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 급증해도 증설보다 품질·브랜드에 투자해야

주우진 서울대 경영대 교수 2017. 6. 27.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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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한국에 상륙해 인기를 끄는 미국 햄버거 체인이 있다. 한국에 4개밖에 없는 점포 앞은 항상 인산인해다. 30분 이상 기다린 후에 먹는 것이 다반사다. 경영을 하다 보면 뜻하지 않은 인기를 누릴 때가 있다. 모두가 그 제품을 원해서 수요가 폭발하고 없어서 못 파는 경우다. 이 회사도 이렇게 열렬한 반응이 있으리라고 생각하지 못했다고 한다.

2년 전에 유통업을 놀라게 한 허니버터칩과 좀 더 거슬러 올라가서 ‘하얀국물’ 꼬꼬면의 인기를 기억할 것이다. 그 당시 허니버터칩을 구해오는 동료, 아버지는 전리품을 가지고 돌아오는 장군 같은 대우를 받았다. 두 회사 모두 서둘러 증설했는데 허니버터칩은 ‘스테디셀러’로 시장에 안착했고, 꼬꼬면은 증설로 인해 오히려 어려움을 겪게 됐다. ‘증설의 저주’가 허니버터칩은 비껴갔지만 꼬꼬면은 그렇지 않았다. 이 밖에도 잘나가던 식당을 확장하면 손님이 준다는 말이 있는데 이 또한 증설의 저주에 해당된다.

특히 한 재화를 많은 사람이 동시에 원할 때 품귀현상이 생기고, 품귀현상이 다시 재화의 가치를 높이는 상승 사이클이 일어난다. 이런 인기를 바탕으로 재화의 수요와 가격이 높은 수준에서 정해지는 균형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한 재화에 대해 두 개의 균형이 가능한데 갑작스러운 인기에 근거한 불안정 균형과 본질적인 가치에 근거한 안정적인 균형이다. 이 두개의 균형 중에 불안정 균형이 바로 반짝 인기다. 그런데 ‘불안정 균형’은 언제 그것이 평범하고 ‘안정적인 균형’으로 떨어질지 모른다는 위험요소를 안고 있다.

반짝 인기를 누리는 재화는 결국 내려올 수밖에 없다. 다만 그 내려오는 과정이 올라갈 때만큼 급격하면 회사 경영에 어려움이 오게 되고, 내려오는 과정이 완만하고 매출 수준도 상당하면 그 회사는 지속적인 발전을 하게 된다. 그러므로 회사가 반짝 인기를 영원히 지속시킬 수는 없지만 인기가 떨어지는 과정을 잘 관리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경영자는 다음과 같은 사항을 유념해야 한다.

증설은 가급적 안하는 것이 바람직

우선 증설은 매우 조심스럽게 결정해야 하며 가능한 한 안 하는 것이 좋다. 상승 사이클을 일으키는 요인 중의 하나가 품귀현상인데 증설로 이 효과가 없어지면 불안한 균형이 순식간에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다. 증설을 하더라도 공급부족 현상이 유지될 수 있을 정도로 조금만 해야 한다.

두 번째로 기업은 벌어들이는 수익으로 그 제품의 본질적인 가치를 높이는 데 투자해야 한다. 품질을 높이고, 디자인을 개선하고, 유통망을 정비하고, 신제품을 출시하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다. 인기는 언젠가는 꺼지게 돼 있지만 본질적 가치를 높여 놓으면 인기가 꺼진 이후에도 시장에서 존재감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브랜드 키우기’에 투자해야 한다. 인기 브랜드가 되기 위해서는 제품의 품질뿐만 아니라 소비자와 감정적 유대관계를 형성해야 한다. 이러한 유대관계를 형성해 주는 일련의 활동을 통해 브랜드 가치는 커지게 된다.

미국에서 그리스식 요구르트의 선풍적인 인기를 불러일으킨 초바니는 반짝 성공을 지속 성공으로 이끈 좋은 사례다. 터키 이민자인 울루카야는 뉴욕에 있는 노후 요구르트 공장을 인수해 2007년에 그릭 요구르트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초기에 뉴욕의 피트니스 센터와 커피 전문점을 중심으로 유통했는데, 단백질이 풍부하면서도 달지 않아 다이어트 식품으로 인기를 끌었다. 판매 시작 2년 만에 매출 2억달러(약 2280억원)를 넘어섰다. 초반의 성공을 지속하기 위해 울루카야는 다양한 제품 개발에 몰두하고 요구르트의 품질을 높이기 위해 꾸준히 투자했다. 그리고 유통망을 정비해 미 동부지역에서 중·서부로 확장했다. 마지막으로 브랜드를 키우기 위해 TV광고도 시작했다. 오늘날 초바니는 미국 전체 요구르트 시장에서 다농 다음으로 높은 시장 점유율을 차지했다.

누구에게나 행운이 오는데 그것을 한 번의 성공으로 끝내는 기업과 지속적인 경쟁력으로 연결시키는 기업이 있다. 대부분의 글로벌 소비재 기업들은 우연히 찾아온 히트상품의 행운을 시스템적으로 접근해 지속적인 성공으로 이끌어냈다. 소비재 기업이나 서비스 기업은 이러한 경영의 기술을 반드시 회사의 프로세스로 정착시킬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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