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윤경의 포토카툰] "다시 돌아오겠다" 약속한 김보경, 헤어짐 속에 시작이 보인다

조회수 2017. 6. 27.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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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 잘 생겼어요"

"예~ 알아요~~(손인사)"

"하하하~"


"오늘 안나와요?"

"경고누적이거든~(찌릿)"

"아하하~"


사인은 기본이고 악수에 셀카까지. 친절함은 물론 유머감각까지 갖춘 김보경은 전북 팬들 사이에서 '매너남'으로 통한다. 소녀팬과 나누는 대화를 듣고 있으면 팬과 선수가 아닌 삼촌·조카를 연상케 할 정도로 친근하다. 전북에서의 마지막 경기가 있던 날도 마찬가지였다.

버스에 내려 자연스럽게 팬들과 인사를 나누는 김보경 ​ 
버스에서 내린 김보경이 영혼의 파트너 이재성과 나란히 사인을 하고 있다.

경기 시작 전에는 사인요청을 받지 않는 것이 통상적이지만 이날 만큼은 달랐다. 손편지와 직접 촬영한 사진을 선물받은 김보경은 경호원의 제지를 무릅쓰고 사인지를 받아 들었다. 팬들에게 둘러싸인 김보경 옆으로 짝꿍 이재성이 함께 하면서 두 사람은 나란히 팬들의 사인공세를 받았다. 김보경의 고별전은 그렇게 훈훈하게 시작됐다.

6월25일 대구FC와의 홈 경기가 열린 전주월드컵경기장은 김보경의 이적을 아쉬워 하는 분위기로 가득했다. 전북 서포터스 MGB는 경기 전부터 '김보경'의 이름을 연호했고, 관중석 곳곳에도 그를 응원하는 걸개가 걸렸다. 팬들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아는 김보경은 거침없는 플레이로 팬들의 성원에 답했다. 마지막이라고 몸을 사리는 법은 없었다.

후반전 슈팅을 시도하는 김보경
경기 종료 후 팬들의 박수에 얼굴을 감싸쥐는 김보경

김보경의 활약에도 불구하고 전북은 이날 대구FC에 초반 선제골을 내주며 어려운 경기를 펼쳤고, 결과는 아쉽게도 2-2 무승부로 끝났다. 기분좋게 승리를 선물하고 싶었던 김보경의 얼굴에는 아쉬움이 가득했다.

 팬들의 환호에 얼굴을 감싸쥐는 김보경

경기 종료 후 팬들에게 인사를 전할 때는 끝내 눈물을 보이고 말았다.

경기 종료 후 진행된 고별행사에서 백승권 전북현대모터스 단장이 꽃다발을 전달하고 있다. 
팬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전하는 김보경
목소리가 조금씩 떨리는가 싶더니 김보경은 이내 마이크를 떼고 미소를 지어보였다.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차오른 것이다. ​ 
뒤돌아서 눈물을 닦는 김보경     

"눈물이 나올줄 몰랐다"며 당황한 듯 뒤돌아선 김보경은 팬들의 환호에 몇 차례 더 눈시울을 붉혔고, 굳은 표정으로 인사를 마무리 했다. 

김보경을 격려하는 최강희 감독 

"다시 녹색유니폼을 입고 뛸 수 있도록 더 열심히 노력하겠다"며 돌아올 것을 약속한 김보경은 팬들에게 인사를 전한 뒤 전북 서포터스 MGB와 함께 오오렐레를 부르며 전주성에서의 마지막을 장식했다.

팬들이 선물한 머플러를 목에 걸고 전북 서포터스 앞에 선 김보경
팬들의 요청으로 장내 아나운서 이정표 씨와 함께 마지막 오오렐레를 함께 했다.
눈물로 시작된 고별행사가 팬들의 뜨거운 박수 덕분에 환한 웃음으로 바뀌었다. 
팬들과 함께 한 기념사진

머플러, 꽃다발, 인형 등 끊임없이 쏟아지는 선물 때문에 김보경은 몇 번이나 가던 길을 멈춰야 했고, 몇몇 팬은 무엇이라도 주고 싶은 마음에 차고 있던 팔찌와 부채를 던지며 아쉬운 마음을 달래기도 했다.

쏟아지는 선물에 환한 미소를 보이는 김보경


만남과 이별이 잦은 축구장에서 1년6개월은 그리 긴 시간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이별은 마치 오랜 연인처럼 뜨거웠다. "눈물이 나올 줄 몰랐다"며 왈칵 눈물을 쏟는 선수와 시즌 중 다른 팀으로 떠나는 선수에게 도리어 선물을 전달하는 팬. 딱히 표현하기가 힘든 끈끈한 무언가가 느껴지는 시간이었다. 

김보경은 떠나기 전 기자회견과 영상 인터뷰를 통해 반복해서 "다시 녹색 유니폼을 입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말을 전했다. 팬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전할 때 역시 "지금은 이 자리에 서있지만 다시 한 번 이곳에서 골을 넣을 수 있는 시간이 왔으면 좋겠다. 여러분을 잊지 않을 것이고, 여러분도 저를 잊지 않으셨으면 좋겠다"는 말로 언젠가 돌아올 것을 다시 한 번 다짐했다. 첫 번째 K리그 팀 전북은 그에게 이미 특별한 곳이었다. 

팬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았고, 아시아 챔피언이라는 잊지 못할 추억도 쌓았다. ​짧은 시간이지만 평생 기억에 남을 순간을 함께 했다.



그런데 그의 헤어짐 속에 시작이 보인다. 왠지 이 이야기는 끝이 아닌 시작이라는 생각이 든다. 언젠가 그가 팬들과 약속을 지키기 위해 다시 전북으로 돌아온다면, 그때 비로소 진짜 이야기가 시작되는 것이다.

그 스토리에 힘을 실어줄 사진도 한 장 공개한다.

전주성을 떠나며 마지막으로 단짝 이재성과 함께 찍은 기념사진
쑥스러운 표정으로 서로를 토닥이는 이재성과 김보경

이재성은 "그동안 축구도 재밌게 했지만 평소에 생활할 때도 여러모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아쉽지만 앞으로 더 잘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리고 대표팀에서 또 만났으면 좋겠다"며 다시 함께 뛰고 싶은 바람을 전했다.

두 사람의 인연이 돌고 돌아 만약 다시 이곳으로 온다면 그 또한 K리그의 소중한 스토리가 될 것이다. 조금은 낯간지럽지만 'END'가 아닌 'AND'라는 말이 이럴 때 필요한 것이 아닐까 싶다. 

글 사진=구윤경 기자 (스포츠공감/kooyoonkyung@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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