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현실 시장 급팽창.. 굴뚝 산업도 VR 열풍

신동흔 기자 2017. 6. 26.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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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유성구의 한국전력연구원에는 요즘 매주 20~30명씩 한국전력 신입 직원들이 찾고 있다. 가상현실(VR·Virtual Reality) 변전소를 탐방하기 위해서다. 국내에 있는 820여개 변전소는 모두 국가 보안시설이라 접근이 제한되기 때문에 한전은 전라남도의 실제 변전소 한 곳을 재현해 지난 3월부터 이곳에서 직원들을 실습시키고 있다.

VR 변전소는 지하 1층~지상 3층 약 1650㎡(500평) 크기 공간을 3차원(3D)으로 스캔해 만들었다. 오차 범위는 2㎜ 내외. 100여개 센서로 전압 변환 과정과 온·습도 변화, 소음 등 실제 상황을 그대로 재현했다. 내부를 걷는 느낌을 주기 위해 3차원(D) 로드뷰 기술을 적용했고, 원격 감시·제어 시스템도 도입했다. VR 변전소 개발을 맡았던 전자부품연구원 장민혁 박사는 "앞으로는 실제 변전소에 이상이 생기면 VR 변전소에서 파악해 원격 제어까지 가능하다"며 "사람 접근이 쉽지 않거나 위험한 작업 현장에 가상현실과 증강현실(AR) 기술이 활발하게 적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VR·AR 기술이 게임·영화 등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넘어 항공·철강·조선 같은 굴뚝 산업에 적용되기 시작했다. 실감(實感) 미디어로서 특징을 최대한 살려 교육과 마케팅에 활용하고, 항공기나 원전, 병원 등 대형 구조물의 시제품도 VR로 제작하고 있다.

지난 4월 영국 브리스톨에서 열린 VR(가상현실) 국제회의에서 반도체 기업 AMD의 로이 테일러 부사장이 VR 기기를 활용한 공장 사례를 보여주며 "제조업 종사자들의 일하는 방식이 완전히 바뀔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블룸버그

◇굴뚝 산업에 적용되기 시작한 VR 기술

현대중공업은 올 1월부터 울산 조선소 내 1독 동쪽과 해양 도장공장 1공장 인근 안전교육장 두 곳에 각각 10대씩 모두 20대의 VR 장비를 설치했다. 조선소에서 발생할 수 있는 추락·화재 같은 사고 상황을 가상현실로 만들었다. 직원들은 예를 들어 20m 높이 비계(발판) 위에 있다가 바닥에 흐트러진 전선에 다리가 꼬여 넘어지거나, 몸을 낮춰야 하는 지점에서 부주의로 머리를 부딪히는 사고 상황을 실제처럼 경험할 수 있다. 현대중공업 박준수 부장은 "사고율이 높은 부서 직원을 대상으로 VR 교육을 실시 중"이라며 "발생 가능한 사고의 상황별 시나리오도 계속 업데이트하고 있다"고 말했다.

포스코는 원료 하역부터 제품 출하까지 철강 생산 전(全) 공정을 삼성전자의 기어 VR로 볼 수 있게 만들었다. 외부인 접근이 힘들었던 제선(철광석을 녹여 선철을 만드는 과정) 과정도 VR로 만들어 해외 고객사에 신제품을 소개할 때 쓰고 있다. 다음 달엔 화상·추락·질식 등 사고 발생 상황을 VR로 제작해 직원 안전 교육에 활용하기로 했다. 미국 GE도 프랑스에 수출한 원자력 발전소용 증기 터빈을 VR로 재현해 엔지니어 교육에 활용하고 있다.

제조업에서 설계·점검 공정에도 VR이 속속 적용되고 있다. 프랑스 에어버스는 항공기에 들어가는 전선과 배관의 연결 상태를 점검할 때 엔지니어들이 VR 기기를 들고 기내를 돌며 이상 유무를 가려낸다. 또 항공기 제작에 앞서 가상현실 객실을 만든 뒤 통로에 카트가 지날 때 고객 무릎에 닿지는 않는지 등을 점검한다. 캐나다 건축디자인 회사 스탄텍은 최근 UC샌프란시스코 암센터(2019년 오픈)를 설계하면서 VR 빌딩을 만들어 채광·환자 동선 등 도면에서 찾기 힘든 문제점을 파악하는 데 활용했다.

◇5G 시대의 핵심 콘텐츠

전문가들은 앞으로 5G(5세대 이동통신) 시대가 오면 VR 시장이 폭발할 것으로 보고 있다. VR 콘텐츠를 주고받기 위해선 빠른 통신망을 갖추는 것이 필수이기 때문이다. 시장조사기관 디지캐피털은 지난해 5조원 규모였던 VR(AR 포함) 시장이 2020년이면 1500억달러(170조원)까지 커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KT·SK텔레콤·LG유플러스 등 국내 통신사들도 VR 기반 기술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지난달 열린 구글 개발자 콘퍼런스에서 가상공간에서 콘텐츠를 직접 조작할 수 있는 'T리얼 VR스튜디오'를 공개했다. 이곳에서 복잡한 컴퓨터 프로그램을 쓸 필요 없이 머리에 헤드셋만 쓰면 누구나 레고 블록 쌓듯이 설계·디자인 작업을 할 수 있다. 윤경림 한국VR산업협회장(KT 미래융합사업추진실장)은 "5G 통신망은 2~3년 안에 폭발적으로 성장할 VR 산업의 생태계를 확대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중공업 울산 조선소 직원이 VR 기기를 이용해 사다리를 올라갈 때 발생할 수 있는 사고에 대해 교육을 받는 모습. /현대중공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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