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를 침략했던 나라들에 개장한 올레길, 감개무량"

CBS 시사자키 제작팀 입력 2017. 6. 27. 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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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규슈에 이어 몽골에도 올레길 열려

- 제주관광공사 후원으로 6/18 몽골올레 개장
- 1코스 복드항산 코스, 2코스 칭기스산 코스
- 표식에서 표식까지 몽골초원을 마음대로 걸어
- 여행의 패러다임을 바꾼 올레 수출 의미 커
- 옛 사람이 걷던 길을 그대로 따라 걸어
- 걷는 문화에 있어 한국이 앞서나가고 있어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1 (18:30~20:00)
■ 방송일 : 2017년 6월 27 (화) 오후
■ 진 행 : 정관용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 출 연 : 고재열 기자(시사IN 편집기획팀장)

◇ 정관용> 키워드를 통해서 우리 사회의 다양한 목소리를 들어보고 분석해 보는 키워드로 읽는 세상입니다. 시사IN의 편집기획팀장 맡고 있죠. 고재열 기자 어서 오십시오.

◆ 고재열> 안녕하십니까.

◇ 정관용> 오늘 고른 키워드는 뭡니까?

◆ 고재열> 올레, 길 위의 인문학 혹은 경제학으로 정해 봤습니다.

◇ 정관용> 올레? 제주 올레가 올해 10주년이라 이걸 정하신 거예요?

◆ 고재열> 그렇기도 하고요. 몽골 올레 개장식이 6월 18일에서 19일 있었습니다. 몽골 현지에서 있었는데요. 제주 올레가 몽골에 가서 올레길을 새로 낸 겁니다. 그래서 그 길을 좀 걸어보면서 길에서 발견할 수 있는 많은 것들에 대해서 얘기를 나눌 수 있을 것 같아서 정했습니다.

◇ 정관용> 고재열 기자 직접 몽골 다녀왔어요?

◆ 고재열> 그렇습니다.

◇ 정관용> 몽골에 올레가 수출된 셈이네요, 그러니까.

◆ 고재열> 그렇죠.

◇ 정관용> 그 과정, 그 배경을 좀 설명 주세요.

◆ 고재열> 이게 한 2년쯤 된 스토리인데요. 제주에 제몽포럼이라는 포럼이 있습니다.

◇ 정관용> 제주와 몽골.

◆ 고재열> 맞습니다. 거기에 학자들이 교류를 하다가 포럼을 만들어서 몽골을 자주 다니시다 보니까 여기에도 우리 올레길처럼 길을 냈으면 좋겠다. 몽골에 지금 트레킹 코스가 따로 없습니다.

◇ 정관용> 거기는 말 타고 다니는 데 아닌가요?

◆ 고재열> 그렇기도 하지만 사람이 걷기에도 좋거든요.

◇ 정관용> 그런 곳도 또 있죠. 많죠.

◆ 고재열> 그래서 이게 거기에 몽골에 그런 길을 내주면 정말 좋겠다 했는데 소정의 비용이 좀 필요하지 않습니까? 거기에 길을 뚫는 건 아니지만 그런 작업을 할 수 있는 항공료나 숙박비나 이런 비용이 필요한데 제주관광공사에서 이를 후원하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제주관광공사에서 그 비용을 대줘서 지난 1년 동안 이제 코스도 답사해 보고 그리고 몽골관광청하고 협의도 하고 이렇게 해서 개장식을 하게 된 겁니다.

◇ 정관용> 몽골이 가난하니까 비용까지 우리가 부담하면서 길 이름까지 붙여주고.

◆ 고재열> 그렇게 따지고 보면 좀 의아해하실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왜 제주관광공사가 제주관광을 하는 데 돈을 써야지 몽골에 돈을 쓰고 오느냐라고 생각을 하실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저도 이제 그런 의문을 품고 가 봤는데 가서 제가 느낀 거는 아, 이 정도면 이 정도 이런 적은 금액으로 우리가 올레라는 이름의 그런 프랜차이즈를 구축한다면 이거는 해 볼만 하다. 지금은 그런 트레킹 코스를 트레일이라는 이름으로 붙는데 올레가 같이 일반명사가 되는 게 의미가 있겠다. 그리고 이 몽골 올레는 정말 있었어야 하는 길입니다. 몽골에 트레킹 문화가 없지만 몽골을 방문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습니까?

◇ 정관용> 그렇죠.

