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속의 한국 축구인](2) 축구와 꿈을 찾아 필리핀서 독일까지, 박이영의 이야기

2017. 6. 27.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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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파울리 성인팀과 계약을 맺은 후 독일 함부르크에서 직접 만난 박이영)

2013년 필리핀 세미프로클럽에서 선수생활 시작, 2017년 독일 2부 리그 1부 팀과 프로 계약.

2017년 1군 팀 데뷔전 이후 팀 내 최고 평점, 1부 리그 마인츠들로부터 영입 제안 받고도 상파울리에 남은 사연.

유럽에서 꼭 축구를 하고 싶다는 꿈 안고, 맨땅에 헤딩하듯 도전한 유럽 무대에서 자신의 꿈을 이루기까지.

상파울리 유소년팀 총괄자가 직접 지켜본 박이영에 대한 의견.  

  

[독일 함부르크 = 이성모 기자]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는 말이 있다. 

아무리 어려워보이고 길이 없어보이는 상황이더라도 강한 의지와 뜻이 있다면 결국엔 길을 찾게 된다는 뜻을 갖고 있는 말이다. '진리는 세계 어디서나 통한다'는 말처럼, 한국이나 아시아권 뿐만 아니라 영어권 국가에도 거의 똑같은 뜻을 담고 있는 격언이 존재하기도 한다.(Where there's a will, there's a way)

저마다의 뜻을 가슴에 품고 지금 이 순간에도 세계 곳곳에서 자신의 꿈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한국의 수많은 축구인들 중, 그 말을 현실에서 보여주고 있는 한 젊은 축구인이 있다. 필리핀의 세미프로클럽에서 축구 선수 경력을 시작해 최근 독일 2부 리그 상파울리 1군 팀과 프로 선수 계약을 체결한 박이영이 그 주인공이다.

박이영이 현재 거주하며 축구에 대한 꿈을 펼쳐가고 있는 독일 함부르크를 찾아가봤다. 그의 집, 훈련장, 경기장을 찾아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축구와 꿈을 찾아 필리핀에서 독일 함부르크까지

박이영은 전형적인 '2002 한일 월드컵을 보고 축구선수의 꿈을 키운' 세대들 중의 한 명이다. 2002년 월드컵을 보며 축구 선수가 되고 싶다는 꿈을 품게 됐고, 그 후 축구부가 있는 학교로 전학을 가면서 축구를 시작, 보인중, 서울체고를 거쳤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그는 대부분의 또래 선수들처럼 대학에 진학하는 대신(그의 어머니는 그렇게 하길 바랐으나), 필리핀으로 향해 필리핀 2부 리그의 사커루 FC에서 처음 선수생활을 시작했다. 다음 시즌 팀이 1부 리그로 승격하면서 박이영은 필리핀에서 1부 리그에서 20여 경기에 출전해 6골 6도움을 기록했다. 

2013, 2014년 2년 간 필리핀에서 선수생활을 하면서도 박이영은 '유럽에서 뛰어보고 싶다'는 꿈을 포기할 수 없었다. 그래서 그는 이후 필리핀에서 함께 뛰었던 동료를 통해서 본격적으로 유럽에 진출할 생각을 실행으로 옮기게 되고 그 외에도 다양한 방법을 통한 각고의 노력 끝에 포르투갈과 슬로바키아에 있는 클럽에 입단 테스트를 받을 기회를 얻었다. 그러나 끝내 그 팀의 일원이 되지는 못했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유럽의 클럽에 자신을 소개하는 이메일을 보내봤지만 노력이 결과로 이어지지 않았다.

아마도 그 시점이 박이영의 인생이 달라진 하나의 큰 고비였을 것이다. 그 시점에서 포기했다면, 지금 한국의 축구팬들이 알고 있는 박이영이라는 축구 선수는 아마 존재하지 않았거나, 혹은 전혀 다른 모습이었을지도 모른다. 당시의 상황에 대한 박이영 본인의 말이다.  

"포르투갈, 슬로바키아에 입단 테스트를 받으러 갔던 그 때를 저는 지금도 잊지 않고 있습니다. 잊지 않으려고 노력을 해요. 그 때가 저에겐 '초심'이라고 생각하고 있거든요. 테스트 받으러 가서 하루하루 정말 후회하고 싶지 않다는 마음으로 보냈던 날들이었어요. 지금도 그 때를 생각하면 아, 내가 그 때를 생각하면서 더 열심히 해야 되겠구나. 그 때의 마음을 잊지 않아야겠구나. 그런 생각이 듭니다." 

이미 포르투갈, 슬로바키아 클럽 입단에 실패한 그는 '마지막 도전'이라는 마음으로 독일 함부르크로 향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그의 축구에 대한 열정에 감동한 한 독일인 부부를 만나게 됐고(시간이 흐른 뒤 그 부부는 현재 박이영과 함께 살고 있고, 박이영의 거의 모든 경기를 현장에서 챙겨보고 있다), 그 부부 중 남편이 독일 출신의 에이전트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서로 전혀 잘 알지 못하는 사이였음에도 불구하고) 박이영의 상황을 설명하며 '이 친구를 좀 도와달라'고 했다.

