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물섬 아이들, 꿈의 상자를 열다 ② "프로축구 선수가 되고 싶어요"

2017. 6. 27.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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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편 남해초등학교 축구부의 기적을 아시나요? 에서 이어집니다>

[골닷컴] 글/영상 총괄 조정길 편집장 = 5월 23일 화요일, 남해초등학교 축구부는 아침 일찍 학교에 모였습니다. 하루 전 박진희 감독님으로부터 다들 혼이 났습니다. 훈련 시간에 집중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을 자식처럼 여기는 감독님은 제자들에 대한 무한한 책임감과 인자함으로도 유명합니다. 실제로 몇몇 제자들을 집으로 데려와 숙식을 책임지는가 하면, 지난해에는 졸업을 앞둔 6학년 은규를 뒷바라지하기 위해 입양까지 한 것이 알려져 많은 박수를 받기도 했습니다. 

그런 감독님이 유일하게 화를 내는 건 훈련 시간에 최선을 다하지 않을 때입니다. 남해초등학교 축구부의 철학은 ‘놀 때는 확실히 놀고, 운동할 때는 제대로 한다’거든요. 훈련 시간만큼은 호랑이 선생님으로 변신하는 감독님이 보기에 아이들의 훈련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감독님이 훈련이 끝난 뒤 깜짝 선언했습니다. 

“안 되겠다. 너희들 정신 차리게 전지훈련이라도 가야겠어. 거기 가서 운동 많이 시켜야겠다. 내일 갈 거니까 아침에 다들 준비해서 모여~”

코치님들 표정도 좋지 않았습니다. 올해도 초등리그에서도 연전연승하며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어서 신이 나 있던 아이들은 모처럼 경험하는 감독님의 호통에 풀이 죽었습니다.

실은 아이들을 놀라게 하기 위한 감독님과 코치님의 작전이었습니다. 한 달 전 남해초등학교 축구부에 선물 하나가 도착했습니다. 누구보다 축구를 사랑하는 아이들의 꿈과 맞닿은 현장으로 초대해 더 넓은 미래를 응원하기 위한 체험의 장이었습니다. 

감독님, 코치님들은 자신들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아이들에게 더 크고 넓은 세상이 있음을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그 기회를 흔쾌히 받아들였습니다. 교장 선생님, 부모님과도 미리 얘기를 마친 상황. 그야말로 아이들만 모르는 깜짝 체험이 준비됐습니다.

꿈이 펼쳐지는 당일. 학교에 모인 남해초등학교 축구부 아이들이 차례로 버스에 올라탔습니다. 학교에서 출발해 2시간을 달린 버스가 도착한 곳은 전북 완주군에 위치한 K리그 전북 현대의 클럽하우스였습니다. 

아이들은 어리둥절했습니다. 감독님이 분명 지옥훈련 시킨다고 했는데 눈앞에는 최신식 훈련장과 건물이 있었으니까요. 코치님들이 유니폼도 건넸어요. TV에서 많이 봤던 전북 구단의 녹색 유니폼에는 아이들만을 위한 등번호, 그리고 남해초가 박혀 있었습니다.

버스에서 내리자 아이들의 긴장감이 확 풀렸습니다. 전북 구단 직원들이 환영해줬습니다. 일렬종대로 직원분들을 따라 클럽하우스 안으로 향했습니다. 학교에서 쓰는 인조잔디 구장과는 비교할 수 없는 천연잔디 구장, 처음 보는 수중치료실은 너무 신기했습니다. 라커룸에 도착하니 익숙한 이름들이 보입니다. 이동국, 김신욱, 이재성, 김보경, 김진수, 최철순… 누군가가 외칩니다. 

“그런데 선수 아저씨들은 어디 계세요?”

아쉽게도 오늘은 선수들이 쉬는 날이래요. 시무룩한 마음을 선수들의 라커룸에는 뭐가 있는지 살펴보며 풀어봅니다. 

전북 클럽하우스에는 실내연습장도 있었습니다. 감독님을 비롯한 모두가 학교에 이런 시설 있으면 정말 좋겠다고 감탄을 합니다. 여기까지 왔으니 축구를 좋아하는 꿈나무들이 그냥 지나칠 수 없죠? 구단의 허락을 받아 실내연습장에서 자체 연습 경기를 하기로 했습니다. 

코치님들의 신호에 맞춰 준비운동을 하는데 저 뒤에서 큰 덩치의 아저씨 두 분이 걸어 옵니다. 

“너희들 어느 학교에서 왔니?”