◆ 고재열> 그런 사람들이 알프스나 코카서스나 안데스나 히말라야처럼 그런 쪽에서 트레킹을 해 보고 싶은 욕구가 몽골에서도 있거든요. 산세와 언덕 그리고 초원이 좋기 때문에. 그런데 그런 사람들에게 어떤 리액션을 줄 수 있는 트레킹 코스가 없었는데.

몽골올레 제1코스 (사진=고재열기자 페이스북)

◇ 정관용> 세계 각국에서 몽골에 와서 이 올레길을 걸어보고서는 올레에 대한 이미지를 갖게 되고.

◆ 고재열> 맞습니다.

◇ 정관용> 그러면 또 한국에 오게 되고 그런 거.

◆ 고재열> 그렇습니다. 실제로 이 올레 탐사팀이 길을 이렇게 찾아보는 과정에서 외국 여성 트래커를 만났는데 길을 잃은 트래커를 만난 거예요. 왜냐하면 아무런 지표도 없기 때문에 그분들이 이렇게 본인들의 기억에 의해서 한번 올라가다가 길을 잃어버렸는데 마침 답사팀 만나서 그분들은 이제 게르까지 연결을 해 줬는데 이게 바로 몽골 올레의 필요성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사람들이 그쪽에 가서 그 칭기즈칸의 흔적을 더듬어보고 싶거든요, 그 언덕을. 그런데 거기에 길을 내준 것이기 때문에 어떤 세계가 필요한 일을 하고 거기에 올레의 이름을 붙였다는 데서 저는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고 봅니다.

◇ 정관용> 정말 이름 붙은 그 길이 좋습니까?

◆ 고재열> 네.

◇ 정관용> 경관이 수려하고?

◆ 고재열> 좋습니다. 자신 있게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은데 일단 지금 개장한 코스는 두 코스인데요. 1코스가 복드항산 코스이고 2코스가 칭기스산 코스인데. 이 복드항산은 아주 몽골 울란바토르 시내에서 가깝고 한 20~30분이면 가고 시베리아숲의 마지노선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몽골에서는 신성한 산으로 여기는 산인데 여기를 걷다 보면 좀 하늘 맛을 느낍니다, 하늘 맛. 하늘을 보는 맛. 제주에서 이제 오름 오르시는 분들이 그런 하늘 맛 많이 보실 텐데. 여기 재미있는 게 제주의 오름을 거기에서 좀 나무를 지우고 초록색 풀색을 조금 황토색으로 바꾸면 이 풍경이 되는데 정말 제주의 오름 풍경을 복사한 듯한 그런 곳이에요.

◇ 정관용> 그런 곳이 있어요?

◆ 고재열> 그리고 칭기스산 코스는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자연유산에 해당하는 곳인데.

◇ 정관용> 그러니까 이건 1코스랑 붙어 있어요? 가까워요?

◆ 고재열> 떨어져 있습니다.

◇ 정관용> 떨어져 있어죠?

◆ 고재열> 네. 여기 몽골 올레는 이따 나중에 말씀드릴 텐데 규슈 올레랑 비슷한데 코스가 각자각자 나 있습니다, 지역마다.

◇ 정관용> 따로따로.

◆ 고재열> 그런데 칭기스산은 칭기즈칸의 어워. 그러니까 어워라는 게 성황당, 우리나라 비슷한데요. 둥그렇게 돌탑을 쌓아놓은 몽골인들이 기원을 하는 그러한 곳입니다. 그래서 신성한 언덕으로 부르는 곳인데. 여기는 재미있었던 것이 초원을 절반 정도는 걷습니다. 그런데 그 초원의 툴강이라는 몽골의 어떤 젖줄 같은 강이 흐르는데 그 강가 옆으로 자작나무숲이 아주 우리 목가적인 풍경을 만들어내고 그리고 이제 뒤의 코스가 언덕을 쭉 올라가는데 재미있는 게 이런 표현을 하면 상상하실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언덕을 넘어야 언덕이 보인다. 그러니까 작은 언덕밖에 처음에는 안 보여요.

◇ 정관용> 그런데 넘어 가면 또 있고.

◆ 고재열> 더 큰 언덕이 있고 더 넘어가면 또 더 큰 언덕이 있는데 재미있는 것이 그렇게 해서 점점 작은 언덕을 넘어가면서 큰 언덕이 보이는 게 세상의 이치와도 좀 맞닿아 있는 것 같고 또 더 큰 언덕으로 올라갈수록 시야가 계속 넓어져서 더 많은 언덕이 보이고 상당히 그런 맛이 재미있었던 코스입니다. 저는 제가 알프스의 체르마트 트레일 그리고 코카서스 산맥의 카즈배기 코스 그리고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푼힐 구간 그리고 일본의 야쿠시마 코스들을 한 번 다 걸어봤는데 저는 거기에 버금가는 혹은 그 이상으로 멋진 길이라고 자신 있게 말씀드리겠습니다.

