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帝가 된 유소연 "퍼팅 못한다고 기죽지 마세요"

민학수 기자 입력 2017. 6. 27. 03:05 수정 2017. 6. 27.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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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팅 92위가 LPGA 세계랭킹 1위로, 신지애·박인비 이어 한국 3번째..
아칸소챔피언십 우승
우승 횟수는 많지 않지만 11개 대회 연속 톱10.. 꾸준한 성적
"올시즌 목표는 쇼트게임·퍼팅"

"늘 꿈꿔오던 일이 마침내 이루어졌어요. 믿을 수가 없네요."

유소연은 어린 시절부터 목표를 물으면 “세계 최고가 되는 것”이라고 했었다. 2014년 8월부터 지난 4월 ANA 인스퍼레이션 정상에 오를 때까지 2년8개월 동안 우승하지 못하는 부진에 빠진 적도 있지만 그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26일 월마트 NW 아칸소챔피언십 우승으로 여자 골프 세계 랭킹 1위에 오른 유소연이 트로피를 놓고 셀카를 찍는 모습. /AFP 연합뉴스

유소연(27)이 26일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월마트 NW 아칸소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며 세계 랭킹 1위에 올랐다. 유소연은 이날 대회(미 아칸소주 로저스 피너클골프장)에서 최종 합계 18언더파 195타를 기록해 공동 2위 양희영과 모리야 쭈타누깐(태국)을 2타 차로 따돌렸다. 유소연은 랭킹 포인트 8.83점을 기록, 지난주 3위에서 1위로 점프했다. 1위였던 에리야 쭈타누깐(태국·8.58점)이 2위로, 2위였던 리디아 고(뉴질랜드·7.93점)가 3위로 각각 밀려났다. 한국 선수가 여자골프 세계 1위에 오른 것은 신지애·박인비에 이어 세 번째다.

유소연은 또 우승 상금 30만달러(약 3억4000만원)를 받아 시즌 상금 선두(121만2820달러) 자리에도 복귀했다. 지난 4월 시즌 첫 메이저 대회인 ANA인스퍼레이션에서 우승했던 유소연은 올해 LPGA 투어에서 가장 먼저 2승을 올린 선수가 됐다.

새로운 여자골프 세계 1위에게 물었다. '유소연에게 골프란?' 그는 "지금 가장 사랑하는 일, 골프보다 더 재미있는 건 없어요. 그래서 골프가 잘 안 될 때 '어떻게 하면 잘할 수 있을까' 고민하는 게 괴롭기보다는 스릴 있어요"라고 했다. 이런 태도가 포기하지 않는 자세로 연결됐을 것이다.

유소연에 대해 '어떻게 세계 1위가 됐지'라며 의아해하는 팬들도 적지 않다. 역대 세계 톱랭커들과 비교하면 우승 경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2012년 LPGA 투어에 데뷔한 유소연은 이날 월마트 NW 아칸소챔피언십 우승으로 통산 5승을 기록했다. 한 시즌 2승 이상을 올린 건 올해 처음이다. 하지만 유소연은 기복 없이 상위권을 유지하는 '꾸준함의 상징' 같은 선수다. LPGA 데뷔 이후 한 시즌도 빼놓지 않고 상금 랭킹과 올해의 선수, 평균 타수에서 모두 '10위 이내'를 유지하고 있다. 2014년 10월 레인우드 LPGA 클래식부터 올해 5월까지는 64개 대회 연속 컷 통과 행진을 벌였다.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5월까지는 11개 대회 연속으로 '톱10'에 들었다.

유소연의 골프에서 '아픈 손가락'은 퍼팅이다. 올해 유소연의 평균 퍼트 수는 92위(29.80개)로 하위권이다. 지난해엔 102위(30.18개)를 기록했다. 임경빈 골프아카데미 원장은 "정상권 선수치고는 퍼팅 라인을 제대로 읽지 못해 나오는 실수가 많은 편"이라며 "유소연의 퍼팅 능력이 박인비에 근접한다면 압도적인 선수가 될 것"이라고 했다. 유소연은 이런 약점을 다른 걸로 보완했다. 지난해부터는 조던 스피스의 스윙코치와 함께 스윙을 교정한 뒤 샷의 거리와 일관성이 크게 향상됐다. 유소연은 올 시즌 그린 적중률 1위(79.68%)를 기록하고 있다.

유소연은 ANA인스퍼레이션 우승 때의 복잡했던 심경도 털어놓았다. 당시 선두를 달리던 렉시 톰프슨은 '마크할 때 공을 홀 가까이 놓았다'는 TV 시청자 제보로 뒤늦게 4벌타를 받았고, 유소연이 결국 연장에서 승리했다. 유소연은 "당시 '유소연이 진정한 우승을 한 것이 맞는가?' '우승할 자격이 있는가?'라는 이야기들이 있었다"며 "더 많이 우승해서 그런 해프닝 없이도 정상에 오를 수 있다는 걸 증명하고 싶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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