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지휘권이 '검찰·경찰 화약고'.."경찰이 갖더라도 견제장치 마련해야"

김주완 / 이현진 2017. 6. 27.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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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물살 타는 검찰개혁
(3)·끝 - 검·경 수사권 조정
현재도 경찰은 자체 수사 가능
검찰 "경찰이 수사권 전부 가지면 죄 없는 사람 인권침해 가능성"
경찰 "검찰이 수사 전반에 관여해 객관성 떨어져..검찰은 기소만"

[ 김주완 / 이현진 기자 ] 문재인 정부 검찰개혁의 핵심은 검·경 수사권 조정이다.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 법무부의 탈검찰화 등 다른 방안은 기정사실로 굳어졌다. 하지만 검·경 수사권 문제는 검찰과 경찰은 물론이고 전문가 사이에서도 이견이 크다.

검찰이 범죄 수사부터 기소까지 모든 권한을 독점하면서 권력 남용 등 여러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경찰 권한을 확대하면 인권 침해 등 부작용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어 해법이 쉽지 않다.


◆논란의 정점은 ‘수사 지휘권’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권력기관 개혁의 하나로 검·경 수사권 조정을 공약했다. 지금도 경찰은 자체 수사를 할 수 있다. 2011년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수사 개시 진행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정부가 매년 착수한 수사의 98%를 경찰이 시작한다. 나머지만 검찰의 자체 수사다.

수사권을 두고 검찰과 경찰이 맞서는 부분은 엄밀하게는 ‘검사의 수사 지휘권’이다. 검찰이 보완적 수사에 그치지 않고 경찰 수사 전반에 관여할 경우 수사 방해와 왜곡이 일어난다며 ‘수사는 경찰, 기소는 검찰’로 나누자는 게 경찰의 주장이다. 경찰 관계자는 “검찰은 경찰의 수사가 올바르고 증거가 충분할 경우 기소하고 그렇지 않으면 기소하지 않는 방법으로 수사를 통제하면 된다”고 말했다. 서보학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수사는 경찰, 기소는 검찰, 재판은 법원이 담당하는 것이 세계적으로 보편적인 기준”이라고 강조했다.

검찰 생각은 다르다. 기소는 수사와 구별되는 별개의 절차가 아니라 사건의 실체를 규명하고 혐의 여부를 밝히는 ‘수사의 결론’에 해당한다는 설명이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권을 전부 경찰이 가져가면 죄 없는 사람을 괜히 수사하거나 반대로 기소가 가능한 피의자를 놓치는 경우가 생긴다”고 했다. 예를 들어 지난해 ‘창원 무학산 살인사건’에서 경찰은 4000여 명을 조사하고도 피의자를 놓쳤다. 검찰이 경찰 영장을 심사하는 과정에서 수사지휘로 범인을 잡았다.

검찰은 매년 3만 명 이상의 피의자에 대해 경찰의 수사 결과와 다른 처분을 내리고 있다. 2015년 기준으로 검찰이 기소한 사건의 1심 무죄율은 0.58%에 그쳤다.

◆영장청구권도 쟁점

해외에서도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 기소권이 명확하게 분리된 곳이 드물다. 미국에서는 경찰이 수사를 전담하고 있다. 하지만 피의자를 체포한 뒤에는 검사도 수사하거나 지휘할 수 있다. 일본도 비슷하다. 경찰이 독자적으로 피의자를 체포까지 할 수 있지만 이후에는 검사도 수사 권한이 있다. 또 경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할 때 법률 해석이 필요하기 때문에 검사의 도움을 받는다.

구속, 압수수색 등 각종 영장청구 권한 문제도 쟁점이다. 현재 모든 영장청구는 검찰을 통한다. 경찰 관계자는 “증거를 감추거나 도주할 우려가 있어도 검사가 영장을 청구해주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반면 검찰은 검사와 판사가 이중으로 구속 여부 등을 판단하기 때문에 국민의 인권 보호를 위해 현 제도를 유지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일각에서는 검찰을 수사청과 기소청으로 분리하자는 주장도 나온다. 하지만 이 역시 “재판에서 공소 유지를 제대로 하려면 수사 내용을 충분히 숙지해야 하기 때문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나누는 방안이 쉽지 않다”(정웅석 서경대 공공인적자원부 교수)는 의견도 있다. 검·경 수사권 문제는 결국 검찰 견제와 권력 분산이 핵심이다. 이 때문에 검찰 수사를 감시하는 장치를 마련하는 방향도 유효하다.

정웅석 교수는 “미국식 기소대배심 제도를 도입해 검찰 수사에 대한 기소 여부를 결정하면 검찰 권한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제언했다. 기소대배심은 일반 국민이 사건 내용을 들어보고 피의자를 재판에 넘길지(기소할지) 판단하는 제도다.

◆국회에 제출된 법 개정안도 제각각

정치권에서도 검·경 수사권 조정 방안을 내놓고 있다. 검사 출신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검찰의 직접 수사권을 경찰에 넘기지만 검찰의 경찰 수사 지휘권은 현행대로 유지하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대신 경찰 비리나 까다로운 경제 사건은 예외적으로 검찰이 직접 수사하도록 했다.

경찰대 교수 출신인 표창원 민주당 의원도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내놨다. 경찰이 수사 개시부터 종결까지 모든 과정을 책임지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검찰은 공소 유지를 위한 보완수사만 경찰에 요구할 수 있다. 검찰의 직접 수사 대상은 경찰 관련 비리로 한정했다. 검사의 영장청구권은 유지되지만 검사가 영장을 제대로 청구하지 않을 경우 경찰이 법원에 이의신청을 할 수 있도록 했다.

김주완/이현진 기자 kjw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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