박이영의 축구에 대한 열정, 그리고 순수하게 박이영을 도와주고자 하는 그 남자의 마음은 그 에이전트에게도 통했다(손흥민의 에이전트이기도 한 티스 블리마이스터). 결국 그 역시 적극적으로 박이영을 돕고 싶다고 나섰고, 결국 본인의 노력과 많은 사람들의 적극적인 도움 끝에 박이영은 독일에서도 가장 독특하면서도 열정적인 팬문화를 갖고 있기로 유명한 상파울리 U-23팀에 입단하게 됐다. 상파울리는 2부 리그 클럽임에도 불구하고 거의 모든 경기에 관중석이 꽉 차는 점과 독특한 클럽 문화로 인해 전세계에서 팬들이 찾아오는 클럽이다.

(사진설명. 함부르크에 있는 자신의 방에서 포즈를 취한 박이영. 크지 않고 고느적한 그의 방 곳곳에는 자기 자신을 다독이기 위한 여러가지 생활의 행동지침들이 걸려있었다. 제일 아래 사진은 1군 데뷔 이후 가졌던 경기 중 박이영이 팀 내 최고 평점을 받은 경기. 독일은 평점이 낮을 수록 좋은 경기를 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상파울리 U-23팀에서 1군 팀 데뷔까지


그렇게 극적인 과정을 거쳐서 함부르크까지 왔고, 또 마지막이라고 생각했던 그 함부르크에서 마침내 소속팀을 찾았다. 그 즈음 박이영의 이야기가 언론과 SNS 등을 통해 퍼지기 시작했고, 모두가 그런 박이영에게 축하와 응원을 보냈다.

그러나, 그의 상파울리 입단 초기의 생활은 행복함보다는 힘겨움과 더 가까운 것이었다. 그의 말이다. 

"처음에 입단하고 나서 세 달 동안 경기에 못 나갔어요. 명단에서도 제외되고요. 경쟁에서 밀리고 이런 일들이 성인이 된 후에 처음 겪는 일들이라서 정말 많이 힘들었어요. 어떻게 해야할지도 몰랐고요. 그런 시간을 견디고 버티는 게 가장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꿈과는 너무 다른 현실을 마주하게 된 그 순간, 무엇보다 그에게 도움이 된 것은 그 때까지 그가 겪었던 어려운 과거의 경험이었다.   


"돌아보면 처음부터 잘 된 적은 없었던 것 같아요. 필리핀에서도 마찬가지였고요. 그러나 그 안 되는 시간이 지나고 나야 무언가가 이뤄지는 일들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그런 경험을 통해서 포기하지 않고 잘 준비하고 기다리다보면 언젠간 저에게도 기회가 주어질 것이라고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힘들었던 시간이 지나고, 점점 U-23팀에서 기회를 잡던 박이영은 지난해 4월 경 나선 경기에서 유럽 진출 후 첫 골을 터뜨리게 된다. 그는 첫 골을 터뜨린 후 기자와 가진 인터뷰에서 "앞으로도 더 성장하는 선수가 되어 언젠가는 1군 팀에서 뛰고 싶다"라고 말했다.

1군 팀에서 뛰고 싶다는 그의 꿈은 그로부터 1년이 채 지나기 전인 2017년 초에 현실이 된다. 당시 상황에 대한 박이영 본인의 말이다.

"2016년 말에 스페인으로 겨울 전지훈련을 따라가게 됐고 저도 그 훈련에 참가했는데 그 훈련 기간 중에 제 능력을 감독님이나 1군 팀 선수들에게 보여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전지훈련지에서 훈련도 경기도 잘 갖고 함부르크로 돌아온 후 1군 팀하고 같이 훈련을 하고 있었는데, 그러던 중에 갑자기 수비수들이 부상을 당하고 또 다른 선수는 감기에 걸리고 하면서 갑자기 기회가 찾아왔어요. 그러면서 정말 생각했던 것보다 빠르게 갑자기 데뷔를 하게 됐어요.


그 때 데뷔전을 치르면서 저도 믿을 수가 없었어요. 그 모든 일들이 너무 빠르게, 전지훈련에서 돌아오자마자 경기에 나가게 되다보니까 너무 믿을 수가 없어서 오히려 긴장도 안 했던 것 같아요. 그저 모든 것에 감사하다는 생각만 많이 들었어요."


박이영은 수비형 미드필더가 본인에게 가장 익숙하고, 필리핀 시절에도 주로 수비형 미드필더로 뛰었지만, 그 외에 수비진의 거의 모든 포지션에서 뛸 수 있다. 1군 데뷔전에서도 그는 수비수로 출전했고, 그 경기에서 팀 내 가장 높은 평점을 받았다. 

데뷔전에서부터 팀 내 최고 평점을 받고,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박이영의 모습이 독일 축구계에 알려지면서 그에게 관심을 보이는 구단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들 중에는, 그가 현재 소속되어 있는 2부 리그가 아닌 1부 리그 클럽도 있었다.  

