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돈 안 된다고 .. 한·중·일 함께 도전한 여객기 한국만 포기"

윤정민 2017. 6. 27. 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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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우주 전문가 손창민 교수
"기초과학·원천기술 개발 무관심
산업기술 속 텅 비어 골다공증
정권 바뀌면 기술개발 방향 흔들려"

중국의 ‘하늘 공략’이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달 5일 상하이(上海) 푸둥(浦東)공항에서 중국이 자체 제작한 중형 여객기 C919가 시험비행에 성공했다. 지난해 6월엔 90인승 여객기 ARJ21이 청두~상하이 노선에 투입됐다. 다음 목표는 280석 규모의 대형 항공기 개발이다. 두 항공기를 만든 중국 상용항공기공사(COMAC)는 미국 보잉과 유럽의 에어버스가 독점해온 대형 항공기 시장을 뒤흔들 거란 전망을 낳고 있다.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등에 업고 거대한 내수 시장만 공략해도 충분히 가능하다.

한국도 한때 민간 항공기 개발을 꿈꿨다. 중국보다 출발이 크게 늦은 것도 아니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1994년 중국 방문 당시 장쩌민(江澤民) 중국 국가주석과 2000년까지 100인승급 항공기를 공동개발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공장 위치와 지분 등에 대한 갈등으로 2년 만에 무산됐다. 이후 중국은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면서도 항공기 개발을 포기하지 않았다. 반면 한국에선 관련 사업이 대부분 중단됐다.

이유가 뭘까. 94~96년 당시 중국·일본과의 중형 항공기 공동개발사업이 시작됐다가 무산된 과정을 현장에서 지켜본 손창민(50·사진) 부산대 기계공학부 교수는 “당장 돈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손 교수는 항공우주연구원 선임연구원을 거쳐 영국에서 박사학위를 딴뒤 2002~2011년 영국 롤스로이스의 전략연구소 항공우주팀장을 지냈다. 지난달엔 ‘기계공학의 꽃’으로 불리는 가스터빈(고온·고압의 연소가스로 터빈을 가동하는 회전형 열기관) 기술 관련 논문으로 영국 기계공학회 항공우주부문 최우수 논문상을 받았다. 한국 연구자가 항공우주 부문에서 이 상을 받은 것은 처음이다.

Q : 어떤 기술로 최우수 논문상을 수상했나. A : “가스터빈은 높은 온도와 압력에도 견뎌야 한다. 때문에 냉각이 필요하며, 냉각 과정에 공기를 사용한다. 엔진 입구로 들어오는 공기 중 일부를 뽑아서 사용하는 것이다. 현재의 가스터빈은 공기 중 80% 정도가 엔진으로 가고 20%정도는 냉각에 사용된다. 냉각에 쓰는 공기의 양을 줄이면 엔진에 그만큼 더 많은 공기가 투입되고, 엔진 성능이 향상된다. 이번 논문은 냉각에 필요한 공기량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기술에 대해 다뤘다. 또한 유해가스 배출이 줄어들어 더 친환경적인 엔진이 될 수 있다는 점도 인정받은 것 같다.”

Q : 가스터빈 기술은 어디에 쓰이나. A : “항공기 엔진으로 사용되고, 발전용으로도 쓴다. 미국에서도 가스터빈 기술은 기술 수출 제한에 걸려 있다. 절대 수출을 안해주는 기술이다. 항공기 산업은 기술 개발이 힘들지만, 일단 개발하면 수명이 아주 길다. 한번 좋은 엔진을 만들면 자동차와 달리 30년 이상씩 간다. 그래서 개발과 이후 유지·보수를 위한 ‘애프터 마켓’ 비중이 반반 정도다. 또 발전용 가스터빈 기술은 미래에 더 중요하다.”

Q : 국내 가스터빈 기술 수준이 낮다는 것인가. A : “설계를 받아 제작만 할 수 있는 수준이다. 자동차나 선박용 피스톤 엔진, 석탄화력발전 기술, 원자력 기술 등은 다행히도 독자 기술을 가졌지만, 가스터빈 기술은 안타깝게 그렇지 못한 채 그냥 넘어가 버렸다.”

Q : 이유가 뭔가. A : “가스터빈은 기계공학에서 가장 복잡하고 기술적 완성도가 높은 에너지시스템 중 하나다. 그러나 우리 정부나 산업계는 당장 돈이 되지 않는 분야에 시간과 돈을 투자할 인내심도, 여유도 없었다. 사석에서 자주 하는 얘기가 있다. ‘우리 산업 기술이 골다공증에 걸려 있다’는 것이다. 겉으로 보기엔 빠른 기술 발전을 이뤘고, 돈도 잘 번다. 그러나 기초 과학이나 다른 기술의 기본이 되는 원천 기술에 대해선 무심했다. 결국 덩치는 큰 데 뼈 안은 비어 있는 상태가 버렸다.

Q : 중국·일본과 어디서 차이가 났나. A : “일본은 2차대전 후부터 꾸준히 독자적인 가스터빈 기술을 연구했다. 제품을 팔겠다는 것보다 ‘우리도 할 수 있다’는 걸 세계에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장시간 투자하고 비행기도 계속 만들었다. 어느 순간 외국에서도 일본이 기술을 가진 걸 알고 여러 큰 사업에 파트너로 끼워줬다. 중국도 마찬가지다. 우리도 1995년 무렵 중국·일본과 파트너를 맺고 400억 규모 예산을 3년간 투자해 중형 항공기 설계 기술을 개발하려고 했다. 그때부터라도 잘했으면 됐다. 그러나 공장 위치 문제로 공동 개발이 무산됐다. 중국과 일본은 이후에도 기술 개발에 매진했지만 한국은 금새 포기했다. 정권이 바뀌면 매번 기술 개발 방향 전체가 흔들려 버린다. 이것도 그랬다.” 윤정민 기자 yunj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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