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끝작렬]세월호 유가족부터 해고노동자까지 '靑 앞길' 활짝 열리길

CBS노컷뉴스 김광일 기자 2017. 6. 27. 07:03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노컷뉴스의 '뒤끝작렬'은 CBS 노컷뉴스 기자들의 취재 뒷얘기를 가감 없이 풀어내는 공간입니다.

그러던 '청와대 앞길'은 촛불이 타올라 정권을 갈아치운 뒤 전면 개방됐다.

대부분 해고노동자인 이들은 "정리해고제와 기간제·파견제 등 노동악법을 폐기해달라"는 주장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직접 전달하려다 끝내 농성장 옆 보도블록에 줄지어 쪼그려 앉았다.

기자와 만나서는 "정말 청와대 앞길이 개방된 것 맞냐. 우리도 시민인데 우리는 여전히 못 넘어간다"고 되물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노컷뉴스의 '뒤끝작렬'은 CBS 노컷뉴스 기자들의 취재 뒷얘기를 가감 없이 풀어내는 공간입니다. 전 방위적 사회감시와 성역 없는 취재보도라는 '노컷뉴스'의 이름에 걸맞은 기사입니다. 때로는 방송에서는 다 담아내지 못한 따스한 감동이 '작렬'하는 기사가 되기도 할 것입니다. [편집자 주]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37일째 단식농성중이던 세월호 유가족 유민이 아빠 김영오 씨가 2014년 8월 19일 오후 박근혜 대통령과의 면담을 요청하며 청와대로 향하던 중 이를 가로막은 경찰병력과 대치하고 있다. 황진환기자
"대통령(청와대) 문 앞에는 못 가도 근처에는 가게 해줘야 하지 않겠냐"

37일간 이어진 단식으로 앙상하게 야윈 세월호 유가족 '유민 아빠' 김영오 씨는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며 청와대 쪽으로 나아가다 경찰에 막힌 뒤 이같이 외쳤다. "언제든 만나주겠다"고 약속했던 박근혜 전 대통령이 유가족을 잇달아 외면하자, 수염이 수북이 자란 김 씨는 지팡이를 짚고 청와대 앞 분수광장에 나와 절규했다. 2014년 여름이었다.

당시 김 씨는 자신을 가로막은 경찰에 "중국인 관광객들 가는 데까지만 간다고 하지 않았느냐"며 통행 허용기준의 모호성을 지적했다. 무전기를 든 경찰관이 "관광객들이 무슨 1인시위를 하냐"고 비아냥대자 "나는 죄인도 아니지 않느냐"고 응수하기도 했다. 김 씨는 이어 "죄인이라면 우리 애기들 죽을 때 구해주지 못한 게 죄인일 뿐"이라며 "1인 시위 못 하게 할 거면 약속을 지키면 되지 않느냐"고 분통을 터뜨리다 별안간 어지럼증을 호소하며 휘청거렸다.

전면개방 첫날인 26일 오후 '청와대 앞길'을 찾은 시민들. 정문 앞에서 본관 쪽을 배경으로 앞다퉈 사진을 찍어대고 있다. (사진=김광일 기자)
그러던 '청와대 앞길'은 촛불이 타올라 정권을 갈아치운 뒤 전면 개방됐다. 분수광장이 있는 서문부터 춘추관 옆 동문까지 이어지는 460m에서는 위압적인 검문·검색도 사라졌다. 개방 첫날인 26일 이곳을 찾은 방문객들은 정문 안쪽을 바라보며 신기해하는 듯한 표정을 지어 보이는가 하면 스마트폰을 들고서 '셀카' 삼매경에 빠졌다. 종로구 인사동에서부터 걸어왔다는 회사원 김상재(35) 씨는 "이렇게 보니까 대통령이 가까이에 있는 것 같이 느껴지고 좋다"며 너털웃음을 보였다. 최봉례(69) 씨 역시 "저곳에 대통령이 있냐. 멀리서 봐도 참 멋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세월호 유가족이 3년 전과 같이 '진상규명'의 요구를 들고 서문을 통과하려 한다면 어떻게 될까? 곧바로 주변에 배치된 경찰 202경비단(청와대 외곽 경호·경비담당)에 가로막힐 공산이 크다. 경찰에게 '일반 방문객'과 어떠한 요구를 가진 '시위자'는 철저하게 분리되기 때문이다. 경찰은 앞서 1인 시위의 경우 '경호 목적에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검문 등의 조치를 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김정훈 서울지방경찰청장은 나아가 "집회 참가자가 집단으로 이동하면 행진이 되니 사전 신고하지 않았다면 차단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청와대 앞길이 전면 개방된 26일 오후 김정숙 여사가 시민들과 함께 청와대 춘추관 앞 도로에서 분수대 방향으로 산책을 하고 있다. 이한형기자
이런 모습은 첫날부터 목격됐다. 민주노총 투쟁사업장 공동투쟁위원회 소속 노동조합원 10여 명은 26일 오후 서문 쪽으로 진입하려다 경찰에 제지당했다. 선글라스를 쓴 시민들이 주변을 유유히 거닐 때 바로 옆에서는 고성과 몸싸움이 오갔다. 대부분 해고노동자인 이들은 "정리해고제와 기간제·파견제 등 노동악법을 폐기해달라"는 주장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직접 전달하려다 끝내 농성장 옆 보도블록에 줄지어 쪼그려 앉았다. 기자와 만나서는 "정말 청와대 앞길이 개방된 것 맞냐. 우리도 시민인데 우리는 여전히 못 넘어간다"고 되물었다.

50년 만의 24시간 개방이라니 어쨌든 대통령과 소통하려는 시민 입장에서는 상당한 진일보를 이룬 셈이다. 이 걸음을 발판 삼아 언젠가는 '내 새끼가 왜 죽었는지 알게 해 달라는' 유가족도, '억울하게 해고된' 노동자들도 금단의 460m에 들어갈 수 있길 기대해 본다. "제발 손좀 잡아달라"고 간절히 부르짖는 이들까지 담대하게 품어낼 때, 청와대 앞길은 비로소 '전면(全面) 개방'을 완성할 수 있지 않을까.

[CBS노컷뉴스 김광일 기자] ogeerap@cbs.co.kr

Copyright © 노컷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