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승호의 PM 6:29] 이승엽에 다시 묻다 "이래도 떠나야만 합니까"

안승호 기자 siwoo@kyunghyang.com 2017. 6. 27. 0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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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이승엽이 지난 5월21일 대전 한화전에서 홈런을 치고 들어오며 후배들의 환영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낮기온이 섭씨 31도까지 오른 지난 20일 잠실구장. 이승엽(41·삼성)은 그 옛날의 이승엽처럼, 타격훈련을 하면서도 시원한 타구를 우측 외야 스탠드 중단에 연이어 떨어뜨렸다. 방망이는 두고 글러브를 들고 이동할 시간. 땀에 젖은 그를 그늘에서 잠시 만나 요즘 자주 거론되는 ‘발사각’에 대해 물었다.

‘뜬공’을 만들어내는 능력이 곧 실력이 되는 요즘 야구에서 이승엽은 KBO리그 역대 최고의 ‘실력자’로 통한다. 홈런 159개를 때린 일본프로야구 8년 이력을 빼더라도 국내리그 통산 홈런만 456개에 달한다.

‘뜬공’을 치려면, 공의 약간 밑부분을 쳐야 한다. 그래야 비거리가 보장되는 회전력도 생긴다. 이승엽은 “그간 치는 방법을 수 없이 바꾸긴 했지만, 기본적으로는 공을 맞히는 순간까지는 다운 스윙 또는 레벨 스윙에 가깝게 이뤄진다. 이상적이라면 그 궤적으로 살짝 밑동을 때려낸 뒤 팔로스로 때 어퍼스윙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승엽은 올 시즌에도 26일 현재 홈런 13개를 때리고 있다. 전체 11위. 팀내에서는 러프·구자욱(이상 14개) 다음 자리에 있다. 홈런 생산력은 여전히 뛰어나다. 이 대목에서 “한 시즌 더 뛰는 것은 고려 대상이 아니냐”고 다시 물었더니 “절대 그런 일은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이승엽은 자기 스스로 ‘옛날의 이승엽’이 아니라고 했다. 발사각을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임팩트 순간까지 많은 변화가 있었다고 했다. “스윙 궤적이 바뀌고 있는 것도 사실 힘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방망이를 쥐고 있는 위치에서 거의 그대로 방망이라 나왔다면, 지금은 뒤로 떨어져 나온다. 어쩔 수 없는 힘의 변화 때문”이라고 했다.

이승엽은 여전히 박수받고 있지만, 이승엽답게 야구할 수 있는 시간은 많지 않았다는 것을 계산하고 있는 듯 보였다.

김한수 삼성 감독은 이승엽과 감독·선수 관계 이상으로 가깝다. 삼성에서 선수로 함께 뛰었고, 이승엽이 일본프로야구 요미우리에서 활약할 때는 그곳으로 건너가 코치 생활을 하기도 했다. 이승엽이 삼성에 복귀한 뒤로는 코치와 선수로 또 함께 했다.

김 감독은 이승엽에게 은퇴 관련 얘기를 꺼내본 적이 없다고 했다. 김 감독은 “사실, 아직도 그만한 선수가 없다. 시즌 중반이 넘어가면 농담하듯 쓸쩍 화두를 던져볼 생각도 있다”면서도 “누구나 인정하는 정말 큰 선수다. 무엇보다 본인 뜻을 존중할 것”이라고 했다.

김 감독은 삼성 타자들이 이승엽과 함께 하는 동안 그의 노하우를 최대한 익혔으면 하는 바람도 나타낸다. “지금 보면, 본인 컨디션에 따라 타석에서 위치와 스탠스를 바꾸면서 만들어친다. 그런 건 가르쳐서 되는 게 아닌데, 그런 모습을 후배들이 보고 느꼈으면 한다”고 말했다.

삼성 구단에서도 이승엽의 의중을 직·간접적으로 살폈다. 한 관계자는 “은퇴에 대해서는 단호하다. 이제 가족과 함께 하고 싶은 마음도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구단에서는 그의 선수생활 마지막도 준비하고 있다. 이른바 ‘은퇴 투어’에 관한 것이다.

그러나 이승엽은 이 또한 가급적 간소하게 진행되기를 바라고 있다. 구단 관계자는 “마지막 원정을 벌이는 구장에서 시리즈 최종일 경기가 끝난 뒤 홈플레이트에서 서서 양쪽 관중석을 향해 인사하는 정도만 하고 싶어한다”고 했다. 혹여 시즌 후반기 순위싸움을 벌이는 구단에 폐를 끼칠까 싶어 걱정하는 마음에 움직임 자체를 줄이려는 것이다. 이승엽다운 생각이다.

<안승호 기자 siwo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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