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결정도 저항 불보듯..'공론화'로 돌파구

고영득 기자 2017. 6. 27. 2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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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정부, 신고리 5·6호기 건설 잠정 중단 배경

홍남기 국무조정실장이 2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신고리 원자력발전소 5·6호기 공사를 일시 중단하고 공론화 작업을 벌이겠다고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신고리 원전 5·6호기 건설을 일시 중단하고 공론화 작업을 벌이기로 함에 따라 신고리 5·6호기의 운명은 시민의 손에 달리게 됐다. 즉각 건설 중단을 촉구했던 환경단체들은 뒤늦게라도 공사를 중단시킨 점은 다행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9일 고리 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서 밝힌 사회적 합의를 위해 고려할 사항은 안전성과 공정률, 투입 비용, 보상 비용, 전력 설비 예비율 등이다. 전체적인 공론조사 방식은 독일에서 진행 중인 핵폐기장 부지 선정을 위한 공론화위원회와 비슷하게 운영된다. 위원회는 문 대통령이 밝힌 사안에 대해 불특정 국민을 대상으로 설문조사와 여론조사를 실시하고, 이 중에서 일정 규모의 시민배심원단을 정하고 이들에게 최종 결정을 맡길 방침이다. 배심원단은 사전 토론과 정보 공유를 통해 충분히 사안을 숙지한 이후 집중 토론을 거쳐 영구 중단 및 재개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늦어도 3개월 안에는 신고리 5·6호기의 운명이 정해진다.

건설 일시 중단과 공론화 작업은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 여부를 놓고 극명하게 갈린 찬반 여론을 모두 반영한 결과로 풀이된다. 애초 문 대통령의 탈원전 공약대로 신고리 5·6호기 공사는 중단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지만, 원자력계를 중심으로 반발 여론이 거세지면서 정부로서는 공약을 강행하기도 폐기하기도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특히 문 대통령의 ‘사회적 합의 도출’ 방침에 유감을 표한 환경단체들의 건설 중단 목소리가 더욱 커지면서 어느 쪽으로 결론이 나더라도 저항에 직면할 처지였다. 결국 원전 운영사인 한국수력원자력이 공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비판 여론이 커지면서 건설 잠정 중단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건설을 강행하면서 사회적 논의를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한수원이 밝힌 종합공정률은 지난달 말 기준으로 28.8%다. 설계는 80%, 기자재 구매는 55% 이뤄졌으나 시공률은 10%에 그친다. 현재 5호기는 터빈 건물의 구조물 설치 공사를 진행 중이며, 6호기는 땅 파기를 하고 있다.

신고리 5·6호기가 건설되면 인근에만 고리 1호기를 포함, 모두 10기의 원전이 밀집하게 된다. 설계수명이 60년이나 되는 신고리 5·6호기는 실시계획 승인 단계부터 사회적으로 큰 반발을 샀다.

건설 중단은 없을 것이라고 예단했던 한수원이나 건설사들은 당장 현장 인력 운영을 고민하게 됐다. 최종적으로 건설이 중단될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한다. 한수원 관계자는 “정부가 구체적인 방침을 내놓으면 거기에 맞춰 후속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회적 공론화를 통한 원전 문제 해결은 수십년간 탈핵운동가들의 일관된 주장이었다. 양이원영 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아쉽지만 공사를 일시 중단시켰으니 다행”이라며 “탈핵은 민주주의와 같이 가는 만큼 공론화 과정이 제대로 진행된다면 시민배심원단이 특정 집단이 아닌 공익을 위해 합리적 결정을 내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대표는 “건설 중단이란 공약에서 일부 후퇴했지만 뒤늦게라도 공사를 잠정 중단한 점은 다행”이라면서도 “많은 내용을 다뤄야 할 텐데 공론화 작업 기간이 짧은 점은 아쉬운 대목”이라고 했다.

<고영득 기자 god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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