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황재균을 안 올릴, 혹은 올릴 세 가지 이유

김재호 2017. 6. 27. 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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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닷컴 MK스포츠(美 로스앤젤레스) 김재호 특파원] 선택의 시간, 혹은 이별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은 황재균(29)은 현지시간으로 오는 7월 1일 옵트 아웃을 행사할 수 있다. 선수가 옵트 아웃을 선택하면, 구단은 그를 메이저리그에 올리거나 놔줘야 한다. 선수가 자신의 운명을 결정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다.

상황은 좋지않다. 자이언츠는 최근 황재균을 놔두고 팀의 유망주인 라이더 존스를 콜업해 그에게 3루 자리를 맡겼다. 이번 선택을 자이언츠가 황재균을 메이저리그에서 기용할 생각이 없음으로 해석하는 분위기가 대세다.

기다림이 길어지고 있다. 곧 이별의 시간이 올지도 모른다. 사진= MK스포츠 DB
영원한 것은 없다지만, 만약 자이언츠 구단의 생각이 정말 이렇다면 황재균은 이 팀에 남아 있을 이유가 없다. 그를 기용할 의지가 없는 구단에서 재능을 썩힐 수는 없다.

황재균은 오는 7월말 다가오는 자신의 서른번째 생일을 어디서 맞이하게 될까? 자이언츠는 황재균에 대해 어떤 결정을 내릴까? 이들이 그를 선택하지 않을, 혹은 선택할 몇 가지 이유를 꼽아봤다.

올리지 않을 이유

1. 기대 이하의 장타력

황재균이 메이저리그 진출에 도전하면서 줄곧 어필했던 것은 ’장타력’이었다. 그리고 그는 시범경기기간 팀내에서 크리스 마레로(7개) 다음으로 많은 5개의 홈런을 터트렸다. 그러나 시즌에 돌입한 이후에는 67경기 275타석에서 6개 홈런을 때리는데 그쳤다. 자이언츠 트리플A 팀이 속한 퍼시픽코스트리그가 소문난 타자 친화적인 리그임을 감안하면 실망스런 성적이다. 적어도 홈런 기록의 자릿수가 달랐다면 보는 눈은 조금 더 달라졌을 수도 있다.

2. 낮은 출루율

이번에 기회를 잡은 존스와 황재균의 시즌 성적을 비교할 때, 차이가 나는 부분은 홈런(존스는 10개 홈런을 기록했다) 그리고 출루율이다. 존스가 4할에 육박하는 0.390의 출루율을 기록한 반면, 황재균은 0.331에 그쳤다. 56개의 삼진을 당하는 동안 18개의 볼넷을 기록했다. 삼진이 많은 편은 아닌데, 볼넷이 상대적으로 적어 삼진이 더 많아 보인다. 선수에게도 억울한 면은 있다. 황재균은 종종 심판들의 이해할 수 없는 스트라이크존 판정에 애를 먹었다. 어쨌든 숫자는 그의 편이 아니다.

황재균은 이번 시즌 트리플A에서 주로 3루수와 1루수로 출전했다. 사진= MK스포츠 DB
3. 수비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의 자이언츠 담당 기자 헨리 슐먼이 최근 자신의 트위터에서 언급한 내용으로 일부 언론과 팬들 사이에서는 마치 승격 불발의 가장 주된 이유처럼 언급되고 있다. 기록만 보면 황재균은 수비가 좋지 않았던 것이 맞다. 이번 시즌 3루에서 6개의 실책을 기록하며 0.937의 필딩율을 기록했고, 1루에서는 5개의 실책을 기록하며 0.980의 필딩율을 남겼다. 좌익수는 두 경기 출전에 그쳤다.

