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 1000만명의 발이 된 서울 올빼미 버스

신정선 기자 2017. 6. 27. 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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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심야버스 운행 4년, 어떻게 성공시켰나]
"대리기사·알바생 등 위한 노선" 반발하던 택시업계 끝까지 설득
빅데이터 분석 홍대 등 9개 노선, 총 638km 운행.. '서민의 발' 인기
가장 우수한 교통복지 사례 평가.. 세계銀·키예프市도 배우러 방한

"서울 택시는 어떻게 하라는 겁니까! 그 버스가 확대되면 기사들은 나락으로 떨어질 거요!"

2013년 6월 초 서울시청 도시교통본부장실로 험악한 얼굴의 중년 남성 대여섯 명이 몰려와 언성을 높였다. 서울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의 조합원들이었다. 이들은 본부장실을 점거했다. 윤준병 시 도시교통본부장에게 주먹을 들이대다 시 직원의 제지를 받은 조합원도 있었다.

택시업계가 강력하게 반대했던 '그 버스'는 '올빼미 버스'다. 서울시가 만 4년 넘게 운행하는 올빼미 버스는 '가장 우수한 서울시 교통 복지 사례'라는 평가를 받는다. 이달 초에는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시(市) 관계자들과 세계은행 워싱턴DC 본부 직원들이 성공 비법을 전수받으러 방한했다.

올빼미 버스는 한 신문 기사에서 시작됐다. 2013년 1월 서울시는 심야 택시 승차 거부 문제의 해법을 찾기 위해 머리를 짜고 있었다. 고민하던 윤 본부장은 2013년 1월 24일 아침 신문을 펼쳐 보다 무릎을 쳤다. '전철과 버스가 끊긴 서울 심야에 120개 노선이 달린다'는 기사였다. 생계를 위해 밤늦게까지 일하는 대리기사, 빌딩 청소부, 아르바이트 학생, 야간업소 종업원을 위한 심야 전세버스를 기자가 직접 타보고 쓴 기사였다. 2000~3000원만 내면 탈 수 있는 이 버스는 알음알음 운행되고 있었으나, 관할 관청의 허가를 받지 않은 위법 교통수단이었다.

시에서는 곧장 해당 버스 파악에 들어갔다. 기사 게재 다음 날 "심야 버스 개설을 추진한다"고 발표했고, 4월부터 2개 노선을 시범 운영했다. 3개월 만에 22만명이 이용했다. 여론조사를 했더니 시민 88%가 "심야 버스 확대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시는 9개 노선으로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택시업계의 반발은 심했다. "심야 버스를 늘리면 심야 택시는 죽으라는 소리"라며 시 청사에서 연일 항의 시위를 이어갔다. 업계를 달래기 위해 시는 적극적인 소통에 들어갔다. 관계자들과 수차례 간담회를 열고 조합 사무실로 직접 찾아가 양해를 구했다. 심야 버스는 기존 택시 이용객이 아니라 불법 전세버스를 탈 수밖에 없던 대리기사나 학생 등 서민이 주로 이용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새벽 3시30분까지만 운행한다는 사실도 설득 포인트였다. 시의 거듭된 설득에 택시업계는 결국 심야 버스를 받아들였다.

올빼미 버스는 지금까지 누적 이용객 1020만4000명(4월 현재)에 이르는 '서민의 발'로 자리 잡았다. 총 운행 길이는 638.1㎞(9개 노선, 70대)이다. 휴대전화 통화량 등 빅 데이터를 교통 정책에 활용했다는 점에서 해외에서도 주목받는다. 시는 올빼미 노선을 확정하기 전에 KT가 보유한 통화량 데이터 한 달치 30억건을 분석했다.

심야 택시 위치 정보 60만건을 파악해 통화량 데이터와 교차 분석했다. 유동 인구와 이동 지점을 자세하게 파악한 후에 서울 강남, 홍대, 동대문, 신림, 종로 등을 중심으로 버스 노선을 늘려나갔다. 올빼미 버스의 성공 사례는 올 하반기 세계은행에서 펴내는 '전 세계 지능형 교통시스템 가이드북'에 모범 사례로 실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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