몽골올레 제1코스 (사진=고재열기자 페이스북)

◇ 정관용> 그래요? 초원, 강, 자작나무, 굽이굽이 언덕. 머릿속에 좀 그려지기는 하네요.

◆ 고재열> 그리고 그 강가에 자작나무숲에서 걸어온 이 말떼들이 끈이 묶여져 있는 말이 아니라 그냥 풀어져 방목하는 말들인데 강에서 물을 마셔요. 그런 모습이 풍경화의 한폭 같았습니다.

◇ 정관용> 공식 몽골 올레 1코스, 2코스가 개장을 한 거죠?

◆ 고재열> 그렇습니다.

◇ 정관용> 앞으로 몽골 정부가 관리하나요, 어떻게 하나요?

◆ 고재열> 이게 관리를 걱정하실 수 있을 것 같은데 제주 올레 특징이 관리를 최소한으로 할 수 있게 길의 표식을 최소화합니다. 그러니까 간세, 화살표, 리본 같은 걸로 하는데 몽골에서는 리본을 묶을 나무가.

◇ 정관용> 별로 없죠?

◆ 고재열> 없고 그리고 또 화살표를 표시할 어떤 바위나 그런 것도 많지 않으니까 좀 애매하지 않습니까? 그래서 여기에서 이제 제주 올레가 수를 낸 것은 몽골의 어워, 성황당 모양처럼 돌탑을 쌓아서 거기에 깃발을 꽂아서 그래서 재미있는 게 제주 올레는 길이 한 길이 특정돼 있는데 몽골 올레는 그 표식에서 표시까지를 자기 마음대로 가면 됩니다.

◇ 정관용> 그렇죠. 초원은 원래 그냥 가는 게 길이에요.

◆ 고재열> 그렇게 해서 길을 만들면서 가고 그리고 그 돌탑 주변에서는 이 표식이 점점 더 강건해지도록 돌을 한두 개씩 거기 보태서 걷는 사람들이 함께 올레를 가꿀 수 있도록 구조를 해 놨고. 그리고 이 울란바토르 관광청에서 본인들도 이제 관리들을 하고 되도록이면 화장실 같은 이게 이제 몸을 가릴 곳이 없어서 용변을 보기가 여의치 않은데 그런 부분들을 한번 만들어보려고 하고 지역 주민들도 좀 도와주기로 했고요. 그리고 이 몽골의 현지 트레킹팀들도 있더라고요. 취미가 그런 분들이 와서 그래서 자기들도 좀 계속 살펴주겠다 약속을 했었습니다.

◇ 정관용> 많은

◇ 정관용> 많은 사람들이 찾을 것 같습니까?

◆ 고재열> 저는 일단은 마중물은 있다, 이렇게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은데 칭기스산 코스가 테를지 국립공원에 있거든요. 그런데 울란바토르 시내에서 40km까지밖에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가는 곳이고 몽골에 가는 분들은 반드시 가는 곳입니다.

◇ 정관용> 그렇죠.

◆ 고재열> 그런데 그곳에 절묘하게 길이 나 있기 때문에 거기를 걸을 수밖에 없지 않을까. 그리고 몽골에 봉사단체들도 많이 가시거든요. 그런 분들이 봉사 끝내고 같이 길을 걷기에도 좋고 이번에도 몽골에 가수 이정 씨와 열린의사회에서 진료봉사를 가셨었는데 그분들도 거기를 걸으러 오셨더라고요. 그래서 한국 관광객이 일단 마중물이 돼서 몽골 올레를 안정시키면 몽골을 찾는 다른 세계 여행자들도 걸으면서 이 길이 정착할 수 있을 것이다. 걸어본 사람들은 정말 만족할 수 있는 길이기 때문에 가능할 것 같습니다.

◇ 정관용> 제주 올레가 해외에 길 낸 게 이번이 두 번째죠.

◆ 고재열> 그렇습니다.

몽골올레 제2코스 (사진=고재열기자 페이스북)

◇ 정관용> 일본의 규슈, 규슈에 올레가 있죠?

◆ 고재열> 이 규슈 올레하고 몽골 올레는 조금 성격이 다릅니다. 몽골 올레와 다른 점은 규슈 올레는 제주 올레에 공식으로 요청을 해서 정식 라이센스 계약을 맞고 1년에 올레라는 이름을 쓰기 때문에 얼마를 지불하겠습니다 해서 지불을 하는 것이고요. 지금까지 한국인이 14만 명, 일본인이 8만 명 정도를 걸었고 2012년에 시작을 했는데 현재 19개 코스를.

