고 말했다.

도저히 운전을 할 수가 없어 비상등을 켜고 갓길에 차를 세웠다. 30분쯤 차 안에 앉아 있었더니 심장 박동이 정상으로 돌아왔다. 즉시 차를 몰아 인근 병원 응급실로 갔다. 이런저런 검사를 다 받았지만 이상이 없었다. 그 이후부터 운전 중에 터널로 들어가거나 폭이 좁은 고가도로를 지날 때면 마치 무슨 일이 일어날 것 같은 불안감이 엄습하곤 한다.

한씨의 병은 ‘공황장애’다. ‘특별한 이유 없이 예기치 않게 나타나는 불안 증상’을 가리킨다. 가수·배우 등 유명 연예인이 앓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일반인에게도 낯설지 않은 병이 됐다. 또 일부 스타가 불미스러운 사고가 터질 때 공황장애 핑계를 대는 모습을 보고 “공황장애가 면죄부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국내 공황장애 환자가 꾸준히 늘고 있다. 27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공황장애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12만7053명으로 전년보다 14.3% 증가했다. 최근 5년 사이에 환자가 4만 명 이상 늘었다. 전체 인구 중에서 최근 12개월 동안 공황장애를 경험한 비율이 2~3% 정도다. 공황장애는 여성이 남성보다 14%가량(지난해 기준) 많다. 여성이 두 배 정도 많은 나라도 있다.

공황장애의 전조 증상은 공황발작이다. 공황발작은 ▶심장박동이 빨라지고 ▶가슴이 답답하고 ▶숨이 차고 ▶식은땀이 나는 증상이 한 가지 또는 두 가지 이상 나타날 때를 말한다. 공황발작이 반복되면 공황장애가 된다. 미국 하버드대 연구팀이 2006년 일반인 9282명을 조사한 결과 평생 공황발작을 경험한 비율이 22.7%나 됐다.

공황장애 있으면 실직 위험 4배 높아

공황장애는 평온한 상태에서 갑자기 발작하는 경우는 드물다. 방아쇠는 극심한 스트레스다. 원인의 80%가량을 차지한다. 스트레스가 지속되고 반복되면 뇌의 편도체가 비정상적으로 자극을 받아 고장이 난다. 편도체는 스트레스를 관장하는 부위로 공포를 느낄 때 활성화된다. 별다른 자극이 없는데도 공포 반응이 일어난다. 음주도 공황장애를 유발하는 방아쇠의 하나다. 사람이 많은 곳을 가기보다 혼자 술을 마시며 시간을 보내면 공항장애 위험이 올라간다.

연예인이 공황장애를 많이 겪는 이유가 직업 때문만은 아니다. 인기가 있을 때 더 많은 일을 하려다가 생활이 불규칙해지고, 스트레스가 쌓이면서 공황장애를 겪는 경우가 많다. 일반인도 연예인과 다를 바 없다.

스트레스를 받을 때 정신적 불안 지수가 높아졌다가 상황이 종료되면 내려가야 한다. 그런데 스트레스가 없는 상태에서 과도하게 높아지거나 스트레스가 끝났는데도 불안 상태가 계속되는 것이 공황장애다. 늑대에게 쫓길 때 온몸에 비상이 걸리는 것은 정상이지만 늑대가 멀리 가버렸거나 아예 없는데도 갑자기 심장이 빨리 뛰면 공황장애일 가능성이 크다.

일반인에게 공황발작이 있어도 그것이 공황장애 증상이라고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 그래서 진단이 늦어진다. 숨은 공황장애 환자가 많다는 뜻이기도 하다.

공황발작을 경험한 사람은 다시 발작이 올까봐 전전긍긍한다. 이를 ‘예기 불안(anticipatory anxiety)’이라 하는데 이 때문에 직장·학교 등 사회생활에 큰 문제를 겪게 된다. 주로 터널·엘리베이터·지하철·비행기처럼 일상생활과 밀접한 공간에서 공황발작과 예기 불안이 나타나기 쉽다. 국제 학술지 ‘직업과 환경 의학회지’에 실린 일본 도쿄대 연구팀의 논문을 보면 공황장애가 있는 직장인은 일반 직장인에 비해 실직 위험이 네 배 높았다. 공황장애 환자 10명 중 4명은 우울증 환자, 2명은 알코올중독자라는 보고도 있다.