깜짝 놀라 돌아선 아이들 앞에는 쉬는 날이라 오늘은 없다던 이동국, 김신욱 선수가 있었습니다. 놀란 표정에 입을 다물지 못하고 기뻐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흥미로웠습니다. 예정된 자체 연습 경기는 즉석에서 이동국 팀과 김신욱 팀으로 나뉘어 진행됐습니다. 어떤 대회의 경기보다 적극적으로 임한 아이들의 열전 30분은 금방 흘러갔습니다. 유니폼에 사인받고, 함께 사진 찍는 것도 잊지 않았죠. 

아이들은 신이 난 표정이었습니다. 어제까지만 해도 호날두, 메시가 꿈이라던 아이들이 이동국, 김신욱 선수를 만나고는 K리그에서 뛰는 프로축구 선수가 되고 싶다는 더욱 확실한 꿈을 품었습니다. 박진희 감독님도 그런 모습을 보며 흐뭇해했습니다. 

“짧은 만남이었지만 아이들에겐 특별한 순간이었던 것 같아요. 두 선수를 만나고 목적이 더 구체적이고 분명해졌다고 할까요? 열심히 운동해서 꼭 전북 클럽하우스 같은 곳에서 운동하고 싶다는 아이들도 많고. 정말 좋은 동기부여를 얻은 시간이었어요.”

한바탕 땀을 흘린 뒤에는 한층 위의 회의실로 향했습니다. 각자 의자에 앉았습니다. 회의실의 불이 꺼지고 정면의 스크린에 영상이 떴습니다. 

“어? 엄마다. 아빠다.”

스크린에서는 남해초등학교 축구부 부모님들의 영상 메시지가 나왔습니다. 축구를 마음껏 하고 신났던 아이들은 말없이 스크린을 바라봅니다. 눈물이 줄줄, 콧물이 찔찔. 우리 엄마, 아빠가 아닌데도 덩달아 흘러나오는 눈물을 멈출 수 없었습니다. 

“사랑하는 우리 아들. 엄마는 네가 가장 자랑스럽고 최선을 다하는 것으로 기쁘다.”

“아빠는 정말 감동 먹고 때론 널 보면서 큰 힘을 얻고 있다.”

“지금 친구들과 서로 밀어주고 위로하는 아이들이 됐으면 좋겠다.”

그저 축구가 좋아서 얼굴이 시커멓게 탈 정도로 열심히 운동하지만 묵묵히 뒤에서 응원하고 지원해주는 부모님의 커다란 존재를 새삼 느끼는 순간이었습니다. 울음바다가 된 회의실의 분위기를 진정시키느라 감독님, 코치님 모두 진땀을 뺐습니다. 항상 부모님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열심히 운동하자는 감독님의 이야기에 아이들은 우렁차게 “네~” 하고 외칩니다. 

아직 아이들의 꿈을 위한 선물 상자는 다 끝난 게 아닙니다. 남해초등학교 축구부를 위한 또 다른 깜짝 선물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 선물은 28일 3편을 통해 공개됩니다. 

★ 전북 현대 이동국 선수의 메시지 ★

저희 클럽하우스에서 남해초등학교 축구부 아이들을 만나고 관심이 생겨 기사를 찾아봤어요. 쉽지 않은 조건에서도 좋은 선수들을 배출하고 우승도 많이 했더라고요. 게다가 감독님이 저와 동갑이었어요. 대단한 일을 해내신 것 같아요. 내가 만일 젊은 나이에 축구 교육자의 길을 갔다면 저렇게 잘할 수 있을까 싶어요. 아이들도 참 씩씩하더라고요. 축구를 정말 좋아한다는 것도 느꼈고요. 저도 어린 시절에 풍족한 환경에서 운동을 한 건 아니에요. 부모님의 헌신과 형, 누나의 희생이 있어서 축구에 전념할 수 있었죠. 시간이 지나고 철이 들면서 가족의 도움이 저를 만들었다는 걸 알게 됐어요. 남해초등학교 친구들이 지금은 축구에 더 빠져 있을 시기지만 힘들 때 항상 가족과 주변 분들의 도움과 관심을 잊지 않았으면 해요. 이겨낼 수 있는 의지가 됩니다. 그리고 언젠가 전북에도 남해초등학교 출신의 선수가 탄생하길 바랍니다. 

① 남해초등학교 축구부의 기적을 아시나요? → 기사보기 다시 보기 링크: 

http://v.sports.media.daum.net/v/201706261320168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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