◇ 정관용> 한국인이 더 많군요.

◆ 고재열> 왜 많냐 하면 사실은 처음에 여기에 규슈 올레를 들인 이유도 한국 관광객을 겨냥한 겁니다. 동일본대지진 이후에 한국 관광객이 급감을 했는데 규슈 지역에 방문하는 외국인 중에 한국인 비율이 60% 정도였습니다. 그래서 올레를 급히 수입을 해서 한국 관광객들에게 규슈를 즐길 수 있는 다른 방식을 보여준 것인데. 제가 좀 인상적이었던 게 거기에 같이 걸었던 제주 출신의 그분이 그런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15년 전쯤에 여기에 귤품종 개량을 하기 위해서 지금의 어떤 우리가 한라봉으로 알고 있는 그런 품종을 들이기 위해서 여기에 왔을 때 일본 농가에서는 정말 우리가 뭐랄까. 산업스파이처럼 취급을 받으면서 왔는데 여기에 우리가 길을 가르치러 이렇게 왔다라는 데 감개가 무량하다, 이렇게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 정관용> 그러면 규슈 올레 개장할 때도 갔다오셨어요?

◆ 고재열> 갔다왔었습니다.

◇ 정관용> 그때랑 지금이랑 어떤 차이점이 있고.

◆ 고재열> 일단 같은 점은 몽골이나 일본은 우리나라를 침략했던 나라예요.

◇ 정관용> 그렇네요.

◆ 고재열> 그리고 규슈 올레 코스 중에서도 가라츠 코스라고 임진왜란 때 출병을 했던 베이스캠프가 됐던 곳을 올레 코스가 지나면서 가라츠라는 사령부 표기를 한 그 바로 옆에 올레 간세가 있어요. 그걸 보면서 감개가 무량했고 또 칭기즈칸 어워 옆에도 몽골 올레, 이 제주 올레의 표식이 있는 걸 보면서 그런 감개가 무량했는데 또 다른 점은 아까 말씀드렸듯이 규슈 올레는 그쪽에서 요청을 해서 만들었고 몽골 올레는 우리가 제안을 해서 만들었는데 이랬건 저랬건 올레가 벌써 3종세트를 구성하고 있는데 점점 더 확장된다면 우리가 어떤. 모르겠어요. 길의 선진국이 있고 후진국이 있는 건 아니겠지만 길을 걷는 문화에서는 상당히 앞서나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정관용> 우리가 사실은 길 걷는 그런 관광에 대해서 좀 후진국이었는데 이걸 갑자기 이렇게 바꿔놓고 생각을.

◆ 고재열> 제가 자신하는데 아시아권에서는 상당히 선진국입니다. 그리고 나이 많은 연령층 많은 분들을 우리가 흔히 행락객으로 분류하는 게 많았었어요. 행락객이라는 건 가서 오늘만 놀고 죽자, 이런 분위기로 그냥 마시고 먹고 하는 그런 여행의 어떤 풍토가.

◇ 정관용> 바뀌었죠.

◆ 고재열> 완전히 바뀌었거든요.

◇ 정관용> 그러니까 그걸 이렇게 급작스럽게 바꿔낸 주인공이 서명숙 이사장이지 않습니까?

◆ 고재열> 그렇습니다.

◇ 정관용> 저희 방송에도 아주 단골로 나오시는데 이번에 국민훈장 동백장도 받았고 고재열 기자 언론계 선배잖아요.

몽골올레 개장식에서 서명숙 제주올레 이사장 (사진=고재열기자 페이스북)

◆ 고재열> 네, 시사저널 사태 전에 시사저널에 함께 근무를 했는데 저는 서명숙 선배님을 보면서 길의 위대함을 느끼는 게 언론계의 선배 중에 정말 가장 까칠했던 사람을 꼽으라면 저는 서명숙 선배를 꼽겠는데.

◇ 정관용> 그래요?

◆ 고재열> 후배들을 정말 매섭게 쪼았고 지금도 저 뇌리에 기억나는 표현들이 있어요.

◇ 정관용> 뭐예요?