공황장애는 심장병과 오해하기 십상이다. 심장이 빨리 뛰는 빈맥(부정맥)이나 혈관이 막혀 통증을 유발하는 협심증이라 여긴다. 또 갑상샘기능항진증·천식·만성폐쇄성폐질환(COPD)·저혈압 등의 질병과 증상이 비슷하다.

가슴 통증이 있다고 해도 공황장애가 아닌 경우가 많다. 공황발작을 일으킬 때 가슴통증을 호소하는 비율은 22~70%다. 미국 하버드대의 연구(2003년)에 따르면 가슴통증을 호소하며 응급실을 찾은 환자 4명 중 1명(25%)이 공황장애였다. 연구팀은 젊은 여성(주로 40대 이하)이 관상동맥 질환(심근경색·협심증 등)이 없는 상태에서 분노 지수가 높을 경우 심장병이 아니라 공황장애일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이 때문에 공황장애 환자 2079명(전체의 1.6%)은 지난해 다른 질환을 찾아내기 위해 입원 치료를 받았다.

치료할 때 술 마시면 절대 안 돼

박모(43·경기도 의정부시)씨는 1년 전 공황장애 진단을 받았다. 약을 꼬박꼬박 먹었지만 어찌 된 일인지 심장이 막 뛰고 불안한 증상이 낫지 않았다. 원인을 찾기 위해 복부에 컴퓨터단층촬영(CT)을 했더니 콩팥 위쪽에 있는 부신에 직경 3㎝가량의 암세포(갈색종)가 발견됐다.

부신에서 분비되는 신경전달물질(노르에피네프린·에피네프린·도파민 등)은 위급 상황일 때 심장 박동을 높이고 근육을 팽창시켜 빠른 움직임을 돕는다. 이런 부신에 암세포가 생기면 스트레스가 없어도 항상 긴장 상태에 놓이게 되고 결국 몸과 마음에 과부하가 걸린다. 박씨는 암 제거 수술을 받고 관련 증상이 크게 개선됐다.

공황장애 치료법은 두 가지다. 첫째, 약물치료다. 6~12개월 정도 항우울제(SSRI·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 계열)와 항불안제(벤조디아제핀 계열)를 함께 투여한다. 벤조디아제핀 계열 약물은 불안감이 심한 기간에만 사용한다. 단계적으로 용량을 줄이기 때문에 중독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의사 지시를 어기고 임의로 약물을 복용하거나 중단해서는 절대 안 된다.

둘째, 인지 행동 치료다. 공황장애의 특징을 교육 받고 호흡법 등을 통해 스스로 이런 상황에 대처할 수 있도록 한다.

공황장애를 치료할 때 각별히 주의해야 하는 것이 술이다. 최모(40·서울 강서구)씨는 숙취가 덜 풀린 상태에서 지하철을 타고 출근하다 공황발작을 경험했다. 가슴이 아프고 죽을 것 같아 지하철에서 내려 응급실까지 달려왔다. 그는 “업무 스트레스나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느낄 때면 술을 마셨다. 전날에도 과음을 했다”고 말했다.

스트레스를 잘 관리하고 반드시 금주해야 한다. 꾸준히 몸과 마음을 살펴야 공황장애라는 ‘사나운 늑대’로부터 자신을 지킬 수 있다.

■◆정영철 교수 「연세대 의대 졸업, 연세대 의대 교수, 한국중독정신의학회 학술이사, 대한신경정신의학회지 부편집인 」

정영철 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정부, 1조6000억 투입해놓고…"원전 중단 충격"

'침묵 모드' 안철수, 과거 당원 이유미와 관계는

"안경환보다 센 카드"…박상기 지명에 檢 술렁

동서고속도로 30일 개통…동해까지 얼마나 단축?

文과 다른 추미애 "사드 때문에 전쟁 날 수…"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