마인츠의 영입제안 거절과 1군 팀과의 계약까지


박이영에게 영입제안을 해온 팀들 중에는 한국의 축구팬들에게 익숙한 분데스리가 클럽도 있었다. 대표적인 클럽은 마인츠였다. 마인츠를 비롯한 여러 클럽들이 박이영의 에이전트에게 연락을 취해왔다.

현재 독일의 상파울리라는 국제적으로 유명한 클럽에서 뛰고 있지만, 과거 차범근과 손흥민이 뛰었던 독일 분데스리가(1부)의 선수가 된다는 것은 어떤 선수에게라도 솔깃한 제안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순간에 박이영은 급하게 빨리 올라가는 방법이 아닌 천천히 한 단계 한 단계 성장하겠다는 결정을 한다.    


"마인츠의 영입제안을 거절한 것은 물론 여러가지 이유가 있었지만, 제가 스스로를 한 번 돌아보니 저는 한 번도 단 번에 많은 일을 진행한 적이 없었던 것 같더라고요. 항상 가장 아래 단계에서부터 한 단계 한 단계 천천히 올라가고 있었어요. 

그런데 갑자기 1부 리그로 가는 것이 저에게 안 맞다고 생각했어요. 상파울리에서 천천히 경기도 나가고 그렇게 한 단계 한 단계 올라가면서 발전하다보면 또 좋은 기회가 올 거라고 생각했고, 빨리 가는 것보다 천천히 가는 것이 좋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을 했습니다. 갑자기 1부 리그 선수가 되는 데 따르는 위험이 너무 컸어요. 

또 제가 그동안 상파울리 U-23팀에 입단한 후로 이 구단의 사람들이나 함부르크라는 도시에도 많은 적응이 되어 있는 그런 이유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또 워낙 상파울리라는 팀이 특별한 구단이기도 하고 그 팬들 때문에 더 있고 싶었던 것도 있었던 것 같고요." 

그렇게 마인츠를 비롯한 다른 팀들의 제안을 거절하고 상파울리에 남은 박이영은 2016/17시즌 종료를 눈앞에 두고 드디어 상파울리 23세 팀이 아닌 1군 팀과 계약을 하게 된다. '1군 팀 경기에 나가보고 싶다'는 작은 꿈을 넘어서 당당히 독일 프로 구단의 1군 팀 선수로 자리잡는 순간이었다.

(1군 팀 선수가 된 후 상파울리 경기장 입구에 있는 대형 앰블럼 앞에서 포즈를 취한 박이영)


1군 팀 선수로서 맞이하는 첫 시즌에 대한 각오와 미래에 대한 꿈


독일 2부 분데스리가는 시즌을 조기에 시작한다. 박이영은 이미 여름 휴가를 마무리하고 함부르크로 돌아와 팀의 프리시즌 훈련에 합류한 상태다. 1군 팀 선수로서 처음 맞이하는 다음 시즌은, 어쩌면 박이영의 인생에 가장 중요한 시즌이 될 수도 있다.

그에게 새 시즌을 맞이하는 각오, 그리고 더 먼 미래에 대한 꿈에 대해 물었다.

"우선 지금 당장의 목표는 프리 시즌 부상 없이 잘 치르고 새 시즌에는 가능한 많은 경기에 나서는 것입니다. 그리고 더 멀리 보자면 저의 꿈은 제 삶을 통해서 많은 사람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고 또 선한 영향력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그에게 지금 세계의 어디선가 그와 비슷한 상황에서 비슷한 꿈을 갖고 있는 다른 한국의 축구인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물었다. 


"자신의 위치, 자리와 상관 없이 주어진 곳에서 최선을 다 하고 준비하고 적극적으로 도전하면 기회는 항상 주어졌던 것 같습니다. 다른 분들께 그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면 기회가 찾아올 것이라고. 그렇게 믿고 있고 또 믿고 싶습니다." 


(상파울리 훈련장에서 박이영과 포즈를 취한 상파울리의 유소년팀 총괄자 로저 슈틸츠)  

* 상파울리 유소년팀 총괄자 로저 스틸츠가 말하는 박이영


함부르크에 있는 상파울리 훈련장에서 박이영의 U-23세팀 시절을 모두 지켜본 유소년팀 총괄자 로저 슈틸츠를 만났다. 다음은 슈틸츠가 상파울리 지도자의 관점에서 본 박이영의 모습이다. 

"박이영은 아주 좋은 스토리를 가진 선수다. 그가 1군 팀과 계약을 맺은 것을 아주 기쁘게 생각하고 있다.

그는 항상 아주 성실한 선수이고, 또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선수다. 나는 그를 수비형 미드필더, 혹은 미드필더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그는 수비수로도 뛸 수 있다. 양발을 모두 잘 쓰고, 경기장 전체를 볼 수 있는 좋은 시야를 가진 선수이기도 하다.

그는 지난 겨울에 그에게 찾아왔던 기회를 아주 잘 살렸다. 팀이 그를 필요로 했던 바로 그 순간에 그는 그가 1군 팀 선수가 되는데 충분한 능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나는 그가 앞으로 잘 준비를 하고, 큰 부상을 당하지 않는다면 1군 팀에서도 충분히 잘 할 수 있는 선수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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