매력적인 숫자는 아니지만, 선수 측은 수비 때문에 승격이 좌절됐다는 주장에 동의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결정적으로 그는 수비가 아닌 타격을 보여주기 위해 이팀에 온 선수이기 때문이다. 그에 대한 수비 평가가 아주 나쁜 것만은 아니었다. 브루스 보치 감독도 지난 4월 황재균의 모습을 평가하며 "3루수는 아주 잘하고 있다"는 말을 남겼다. 바비 에반스 단장도 비슷한 평가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좌익수 전환 실패를 언급하기에는 기회 자체가 너무 적었다. 더블A에서 올라온 유망주 크리스 쇼에게 좌익수 자리를 내주면서 외야 전환 계획은 사실상 폐기됐다.

어쨌든 황재균은 아시아 출신 내야수들에 대한 수비 불신을 완벽히 지우지는 못했다. 자이언츠는 과거에도 일본 출신 내야수 다나카 겐스케를 트리플A에서 실컷 내야수로 기용하고 정작 빅리그에는 외야수로 올린 이력이 있다.

올릴 이유

1. 3루수 생산력

지금 당장 순위표를 보라. 샌프란시스코는 27승 51패로 내셔널리그 서부 지구 최하위에 쳐박혀 있다. 이들이 지금 승률(0.346)으로 시즌을 끝낸다면, 이것은 자이언츠 구단 역사상 역대 세번째로 나쁜 성적이며 1943년(55승 98패) 이후 처음으로 3할대 승률로 마치는 시즌이 된다.

이들이 이번 시즌 보여준 끔찍한 모습은 손으로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3루수들이 보여준 생산력도 그중 하나다. 이번 시즌 자이언츠 3루수들은 0.632의 OPS를 기록했는데, 이는 메이저리그 전체에서 네번째로 나쁜 생산력이다. 에두아르도 누네즈(타율 0.311 OPS 0.777)가 그나마 좋은 모습을 보여줬지만, 나머지 선수들이 평균을 깎아먹었다. 최근 콜업한 존스는 6타수 무안타를 기록중이다. 정말로 이들은 지금 3루수 자원만으로 행복할까? 이들이 이번 시즌을 유망주들에게 적당히 기회를 주면서 다음 년도 드래프트 전체 1순위 지명권을 노리는 기회로 생각하고 있다면 할 말이 없다.

지난 5월 콜로라도 스프링스 원정에서 타격을 하는 황재균의 모습. 사진= MK스포츠 DB
2. 좌완을 공략하는 우타자

황재균의 전체 성적은 크게 매력적이지 않지만, 세부 성적을 뜯어보면 아닌 경우도 있다. 그는 미국 야구 진출 첫 해 좌완 투수에 강했다. 좌완을 상대로 타율 0.327 OPS 0.939를 기록했다. 홈런은 1개에 그쳤지만, 11개의 타점을 올렸다. 샌프란시스코는 이번 시즌 좌완 투수를 상대로 내셔널리그에서 세번째로 나쁜 0.686의 OPS를 기록하고 있다. 물론 메이저리그의 좌완과 트리플A의 좌완 수준이 천지차이다. 트리플A에는 클레이튼 커쇼, 로비 레이, 패트릭 코빈같은 좌완 투수들이 없다. 그러나 이들이 좌완 투수에게 강한 우타자에게 기회조차 주지 않는다면 슬픈 일이 될 것이다.

3. 기회에서 강하다

그의 매력적인 기록은 몇 가지 더 있다. 득점권에서 타율 0.347 OPS 1.034로 강한 모습을 보여줬다. 6개 홈런 중 4개가 주자가 득점원에 있을 때 나온 홈런이었다. 또한 그는 타구의 30%를 반대방향으로 보냈다. 우타자에게 밀어치는 능력은 최고의 미덕이다.

그에게 또 다른 점이 있다면, 이미 한 나라의 최고 수준 리그에서 활약한 경험이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그가 다른 유망주들과 비교해 가장 큰 차이점이다. 자이언츠 구단 운영진들이 몇몇 호사가들의 생각처럼 ’KBO리그는 에릭 테임즈가 MVP를 차지하는 그런 수준의 리그’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면 이번에도 할 말은 없다.

[greatnemo@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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