◆ 고재열> 머리는 몸 위에 보기 좋으라고 얹어서 다니는 게 아니다. 쓰라고 얹어놓은 거지. 그리고 조금만 원고가 늦으면 고요한 동강수냐. 이거 해서 노벨문학상 낼 거냐. 그렇게 상당히 성격이 급했던 분인데 산티아노 순례길 걷고 와서 완전 사람이 바뀌었고요. 또 한 명 재미있는 분이 있습니다. 서명숙 이사장의 친동생인데 서동철, 이분이 전국구 조직폭력배였습니다.

◇ 정관용> 제주를 호령하던 조폭 두목.

◆ 고재열> 제주 땅벌파의 두목이었는데 이분이 지금은 땅벌에서 꿀벌이 됐습니다, 꿀벌. 길을 걸으면서 순화가 되시고 길의 어떤 수다쟁이가 되셨는데 이렇게.

◇ 정관용> 조폭 출신의 친동생이 없었는데 올레 1코스 시작을 못했답니다. 어깨들이 다 와서 길을 닦았대요.

◆ 고재열> 그리고 그분들이 또 공손하게 마을 분들을 접대를 해서 그래서.

◇ 정관용> 그렇죠. 그리고 이제 제주 올레는 완전히 세계화돼 가고 있고 우리 국내 여행의 패러다임도 바꾸고 있고. 규수, 몽골 말고도 또 하나가 더 있죠.

◆ 고재열> 다른 3개의 이름을 알고 있는 주요 트레일은 제주 올레와 우정의 길을 맺고 있습니다. 그래서 특정 코스를 스위스의 길, 프랑스의 길, 이렇게 내고 있고요. 그리고 매년 월드 트레일 컨퍼런스를 제주에서 합니다.

시사인 고재열 기자 (사진=시사자키 제작팀)

◇ 정관용> 그런 것도 있어요?

◆ 고재열> 네, 3개의 어떤 길과 관련된 대부분의 분들이 매년 제주에 모여서 걷기 문화에 대한 그런 컨퍼런스를 하는데 여러 면에서 이제 상당히 우리가 중심국가로 부각되고 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정관용> 그러네요. 그리고 여행의 패러다임을 바꿨고.

◆ 고재열> 원래 제주올레보다는 사실 지리산 둘레길이 먼저 시작했던 프로젝트입니다.

◇ 정관용> 그랬어요?

◆ 고재열> 그런데 제주 올레가 이슈가 되면서 트레일이 대중화가 되고 지리산뿐만 아니라 각 지방자치단체가 트레일 코스를 만들었는데 제주 올레가 처음 시작됐을 때는 돈이 안 된다. 왜냐하면 길만 걷고 사람들이 가는데 무슨 돈이 되느냐 그런 비판도 없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런 길을 걷는 여행을 하면 느린 여행 그리고 다시 찾는 여행이 되면서 지역 경제가 서서히 천천히 명확하게 살아나면서 여행의 경제학을 좀 다시 썼다고도 볼 수 있겠습니다.

◇ 정관용> 그렇죠. 제주 올레만의 철학이 있다면?

◆ 고재열> 제주 올레를 걸으셨던 분들이 그렇게 눈치채셨는지 모르겠는데 제주 올레는 나무 데크로 된 길이 거의 없습니다. 이미 원래 있던 거고 그런 식으로 길을 내지 않아요. 그러니까 새롭게 멋지게 길을 만들어내는 게 아니라 이미 있던 좋은 길을 찾아내고요. 그리고 또 가다 보면 풍경 좋은 곳만 연결한 길이 아닙니다. 사람 사는 풍경도 보라고 꼭 마을을 이끌어요. 그래서 마을도 지나고. 그런데 마을에 계신 분들이 또 불편할 수도 있지만 자연스럽게 그런 관광객들과 어울려 갈 수 있게 하고 그리고 길을 찾는 노하우들이 많이 발전해서 전에 규슈 올레에 그런 경우가 있었습니다. 규슈 올레이서 제주 올레가 이런 식으로 아스팔트길로만 하면 안 된다고 하니까 길을 못 찾았는데 서명숙 이사장이 길을 하나 찾아낸 게 있어요. 지형, 지물을 보면서 이쪽에는 옛날 사람들이 걸었던 길이 있을 것이다 그러면서 그 길을 찾아낸 거죠.

◇ 정관용> 오늘 올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봤는데 꼭 제주뿐만 아니라 아까 언급한 것처럼 국내 전 지자체에 굉장히 많은 길들이 또 만들어져 있거든요. 길을 걷는 여행 문화가 우리 사회도 바꿀 수 있다고 저는 생각을 해 봅니다.

◆ 고재열> 그렇습니다.

◇ 정관용> 고재열 기자 수고하셨습니다.

◆ 고재열>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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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 시사자키 제작팀] woong@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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